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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각막기증 서약 또 서약… 그래도 사랑실천 부족하다 하셔”

관리자 | 2009.02.24 11:20 | 조회 4410

“각막기증 서약 또 서약… 그래도 사랑실천 부족하다 하셔”

 



 
■ 金추기경과 나

김용태 한마음한몸운동본부장 “장기기증 자선단체 만드신 후 솔선수범”

 

 

“지난해 10월 추기경님의 건강이 급속히 악화됐을 때였습니다. 추기경님이 의식을 회복하자 의료진이 물었지요. 전에 말씀하신 대로 기증하시겠느냐는 얘기였습니다. 기력이 떨어진 상태였지만 분명하게 기증 의사를 다시금 확인하시더군요.”

 

 

 

 

 

 

 

 

 

 

김 추기경이 ‘뇌사 시 안구각막 기증’ 의사를 처음 밝힌 것은 1989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참석한 가운데 서울에서 열린 세계성체대회 때였다. 대회를 계기로 충만해진 천주교의 사랑의 정신이 이웃으로 전해지도록 하자는 취지였다고 한다. 그래서 만든 단체가 장기기증과 해외원조 사업 등을 전담하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자선단체인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용태 신부가 기억하는 김 추기경은 나눔과 생명사랑을 실천하며 솔선수범을 보여준 성직자였다. 18일 김 추기경의 빈소가 차려진 명동성당 옆 가톨릭회관에서 만난 그는 생생한 옛 기억들을 되살려냈다.

 

“추기경께서 당시 ‘뇌사 시 안구각막 기증’ 의사를 밝힌 것은 스스로 모범을 보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때(1989년) 각막 기증을 서약하신 뒤에도 2005, 2006년 서울대교구 차원에서 성체대회를 열면서 전체 성직자를 대상으로 뇌사 시 장기기증 서약을 받으면서 다시 한번 그 서약을 확인하셨습니다. 그때 250여 명의 성직자가 장기기증을 서약했지요.”

 

김 신부는 김 추기경이 한마음한몸운동본부와 함께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미혼모 자녀 입양기관인 성가정입양원을 만든 일도 소개했다. 추기경은 엄마가 아이를 낳고도 기를 수 없어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는 현실이 가슴 아파 국내에서 새 엄마와 아빠를 찾아주자며 국내 입양을 전담하는 기관을 만들자고 했다고 한다.

김 신부는 추기경이 소외된 이웃을 보살펴온 다른 일화도 소개했다.

김 추기경은 10여 년 전부터 추석 즈음 서울 모처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왔다고 한다. 다른 행사들과 달리 김 추기경이 철저히 비밀에 부친 이 행사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으로 숨진 환자들을 위한 위령미사.

 

“추기경께서는 지난해엔 병세가 위중해져 거동하지 못하셨지만 그전까지 거의 빠짐없이 매년 미사에 참석하실 정도로 그들을 끔찍이 아끼셨죠.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그들이라고 하셨습니다.”

김 신부는 1997년경으로 기억했다. 당시 김 추기경은 가족과 사회에서 버림받는 에이즈 환자들의 딱한 사정을 전해들은 뒤 몇몇 신부에게 몰래 비자금까지 쥐여 주며 그들이 쉬고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쉼터를 만들라고 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서울 몇 곳에 쉼터가 생겨났다.

김 신부는 테레사 수녀와 얽힌 이야기도 전했다. 김 추기경은 입원했던 병실에 테레사 수녀의 초상화를 걸어두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존경의 마음을 표시했다.

“김 추기경께서는 사랑을 실천하면서도 스스로 모자란다며 항상 아쉬워하셨습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동아일보]   2009. 2.19(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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