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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스] 피임 때문에 ‘고귀한 性’ 퇴색했다

관리자 | 2009.04.13 00:49 | 조회 4614
피임 때문에 ‘고귀한 性’ 퇴색했다
 
영혼의 리더<17>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장 이동익 신부

오늘은 부활절이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에 부활이 있다. 일반인들이나 신자들은 왠지 부활절보다 성탄절이 더 기쁘다. 생명을 얻어 세상으로 나온 생일이 더 즐거운 게 인간 본성일까.

인간에게 삶은 무겁기도 하다. 욥기 제3장에서 욥은 자신의 생일을 저주하며 “왜 하느님께서는 생명을 주시는가?”라고 따진다. 욥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모든 번민과 고통에 대한 답은 믿음에 있었다. 욥은 행복하게 살다 천수를 누린다.

욥이 던진 질문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며 세부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래서 가톨릭대 생명대학원장 이동익(53) 신부를 찾아갔다. ‘이 세상에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는 주역들’을 양성하는 게 목표인 생명대학원은 2008학년도에 첫 신입생을 모집했다. 강금실 전 장관도 생명대학원 1기생 중 한 명이다.



교회는 ‘피임적 사고방식’ 경계해야
이 대학원은 한국 최초의 생명 전문 대학원으로 생명윤리학 전공과 생명문화학 전공으로 나뉘어 있다. 관련 커리큘럼을 모두 갖춘 교육기관으로는 아시아에서 유일하다. 생명대학원에선 철학·인간학·신학을 바탕으로 의학·정치·언론·법학 등 다양한 학문이 학제 간 협력을 한다. 생명대학원은 아시아를 겨냥해 설립됐다. 아시아 지역 학생들을 교육시켜 아시아에 생명 윤리와 생명 문화를 확산시키는 진원지가 될 것이다.

이동익 원장은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 교황청 생명학술원 위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총무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동익 신부가 언론이나 정부에 전하는 가톨릭의 입장은 단호하다.

낙태에 대해 이 신부는 이렇게 말한다. “낙태는 방어 능력 없는 태아에게 가해지는 무자비한 폭력이다. 태중의 생명도 반드시 보호받아야 한다. 성폭력에 의한 임신이나 장애를 가진 태아도 생명으로 존중돼야 한다. 사회·경제적 이유로 낙태를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1983년 사제 수품을 받은 이동익 신부는 가톨릭대 신학부를 졸업하고 로마 라테란대학교 알퐁소대학원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생명의 관리자』 등이 있다. 7일 반포에 있는 가톨릭대학교 성의 교정에서 이 신부를 만났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가톨릭 생명 윤리 중에 지키기 힘든 게 있습니다.
“피임·동성애·낙태 등의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는 가톨릭이 보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신자가 되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죽을 때가 되면 세례 받겠다’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웃음) 그러나 생명 윤리는 ‘된다, 안 된다’의 문제가 아닙니다. 생명 윤리의 내용이 무엇을 의도하고 지향하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이건 되고, 이건 안 되고’라는 잣대로 해석하면 교회가 사회를 갈라놓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기본 정신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낙태는 방어능력 없는 생명에 대한 폭력
“인간학적인 관점에서 봐도 피임에는 부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고찰해 보면 피임 때문에 여성이 남자에게 억압당하는 구조가 됐습니다. 피임 기술의 발달 때문에 낙태가 현저하게 증가했습니다. 피임 때문에 성(性)이 갖는 고귀한 측면이 퇴색하고 쾌락의 도구가 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를 극복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부부의 성도 존경과 대화가 필요하며 때로는 금욕도 해야 합니다. 성관계는 인간 관계를 더 공고히 해주고 사랑을 풍부하게, 정을 깊게 해줘야 합니다. 피임이 이런 것들을 상실케 합니다. 교회는 ‘피임적 사고방식’을 경계합니다.

