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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주일에 만난 사람] 수차례 낙태 유혹에도 생명 선택한 김민경(루치아)씨

관리자 | 2017.05.11 14:12 | 조회 4960
생명주일에 만난 사람] 수차례 낙태 유혹에도 생명 선택한 김민경(루치아)씨

“낙태, 모든 인성 파괴하는 근원… 결국 세상을 죄로 물들이죠”

독한 약 복용하다 임신 사실 알았지만 출산 결정
의사의 낙태 권유에도 “장애 있어도 낳아 기를 것”
백혈병 막내 일찍 떠나보내며 하느님 섭리 깨달아
영성심리상담 봉사 앞장서고 어린 영혼 위해 기도

발행일2017-05-07 [제3043호, 12면]                

김민경씨는 먼저 떠나보낸 막내 일을 계기로 일찍 세상을 떠난 안타까운 어린 영혼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말한다.
십대 시절 ‘생명의 신비’라는 슬라이드를 봤다. 낙태 시술 장면이 나왔다. 끝부분이 가위 날과 같이 생긴 큐렛이 자궁 속으로 쑥 들어갔다. 아기인 듯 보이는 형체가 꿈틀댔다.
큐렛을 피해 구석구석으로 도망치며 몸부림쳤다. 순간 ‘엄마 살려줘요, 살려줘요’라며 절박하게 부르짖는 비명이 들리는 듯했다. 좁은 자궁 속에서 그 형체의 손과 발은 결국 잘려나갔다. 이윽고 흡입기에 딸려 나온 모습. 갓난아기의 생김새와 꼭 닮았다.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잉태된 지 몇 달 되지 않았으면, 뱃속에선 아무 것도 모를 줄 알았다. 하지만 아기는 이미 어른과 다를 바 없었다. 살기 위해 버둥대는 아기를 기어이 외면하는 이들…. 눈물을 쏟으며 기도했다.

“만약 제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선물로 주신다면, 주시는 대로 다 낳겠습니다. 하느님께서 도와주신다면, 생명의 소중함을 제 삶으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김민경(루치아·57·서울 서원동본당)씨는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낙태 영상을 생생히 기억한다. 이후 낙태하려는 이들을 설득하고 다녔다. 그런데 김씨 자신이 건강 등의 이유로 수차례에 걸쳐 낙태의 유혹을 받아야 했다.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겨드리는 그 마음 하나로, 성모님께 전구하며 모든 유혹을 물리쳤다. 항상 ‘야훼이레’(하느님께서 마련해 주신다)를 강조하며 ‘네’라고 대답한 김씨. ‘생명주일’을 맞아, 위기가 닥칠수록 더욱 더 단호하게 ‘생명’을 선택하고 지켜온 김씨의 삶과 신앙이야기를 나눠본다.


■ 독한 약 먹었으면 당연히 낙태?

김씨는 결혼 전 몸이 약해 아기를 낳을 수 없다는 의사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기적과도 같이 결혼 1년 만에 쌍둥이 딸을 낳았다. 사실 김씨는 신우염 치료약과 감기약까지 먹고 있었던 때라 걱정스럽기 그지없었다고 한다. 또 임신중독증에 빈혈까지 겹쳐 출산 날까지 오로지 버티는 데 온 기력을 쏟아야 했다.

쌍둥이는 건강하게 태어났다. 김씨 입에서는 틈만 나면 ‘하느님 감사합니다’, ‘성모님 감사합니다’란 기도가 절로 나왔다고.

쌍둥이를 키우며 과로해서인지 김씨의 신우염이 재발됐다. 일주일이나 독한 항생제를 먹는 도중에, 두 번째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담당의사는 가톨릭신자였지만 “낳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집안에 장애인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얼마나 힘든 줄 아느냐”는 말을 반복했다.

“저는 절대로 아기에게 해가 될 수 있는 검사는 하지 않겠어요. 잘못돼 정상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으로 태어나더라도 기쁘게 받아들일 겁니다.”

세상 밖으로 나온 아기는 누구보다 건강한 아들이었다.

아기가 태어난 지 28일째 되는 날, 김씨는 한 교우가 다급하게 건 전화를 받았다. 성당 성체조배실 앞에 갓난아기가 버려져 있다는 것이었다. 급한 대로 아기를 데려오게 해 품에 꼭 안아줬다. 아기가 너무 애처로워 소리 없이 울었다고. 그런 김씨에게 경찰은 “나중에 골치 아프니 보육원에 보내세요”라고만 강요했다. 김씨는 남편에게 사정했다. 이 아기도 키우게 해달라고.

다시 또 ‘쌍둥이’를 키우는 날들이 시작됐다. 게다가 버림받은 아기는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수시로 울었다. 김씨는 눈물을 머금고 자신이 낳은 아기에겐 우유를 먹이면서, 데려온 아기에겐 모유를 실컷 먹였다. 얼마 후 아기의 생모가 마음이 바뀌었다면서 아기를 데려가겠다고 나섰다. 안타깝고 허전한 마음에 마음이 저렸지만, 아기는 생모가 키우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 생명의 선물과 고통 함께 주어져

그로부터 2년 후 김씨는 세 번째 임신을 했다. 이번엔 별 탈 없이 출산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해 곤혹을 치렀다.

