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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세상살이 복음살이] 자살, 당신의 관심이 예방주사입니다

관리자 | 2008.12.15 22:44 | 조회 4399

[세상살이 복음살이] 자살, 당신의 관심이 예방주사입니다


"살아갈 이유를 내게 줘"

고통으로 흐려진 판단력 직접적 원인
생명윤리 의식 고취에 교회 앞장서야


오늘도 평균 40분마다 1명씩 생을 마감한다. 사고도 병도 아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의 숫자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자살’은 현재 우리나라 인구 사망원인 4위를 차지한다. 20~30대 젊은층의 사망원인으로는 1위다. 전체 사망률을 보면 OECD 국가 중 1위다.

우리나라에서는 초등학생이 성적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목숨을 끊는다. 몸이 아프고 외롭다고 노인들이 목숨을 끊는다. 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이 어린 자녀와 배우자까지 모두 죽이고 함께 죽는 동반자살 비율도 높다.

심각한 생명경시로 인해 사회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지만 범국가 차원의 관련법이나 기구, 구체적인 대책 지원은 여전히 미비하다. 이 시간에도 청소년 10명 중 6명은 한번쯤 자살을 떠올리지만, 각 언론마다 연일 특별한 거름망 없이 자살에 대해 떠들어댄다.

그렇다면 한국사회에서는 자살이 왜 이렇게 급증하는 것인가. 자살 예방을 위해 사회구성원 모두가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가.

자살에 대한 편견과 오해

“사람들이 싫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저를 싫어합니다.”

“왜 살아야 하는 건지….”

“세상에 홀로 남으면 이 아이는 더욱 불쌍해지겠지요….”


한국자살예방협회 등 각종 사이버상담실 게시판에 매일같이 올려지는 글들의 제목이다.

자살은 돌이킬 수 없는 선택. 하지만 지금도 수많은 이들이 죽고 싶어 한다.

이들은 왜 죽고 싶어 하는가. 정신과 교수와 심리상담가 등 전문가들은 “이미 자살한 사람도 결코 죽고 싶어 했던 것은 아니며, 지금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실제 죽고 싶은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대개 자살 원인은 매우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다. 학습된 절망감, 부적절한 열등감, 상시적인 외로움 등이 자살로 이끈다.

한국자살예방협회가 의뢰한 관련 조사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청소년의 자살은 성적과 입시, 청장년층은 염세 비관과 실업 등 경제상황과 큰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 광역정신보건센터가 조사한 자살 원인 중 1위는 경제적 어려움도(48.2%)였다. 노인의 경우는 건강문제가 컸다.

이러한 자살의 원인에 대한 왜곡된 의식과 그릇된 태도가 만연한 것도 큰 문제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일반인들이 흔히 말하는 ‘자살할 용기가 있으면 그 용기로 살라’는 말은 큰 오류라고 강조한다. 자살은 용기나 개인 의지와 관계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살 문제와 대안을 연구한 전문가들은 자살은 비겁해서도 또 용기가 있어서도 아닌, 판단력이 흐려져 충동적으로 저지르는 일이라고 말한다. 현재의 고통이 너무 커 판단력이 흐려지고, 상대적으로 죽음을 편안히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자살에 대해 밝히는 의식에서도 큰 문제점이 나타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005년 우리나라 15~69세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개개인에게 자살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전체의 34.4%를 차지했다.

또 어떤 사람이든 자살할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75.7%, 자살이 유일한 해결책인 상황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21.8%나 됐다. 불치병에 걸린 사람의 자살에 대해서도 69.8%라는 많은 이들이 찬성표를 던졌다.

아울러 대중매체들의 무분별한 보도 행태도 시급히 고쳐야 할 문제다.

지난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남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연예인의 자살 보도를 본 후 모방 충동을 느낀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23.6%나 차지했다.

최근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이 늘면서 자살 관련 보도들도 넘쳐난다. 그러나 무분별한 보도로 인해 모방 자살, 소위 ‘베르테르 효과’라는 후폭풍까지 몰고 왔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우리나라 보건복지사회부, 한국자살예방협회 등은 자살과 관련한 언론 보도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자살 관련 보도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도 자살 기사를 전면에 싣지 않고, 머리기사로 다루지 않으며, 하루이상 반복하지 않고, 또 자살할 때 겪는 육체적 고통과 흉측한 모습을 비롯해 구조요청 방법도 함께 보도할 것 등을 권고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 대중매체 특히 일부 연예지 등의 보도 수위는 일반 가십성 기사와 다름없이 묘사 등에 무분별한 것이 현실이다.

