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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입양의 날, 미혼모를 생각하다

관리자 | 2009.05.12 10:28 | 조회 4591

입양의 날, 미혼모를 생각하다

한겨레
» 11일 ‘입양의 날’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 입양인 모임 트랙’(TRACK·Truth and Reconciliation for the Adoption Community of Korea)’ 회원들이 입양의 날을 하루 앞둔 10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입양아와 입양을 보내는 어머니를 상징하는 인형탈을 쓴 채 무분별한 해외 입양을 비판하고 아이를 기르려는 미혼모 지원을 강화할 것을 촉구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어머니는 울면서 두 팔을 벌려 헤어진 아이들을 찾고 있었다. 옆에서 난생처음으로 웨딩드레스를 입어본 미혼모도 잃어버린 아이를 찾았다.
 

10일 오후 한 사회단체가 ‘입양의 날’(5월11일)을 맞아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연 인형상황극에서, 어머니로 분장한 배우들은 자식 잃은 어미의 슬픔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날 인형극은 극단 ‘인형엄마’의 엄정애 대표가 인형을 만들고, 40여 명의 입양인과 자원봉사자 등 100여 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입양아를 사랑으로 돌봐야 한다는 ‘예상 가능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게 아니었다. 아이와 헤어져야 하는 미혼모와, 엄마와 떨어져야 하는 아이들의 아픔에 주목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제인 정 트렌카(Jane Jeong Trenka·정경아·37)는 의외로 입양의 날을 `반(反) 아동의 날'이라 불렀다. 그는 2004년부터 한국에 살고 있는 미국 입양아였다. “입양이 설사 사랑을 주는 행위라 할지라도, 어떤 입양이든 엄마와 아이를 떼어 놓는 일입니다. 어린이날 바로 다음에 ‘입양의 날’이 있는 게 역설적이지 않나요?” 이런 생각 때문에 트렌카는 “입양을 장려하기 전에 미혼모들이 아이를 기를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 입양 제도는 한국전쟁이 끝난 후 국제사회봉사회(International Social Services)에 의해 시작됐다. 애초 전쟁 중 한국 여성과 미군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을 위한 것이었으나, 1970년대 이후엔 미혼모가 낳은 아이들이 주요 입양 대상이 됐다. 지난해 국내외로 입양된 아이 1306명 가운데 미혼모의 아이는 1056명으로 약 80%를 차지했다.

이번 행사는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 입양인 모임-트랙(TRACK·Truth and Reconciliation for the Adoption Community of Korea)’이 열었다. ‘트랙’은 지난해 8월 ‘한국의 외국 입양에 관한 진실을 밝히고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설립하라’고 요구하며 만들어졌다.

 

요즘 미국의 양부모들은 평균적 3200여만 원을 한국인 입양아들에게 쓴다. 트랙 쪽은 “아이를 낳고 5년 동안 이만큼의 돈이 미혼모한테 주어진다면 매달 54만여 원씩 받아 아이들을 직접 돌볼 가능성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김도현 ‘뿌리의 집’ 원장도 “아이를 버릴 수밖에 없는 조건에 놓인 부모들을 생각하면 입양의 날은 축하만 할 날은 아니다”라며 “국가는 입양을 장려하기 전에 입양하지 않아도 아이를 기를 수 있는 복지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어 “입양과 돌아온 입양아들에 대한 온정주의적인 태도보다 입양하게 하는 구조를 바꾸는 게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딸과 함께 서울 보신각 앞을 지나다 인형상황극을 지켜본 부윤희(39)씨는 “입양아 문제는 많이 알려져 알고 있었지만 미혼모와 그 아이 문제는 잘 몰랐다”며 “앞으로 더 많이 고민해봐야겠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한겨레]  2009-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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