언론자료실

여성의 결정권 중요해도 태아 생명권보다 우위에 있지 않아

관리자 | 2019.04.23 16:08 | 조회 305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결정 … 두 재판관의 ‘합헌’ 의견



▲ 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여부를 가리는 결정을 앞두고 시민단체 회원과 어린이들이 ‘태아는 생명이다’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지금 우리가 자기 낙태죄 조항에 대한 위헌, 합헌의 논의를 할 수 있는 것도 우리 모두 모체로부터 낙태 당하지 않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태아였다.”

조용호ㆍ이종석 헌법재판관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문에 기록한 반대 의견의 첫 문장이다. 낙태죄 형법 조항을 두고 9명의 재판관 중 이 둘만 합헌 의견을 냈다. 두 재판관은 ‘태아의 생명권’을 강조하며, “태아의 생명을 소멸시킬 자유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포함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태아 생명권과 여성의 결정권 비교 대상 안 돼

두 재판관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근본적으로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낙태는 자유로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에 어긋나는 생명 침해 행위임을 못 박았다.

이들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의무는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생명과 안전,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고 자신을 보호할 수 없는 자들의 생명과 안전은 특별히 더 보호해야 함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생명 보호 의무는 단지 태아에 대한 국가의 직접적인 침해만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태아가 제3자에 의해 생명을 위협받을 때 보호하는 것까지 포함한다고 덧붙였다. 법질서는 태아의 존재 자체로 생명권을 보장하는 것이지, 태아 모의 수용을 통해 비로소 생명권 보장의 근거를 갖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두 재판관은 여성의 기본권 침해 문제는 낙태 금지와 관련해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낙태 금지를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형벌까지 동원해야 하는가에 있다면서 형벌 부과는 입법 목적 달성을 위한 확실한 수단이며, 다른 수단으로 낙태를 동일한 정도로 방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낙태 형벌 조항이 사실상 사문화됐고, 가사ㆍ민사 분쟁의 압박수단으로 악용되는 근거로 낙태의 형사 처벌을 반대하는 다수 의견도 반박했다. 형벌 조항이 사실상 사문화되었다고 하더라도 자기 낙태죄 조항으로 단 하나의 태아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이 조항의 존재 의의는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두 재판관은 결정문 전반에 걸쳐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중요해도 태아의 생명권보다 우위로 인정할 수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태아의 성장 단계도 거론했다. 이들은 생명이 어느 시기부터 존엄한 존재로서 헌법적 보호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수정란의 착상 이후 태아의 발달은 계속 이뤄지기 때문에 단계를 나눌 수 없다고 설명했다. 태아가 독자적 생존 능력을 갖추었는지에 따라 생명의 보호 정도를 달리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으며, 태아가 모체에서 독립해 생존 가능한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들은 독자적 생존 능력을 갖추었는지를 기준으로 할 경우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식물인간 상태의 사람들에게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우려도 내비쳤다.



사회 경제적 사유에 따른 낙태 허용의 맹점

두 재판관은 “사회적ㆍ경제적 사유에 따른 낙태의 허용은 결국 임신한 여성의 편의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자는 것”이라며 “자신의 삶에 불편한 요소가 생기면 언제든지 이를 제거할 수 있다는 사고에 따라 낙태를 허용한다면 나중에는 낙태를 줄여야 한다는 명분조차 생기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다수 의견이 내세우는 사회적ㆍ경제적 사유들은 그 자체로 원래부터 존재하던 사회적 문제들이지 낙태를 금지하고 처벌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고도 지적했다. 다수 의견이 예시하는 사회ㆍ경제적 사유는 여성의 경력 단절, 자녀 양육, 재생산권, 학업이나 직장생활 등 사회활동 지장, 경제적 부담, 혼전 임신ㆍ혼외 임신 등이다.

두 재판관은 “우리 세대가 상대적인 불편 요소를 제거하는 시류ㆍ사조에 편승하여 낙태를 합법화한다면, 훗날 우리조차 다음 세대의 불편 요소로 전락해 안락사, 고려장 등의 이름으로 제거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성의 낙태를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여성이 사회ㆍ경제적 문제에 직면한다면, 그 문제의 바탕이 되는 사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미혼모에 대한 지원 부족 및 부정적인 인식, 열악한 보육 여건, 직장 및 가정에서의 성차별적ㆍ가부장적 문화 등을 해결하는 것이 근본적인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이지혜 기자


언론사 : cpbc가톨릭평화신문
twitter facebook
댓글 (0)
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