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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억울한 죽음 더 이상 없어야 - 고(故) 김훈 중위 순직 인정을 보고

관리자 | 2017.09.14 09:28 | 조회 3982
1998년 2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숨진 김훈 중위가 사건 발생 19년여 만에 순직 인정을 받았다. 너무 늦은 결정이지만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이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우리 군이 주님이 주신 생명을 어떻게 다뤄왔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어 답답한 마음 금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지켜보는 이들이 이러하건대 당사자를 둔 가족들의 심정은 어떨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알려진 대로 김 중위는 최전방 초소(GP)에서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군은 사건 발생 바로 다음 날 청소를 하는 등 현장을 훼손했고, 군 수사당국은 제대로 된 수사도 없이 사건 당일 ‘자살’ 결론을 내렸다. 타살로 의심할 만한 증거가 무수히 나왔으나 모두 무시되고 말았다.

이후 가족들을 비롯한 뜻있는 이들의 각고의 노력으로 순직 인정을 이끌어낸 것이다. 그나마 김 중위의 아버지가 육군 고위 장성 출신이라 이 정도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라는 말도 없지 않다.

김 중위 사건에서 보듯 군에서 일어나는 사망사고는 ‘자살’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유가족들에게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않는 사례도 다반사다. 자살 이유도 ‘의지박약’ 등 개인 책임으로 돌리기 일쑤여서 유가족에게 이중 삼중의 고통을 안긴다.

예비역 중장이기도 한 김 중위의 아버지 김척(75) 장군은 “정의롭지 못한 군대는 강도떼나 다름없는데 그런 군대를 누가 신뢰하겠느냐”고 했다. 군이 정의를 저버릴 때 국민은 배신감을 넘어 적개심마저 갖게 된다고도 했다.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하나뿐인 생명을 국가에 맡긴 이들이 군인이라면, 국가는 이들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김 중위 순직 인정을 계기로 더 이상 군에서 억울한 죽음이 생기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내맡긴 군인과 그 가족들에 대한 예의다.

* 이 기사는 가톨릭신문에 발췌함을 밝힙니다.
언론사 : 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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