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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젊은 가슴에 번진 ‘사랑 바이러스’

관리자 | 2009.03.12 09:30 | 조회 4490

젊은 가슴에 번진 ‘사랑 바이러스’

생명나눔 “서약합니다” 감리교신학대학생 517명이 10일 학교 대강당에서 장기기증신청서를 가슴에 안고 단체 서약을 하고 있다. 김세구기자


ㆍ감리교신학대생 517명 장기기증 서약“
ㆍ고민 많았지만 새생명 생각하니 뿌듯”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 감리교신학대학교 대강당에서 학생들의 단체 장기기증 서약식이 열렸다. 신입생 등 재학생 1000여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일부 학생들은 행사 시작 전에 미리 받은 ‘장기기증 희망 신청서’에 이름을 써넣고 있었다.

장기기증 단체 ‘생명을나누는 사람들’의 조정진 상임이사가 단상에 올라 “세상을 떠날 때 가져가는 것은 세상에 나눠준 것들”이라며 “여러분들의 결단으로 많은 사람이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서약하겠다고 마음 먹은 분들, 자리에서 일어나 보시라”고 하자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일어섰다. 다소 머뭇거리던 학생들도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동참하자 하나 둘씩 일어서기 시작했다. 20대 초반의 앳된 젊은이들은 손에 든 서약 증서를 가슴에 대고 장기기증을 선서했다.

이날 기증서약에 참여한 학생은 모두 517명으로 집계됐다. 행사가 끝난 후 학생들은 길게 줄을 서서 손수 작성한 장기기증 희망 신청서를 준비된 유리함에 집어 넣었다. 신청서에 기재된 항목은 사후 각막기증, 뇌사시 장기기증, 사후 조직기증, 운전면허증 신규·갱신시 장기기증희망 의사표시 등 네 가지. 학생들은 그중에서 결정한 항목을 골라 동그라미 표시를 했다.

꼭꼭 접은 서약신청서를 들고 줄을 서 있던 엄다현씨(20·여·신학전공 2년)는 “지난주에 교내 광고를 보고 알게 된 뒤 1주일 동안 고민해 결정했다”며 “결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훗날 내 장기가 다른 사람들 안에서 살아갈 생각을 하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새내기인 조아라씨(19·여·신학부 1년)는 “신입생으로 뜻깊은 일에 참여하게 돼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이다니엘씨(23·종교철학 2년)도 “입장을 바꿔서 내 가족에게 기증자가 절실한 상황이라면 어떨까 생각해봤다”며 “기증을 기다리는 많은 이들이 남 같지 않은 생각이 들어 결정했다”고 말했다.

조 상임이사는 “과거에도 대학을 다니면서 이런 행사를 많이 했지만 참여율도 낮고 서약서 용지를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는 학생도 많았다”며 “오늘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학생들이 참여를 했을 뿐 아니라 ‘좀더 생각해보겠다’면서 서약서를 가져간 사례도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마음 먹기’가 어려운 것인데 김수환 추기경 선종 이후 장기기증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없어지고 사회적 분위기도 성숙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로사·임아영기자 ro@kyunghyang.com

 

[경향신문 2009-03-1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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