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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박스의 힘… 두 생명 따뜻하게 품다

관리자 | 2010.09.02 09:58 | 조회 6070

베이비 박스의 힘… 두 생명 따뜻하게 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2010.08.31

 

 

지난 4월 16일 새벽 2시40분. “딩동∼ 딩동∼.” 두 번의 벨소리가 서울 난곡동 646번지에 울렸다. 주사랑공동체 이종락(57) 목사의 눈이 번쩍 뜨였다. 지난해 12월 설치한 베이비 박스에서 나는 소리였다. 누군가 신생아를 갖다 놓고 갔다는 사인이었다. 결코 듣고 싶지 않은 소리이기도 했다. 이 목사는 불도 켜지 않은 채 옷걸이에 걸린 옷을 잡아채 입으며 1층으로 향했다.

 

베이비 박스에서는 태어난 지 사나흘 되는 사내아이가 울고 있었다. 악을 쓰며 우는 아이 옆에는 기저귀 가방이 놓여 있었고, 가방에는 편지가 있었다. “찾지 말아 주세요. 충분히 고통당하고 있어요. 제발 찾지 말아 주세요”라는 내용이었다. 아이는 ‘새벽’이란 이름을 얻었다.

 

엄마의 마음도 이해는 됐다. 새벽이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었다. 이 목사는 “대한민국에서 장애아를 키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느냐”며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게 해 달라는 게 장애아를 둔 부모들의 공통적인 소망”이라고 말했다. 새벽이와의 첫 만남을 설명하던 이 목사는 “그래도 그렇지…”라며 눈물을 글썽이더니 “부모 처벌만 있고 정작 아이를 보호하지 못하는 모자보건법부터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날 새벽, 새벽이를 보호한 것은 법이 아니었다. 이 목사가 30만원을 들여 신생아 구호를 위해 만든 베이비 박스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 가로 85㎝, 세로 60㎝, 높이 40㎝인 박스는 건물 벽을 뚫어 설치됐다. 바깥쪽 문을 열고 신생아를 넣으면 벨이 울린다.

 

베이비 박스는 지난 3월 29일 ‘모세’도 구했다. 우유병 옆에 때 묻은 타월에 싸여 있던 모세는 이날 낮 2시 이 박스에서 구호됐다. 건강해진 모세는 한 영아원에서 입양 대기 중이다.

 

베이비 박스는 이처럼 버려지는 신생아를 신속히 발견, 보호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이 목사는 이를 전국에 설치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지만 주사랑공동체교회 외에는 아직 한 곳도 설치하지 못했다.

 

연내 목표인 전국 20여곳 설치에는 1억원 이상의 거액이 필요하다. 또 24시간 대기하면서 구호할 동역자를 만나기도 어렵다. 이 목사는 “신생아를 신속히만 발견하면 이후의 절차는 모두 우리가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달력이 넘어가는 것을 보면 마음이 급하다. 추울 때 신생아는 1시간만 방치돼도 저체온으로 죽는다고 했다.

 

이 목사는 버려지는 아이가 없으려면 무엇보다 실질적인 성교육이 우선돼야 한다며 낙태반대운동연합회가 성교육 강사도 파견한다는 말을 빠뜨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베이비 박스 전국 설치와 함께 요즘 그의 기도 제목은 공동체가 정부 인가 시설이 되는 것이다. 엘리베이터 등 1, 2층 이동시설 미비로 요원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31일 만난 새벽이의 표정은 밝았다. 이 목사와 정병옥(57) 사모, 자원봉사자 등 누구보다 가족이 많다는 것을 그도 아는 듯했다. 7월 23일 백일잔치에는 50여명이 참석했다.

 

글·사진=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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