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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모든 일 인간 존중이 바탕 돼야 - 배정순 교수(경북대)

관리자 | 2018.02.09 09:17 | 조회 3490




최근 집을 수리할 일이 생겼다. 오래된 아파트를 수리하는 일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비용을 줄이고 적정가격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많은 발품도 필요했고 이것저것 정보를 찾아보는 노력도 필요했다. 수리를 진행하면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고 우리의 직업의식이 이 정도일 수밖에 없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그것은 수리를 맡아서 일하는 기술자들과 물건을 판매하거나 유통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의식 때문이다.

모든 것은 보이지 않는 부분들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마무리를 잘 하지 않으면 겉으로는 아름다워 보이지만 사용하는 도중에 지속해서 불편하거나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부분의 마무리는 거칠기 짝이 없었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곳은 시간도 비용도 정성도 들일 필요가 없다고 큰소리를 치기 일쑤였다. 누가 안을 들여다보느냐는 것이다.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용자의 안전과 편리를 위해 필요한 일인데도 무조건 괜찮다는 것이다.

또 제품을 설치하거나 제작하는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정갈하고 섬세하게 마무리하기보다는 대충대충 하려는 부분이 많이 목격됐다. 한쪽은 일률적으로 매끈하게 됐는데 다른 한쪽은 비뚤거리거나 매끄럽지 않았다. 너무도 답답해 이것저것 주문을 했더니 까다롭다는 핀잔만 돌아올 뿐이었다. 설치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시 볼일도 사용할 일도 없겠지만, 사용하는 사람은 두고두고 그 불편함을 겪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번 시공하면 10년, 아닌 평생을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것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 아닌가.

만들고 판매하고 유통하는 사람들의 사소한 부주의나 부정직은 결국 사용자에게는 평생, 지속적인 불편함과 위험, 불만족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의자 하나, 책상 하나, 창문 하나 이런 하나하나를 만들 때 그것을 섬세하고 정교하게 마무리하고 정직하게 제작하는 것은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바탕이 되는 것이다. 기술이 왜 필요한가. 바로 인간에게 편리함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제품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것은 인간의 삶이 전제되어야 한다. 인간이 빠진 디자인이 무슨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인간의 삶이 빠진 제품이 과연 얼마나 효용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인간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고 아름답게 또 편리하게 만들 것인지, 바로 그것을 사용할 인간에 대한 배려와 존중 없는 기술이나 제품이 무슨 의미를 지닐 수 있는가 말이다.

모든 일에는 직업정신이 필요하다. 그 직업정신의 밑바탕에는 바로 인간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 이런 정신은 특정 직업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요구되는 정신이다. 이런 정신을 간직한 사람이라면 그가 무슨 일을 하든 인류에 공헌하는 사람일 것이다. 모든 직업윤리, 일에 대한 철학은 바로 인간 존중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무엇을 하든, 어디에서든,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 생명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 필요하다. 낡은 구두를 수리하는 수선공의 손길에서도 우리는 인간에 대한 배려와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당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도 없고 남에게 이야기하기 부끄럽다면 일에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의 정신을 간직해 보자. 그 일은 가치 있고 인류에 놀라운 공헌을 하는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은 ‘WHAT’이 아니라 ‘HOW TO’가 중요하다. 무슨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바로 어떻게 일하느냐가 우리의 가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위 기사는 가톨릭평화신문에서 발췌함을 밝힙니다.

언론사 : cp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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