네 명의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고된 일상이었지만, 김씨는 매일같이 아이들 덕분에 웃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막내가 두 돌도 안 됐을 때, ‘사건’이 생겼다. 몸이 안 좋아 진료를 받았더니 임신이었다. 친척들과 지인들은 그렇게 약해진 몸으로 아기를 더 낳을 수 없다고 혀를 찼다. 몸은 더욱 더 쇠약해져갔다. 그러나 당시 그 고통은, 이후에 겪을 고통에 비하면 서막에 불과하다는 걸 몰랐었다. 임신 3개월이 좀 넘어서 엄청난 양의 하혈이 시작됐다. 의사는 심각하게 강조했다.

“수술을 해야 합니다. 산모만 살 수 있습니다.”

남편까지도 아기를 없애자고 했다. 참으로 야속했다.

“엄마가 자기 아기를 죽여도 그냥 두면서, 어떻게 사람들에게 살인하지 말라고 할 수 있어요?”

김씨는 “아기를 잘 지키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고 내가 가야할 길”이라는 생각만 했다고 한다.

다시 큰 병원을 찾았지만 결론은 같았다. 유산할 확률은 50%가 넘는다고 했고, 아기를 낳는다 해도 염색체 이상이 생길 거라고 했다. 만나는 의사들마다 “하루라도 빨리 수술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뱃속의 아기가 그런 말들을 들을까봐 배를 꼭 움켜쥐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시 하혈, 119 구급차, 응급치료, 입원, 퇴원, 다시 하혈….

김씨는 “주님, 제가 잘못한 것이 무엇인가요. 저는 생명을 소중히 여긴 죄밖에 없는데 왜 이런 고통을 주시나요?”라면서 원망을 해댔다.

가톨릭계 병원으로 옮겼다. 하지만 그곳 의사들조차 낙태를 종용했다. 주변 사람들도 기형아를 낳을 거라면서, 자식이 넷이나 있는데 왜 또 아기를 낳느냐고 낙태를 강요했다.

“어떤 경우에도 낳겠습니다. 장애아도 생명이에요. 그들은 바로 주님 자비심을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용사들입니다.”

아기는 건강하게 태어났다. 모두들 기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며칠 후 아기에게서 염색체 이상이 발견됐다. 백혈병이었다.

“착하게 살려고 노력했는데, 왜 이런 형벌을 주십니까. 제가 왜 주님을 믿어야 하죠?”
원망을 하다하다, 보이는 사람마다 붙들고 “하느님을 믿지 마세요. 하느님께서 계신다면 이럴 순 없어요”라고도 울부짖었다. 아기를 안고 울고 또 울었다. 그러다 퍼뜩 정신이 들었다.

“하느님, 죄송해요. 아기는 당신께서 제게 주신 선물이지요. 다신 몹쓸 소리 안 할게요. 아기에게서 고통을 없애 주세요.”

태어난 지 두 달 만에 아기는 기적적으로 퇴원을 했고, 한동안 언니 오빠들과 함께 방실방실 웃으며 지냈다. 아기는 항암 치료 부작용으로 인한 심장병까지 앓다가 너무 빨리 하느님 품으로 돌아갔다.


■ 엄마 뱃속에서 떠난 태아들의 영혼을 위한 기도

벌써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네 명의 자녀들은 건강하게 자라났다.

김씨는 삼성산성지 영성상담소를 거쳐 참소당 상담소 소장 등으로 활동하면서 가슴 아파하는 이들을 위한 영성심리상담 봉사도 꾸준히 해왔다.

약한 몸으로, 어떻게 그 고통의 시간들을 견뎌냈을까. 어떤 마음으로 하느님께 무조건 ‘네’라고 응답할 수 있었을까.

김씨는 “선물이라고 해도 늘 기쁜 것만은 아니었고, ‘네’라고 답하기 싫을 때도 있었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고통 속에서도 평화를 느낄 수 있었다”면서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면, 그분께선 절대 내 손을 놓지 않으신다는 확신이 느껴졌다”고 말한다. 그래서 김씨는 “주님, 저의 생과 사, 삶의 희로애락 모두를 당신 자비의 바다에 던지오니 받아주십시오”라고 기도했다고.

특히 김씨는 “세상이 더욱 더 무섭게 변해가는 것은, 작은 고통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낙태가 죄인 줄도 모르고, 힘없고 무방비 상태에 놓은 작은 생명을 마구잡이로 죽이는 의사와 여인들”의 모습을 지적한다.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면 온갖 매체들이 크게 떠들어대면서, 부모가 뱃속의 아기를 없애는 것은 왜 묵인할까요?”

김씨는 “낙태는 모든 인성을 파괴하는 근원 행위가 된다”면서 “인성의 파괴는 극도의 불안감으로 인해 사람 마음을 극악하게 만들고 세상을 죄로 물들인다”고 말했다.

막내아이를 산에 묻고 오던 날, 김씨는 “주님께서 제게 주신 고통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고 고백한다.

“숱한 엄마들이 지워버린 태아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라고, 걸핏하면 낙태수술을 권하는 의사들의 회개를 위해 기도하라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장애를 가진 이들을 위해 기도하라고, 난치병으로 고통 받다 숨져가는 어린이들과 그 아이들 때문에 애끓는 고통으로 잠 못 이루는 부모들을 위해 기도하라는 의미였습니다. 나아가 그들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 도움될 수 있는 일을 하라는 의미였습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




http://www.catholictimes.org/article/article_view.php?aid=279292&acid=670

(관리자: 아래의 본문은 위 링크의 기사의 일부분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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