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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의 창] 자살… 슬픔 속 희망 찾기 / 손애경 수녀

관리자 | 2017.09.14 09:26 | 조회 4000
9월 10일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는 전 세계에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고 자살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03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이 날을 공동으로 제정했다. 이에 한국자살예방협회는 2007년 이후 해마다 9월 10일에 기념식 및 학술대회와 자살예방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12년 동안 OECD 국가 중 1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5년 한 해 동안에만 1만3513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자살로 가족을 잃은 이들은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 해 50만 명 이상의 자살 유가족들이 생기는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자살 사별자는 일반인보다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7배, 자살 위험은 8.3배나 된다. 자살 사별자에게는 가까운 사람을 예상치 못하게 잃은 슬픔뿐 아니라 자살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무력감, 고인에 대한 분노와 원망, 생전의 일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 등 복합적인 감정이 순차적으로 또는 동시에 일어난다. 더불어 고인이 남긴 경제적 부채를 해결하거나 함께 지던 책임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때문에 자살을 예방하고 자살 시도자에 대한 지원과 더불어 자살 사별자에 대한 사회적 지원과 교회적 돌봄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교회 안에서 자살은 금기시되고 있기 때문에 자살 위기자들이나 자살 사별자들의 경우, 교회로부터 보호와 치유를 받기보다는 또 다른 상처를 받거나 스스로 교회를 떠나는 사례를 많이 보게 된다. 사회적 낙인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내면의 문제도 미처 풀어내지 못한 채, 가족의 자살을 철저히 감추고 고립돼 살아가는 자살 사별자들의 아픔을 들어주고 공감해줄 수 있는 곳이 바로 교회가 되어야 한다.

1917년 구교회법전에 있던 자살자에 대한 장례금지조항은 1983년 반포된 개정 교회법전에서 삭제됐다. 또한 교회는 “하느님께서는 당신만이 아시는 길을 통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에게 유효한 회개의 길을 줄 수 있기에 교회는 자기 생명을 끊어버린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해야 한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2283항)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니 교회 공동체는 자살자를 단죄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아픔과 고통을 헤아려 주고 그의 회개와 구원을 위해 함께 기도해야 한다. 더불어 자살자들의 남겨진 가족들을 주님의 연민의 마음으로 위로하고 그들의 절망과 슬픔을 들어주고 그 고통에서 회복될 수 있도록 교회가, 우리가, 내가 함께 그들의 손을 잡아 주어야 한다.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자살예방센터에서는 해마다 자살 사별자들을 위한 ‘슬픔 돌봄’ 모임과 피정을 진행하고 있다. 스스로 교회를 떠났던 이들이 이 모임과 피정을 통해 공감과 치유를 얻고, 다시 교회로 돌아와 다시 봉사와 나눔을 시작하고 있다. 그들은 끝이 없을 것 같던 어둠의 시간 속에서 주님의 빛을 발견하고, 그 빛을 통해 다시 희망을 발견하고, 교회 안에서 세상 안에서 다시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또 다른 부활을 만나게 된다.

아마도 그들이 절망과 죽음의 터널을 나오기까지는 상상할 수 없는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가 함께 기도하고 그 손을 잡아 준다면 예수님께서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셨듯이 자살 위기자들, 자살 시도자들, 자살 사별자들도 죽음을 생각했던 슬픔 속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지금 이 순간 나의 가족, 이웃들에게 따뜻한 미소를 보내고 웃지 못하고 있는 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줄 수 있는 우리가, 내가 되어 보자.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손애경 수녀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 센터장)



* 이 기사는 가톨릭신문에서 발췌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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