자살 예방

자살과 관련해 직접적인 문제에 부닥쳤을 때 일반인들은 사실 무엇을, 어떻게 도와주어야할 지 모르는 막막함으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외면하는 경우도 많다.

우선 자살을 방지하는 직접적인 태도로 심리상담가들은 자살 징후를 보이는 이들과는 무조건 함께 있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설득하려 하지 말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심리를 공감해주기만 해도 자살의 대부분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후 필수적으로 전문 정신과 치료 등을 받도록 이끌어야 한다. 자살 충동이 심각한 그 순간만 잘 넘겨도 금방 평상심으로 돌아올 수 있는 만큼 상담전화 등은 큰 도움이 된다.

아울러 보다 구체적인 예방책으로 사회각계 전문가들은 우선 어릴 때부터 자살예방교육을 체계적으로 받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밝힌다. 또 각종 상담지원 인프라를 늘이고, 지역치료공동체 네트워크를 구성하며, 유가족 배려와 같은 사후관리서비스 등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WHO와 국제연합(UN)에서도 지난 1996년 자살예방을 위해 각 국가가 범국민적 차원에서 예방전략을 수립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 내에서는 여전히 자살에 대한 편견이 커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를 꺼린다. 또 개개인의 심약함과 무능함 등 개인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으로 어려움이 산재해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개인의 노력이 수반돼야 하지만, 국가가 나서 전국 지역 정신보건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일부 사설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전체적인 국민의식개선사업으로 펼쳐지진 못하는 현실이다.

특히 사회 각계는 가톨릭교회 등 종교계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생명과 윤리에 대해 교육하고 사회안전망 역할을 해주길 요청한다.

한국자살예방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인구 중 교회나 사찰 등을 다니는 종교인구가 세계에서 보기 드물 만큼 많고, 향우회다 뭐다 해서 각종 모임도 넘쳐나지만, 자살률이 세계1위라는 점은 냉철히 짚어야할 문제”라며 “개개인의 고립감을 해소하고 연대감을 강화하는 각종 시도들이 늘어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 회장 박현민 신부도 “교회가 먼저 현재 자살 사태의 심각성을 보다 현실적으로 직시해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각 본당 ME를 활용해 기초 위기 상담을 지원하고 나아가 가톨릭 상담협회 등 전문기관과 연계해 상담 및 치료 지원을 펼쳐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살의 원인은 다양하다. 이 다양한 삶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특효약은 없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서로에게 도움줄 수 있어야 한다.


▶자살 징후 판정표

·주의 사람에게 죽고 싶다고 말한다. ( )

·갑자기 성직자나 의사를 찾는다. ( )

·태도가 위축되며 식사량이 줄고 말이 없어진다. ( )

·너무 많이 자거나 불면에 시달리는 등 수면패턴에 변화가 온다. ( )

·알코올, 약물 사용을 시작하거나 사용량을 늘린다. ( )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며 우울, 무력감, 극도의 불안, 공격 성향을 보인다. ( )

·유언장을 작성한다. ( )

·소중한 물건을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등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한다. ( )

※한 항목이라도 O표가 있으면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 전화 및 인터넷 상담실

·한국자살예방협회 : www.suicideprevention.or.kr
·보건복지콜센터 : 국번없이 129, www.129.go.kr 실시간 채팅도 지원
·생명의 전화 : 1588-9191, lifeline.or.kr
·정신건강 HOTLINE : 1577-0199, www.suicide.or.kr 자가진단도 지원
·한국청소년상담원 : 국번없이 1388, www.kyci.or.kr

▶ 2007년 자살자 사유별 현황
합계 1만3407 (단위 : 명)

정신이상 : 935
병고 : 2497
염세비관 : 6619
빈곤 : 406
낙망 : 666
치정, 실연, 부정 : 891
가정불화 : 648
사업실패 : 295

주정아 기자 stella@catholictimes.org

[가톨릭신문] 제2624호 2008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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