낙태도 마찬가지입니다. 통계에 따라 수치가 다르기는 하지만 일단 낙태가 많이 행해지고 있다는 게 공통된 인식입니다. 대부분의 낙태가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자행됩니다. 생명보다 내 눈앞의 정신적·경제적 이익을 중시하며 이익 때문에 생명을 버릴 수 있다는 생각이 만연돼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가 위태롭습니다.”

-피임 방법을 몰라서 임신을 하고,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하게 되면 낙태하게 되는 건 아닙니까.
“피임은 100퍼센트 성공 못합니다. 피임을 했으나 임신하게 되면 낙태로 자연스레 이어질 수 있습니다. ‘피임적 사고방식’은 ‘낙태적 사고방식’을 낳습니다. 생명을 거부하는 사고방식입니다.”

-피임·낙태가 가능해야 여성이 자유롭다. 여성은 애를 낳는 기계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런 사고방식이 우리 사회의 발전에 기여한 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핵가족화, 산업화, 가족 성원 모두가 경제 활동을 하는 상황, 자아실현, 치열한 생존 경쟁…. 이런 상황이 가정의 붕괴, 청소년 탈선 등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습니다. 개인이나 부부에게만 이런 문제에 대한 책임을 맡겨둘 수는 없습니다. 사회와 국가가 인간 존엄을 증진시켜야 합니다. 더 풍요로운 가정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서구의 사회 시스템은 가정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 거기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임신·출산과 관련해 여성에게만 책임을 부과하는 것보다는 사회 공동체 전체가 풀어나가야 할 성질의 것도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개신교와 가톨릭이 낙태 반대 운동을 벌이며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등 정치화(politicized)된 면이 있습니다. 한국은 왜 그런 정치화 현상이 없습니까.
“정치화라기보다는 ‘시민의식화’ 되었다는 표현을 쓰고 싶습니다. 영국이나 미국은 낙태 문제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여성을 돕는 NGO 운동이 수십 년 전부터 발전해 왔습니다. 생명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조직화됐습니다. 우리나라는 친생명세력 조직화의 역사가 짧습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물질에 편중돼 있습니다. 눈부신 성장을 이룩하는 과정에서 경제가 삶의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됐습니다. 물질 변화에 맞는 성숙한 윤리 의식을 가질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모든 정책이 경제제일주의 형태로 추진되다 보니 ‘경제적인 이유로 낙태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팽배해졌습니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자발적인 운동의 형식으
로 시민의식화가 나타날 것입니다.


김수환 추기경, 존엄사 선택한 것 아냐
-존엄사에 대해선 어떤 입장이십니까.
“많은 사람이 추기경님이 존엄사를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존엄사법을 제정하자는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습니다. 사실과 다릅니다. 추기경은 존엄사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죽음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심각한 왜곡에 대해 가톨릭 주교회의의 생명윤리위원회에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사회나 정부가 생각하는 의미의 존엄사법 입법에 반대한다는 것이죠.”

-생명과 관련된 성경 구절 중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신명기 32장 39절은 말합니다. ‘이제 알아라. 내가 바로 그다. 나 외에는 신이 없다. 죽이는 것도 나요 살리는 것도 나며 찌르는 것도 나요 고쳐 주는 것도 나다. 내 손에 잡은 것을 빼낼 자 없다.’ 인간의 생명은 온전히 하늘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뿌리 깊은 관점입니다. 동양에서는 천명(天命)이라고 했죠. 생명에 대한 결정권을 우리 인간이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하느님에 대한 불경이라고 보는 구절입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요한복음 12장 24절의 말은 해석하기에 따라 ‘죽음을 부추기는 것’으로 들립니다.
“가톨릭 교회는 인간의 생명이 절대적 가치라고 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이라는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과 내 생명,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 생명을 선택하는 것이 배교, 하느님을 선택해 죽은 게 순교입니다.”

 

[조인스] 2009.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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