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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스 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장기기증 - 뇌사자 혼자서 9명에게 ‘새 삶’

관리자 | 2009.04.08 13:52 | 조회 4606

 

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9> 장기기증

 

뇌사자 혼자서 9명에게 ‘새 삶’ … 이 순간에도 1만4000명이 기다립니다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지난 2월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은 마지막 눈을 감는 순간까지 사랑을 실천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김 추기경이 이 땅에 남긴 것은 사랑의 메시지만이 아니었습니다. 사후 각막 기증 서약에 따라 선종 직후 추기경의 각막은 한 시각장애인에게 전해졌고 그에게 세상의 빛을 선물했습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장기기증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만, 일반인들이 장기기증에 관해 알고 있는 상식에는 잘못된 것이 많습니다. 병으로 고통받는 타인에게 생명을 나눠주는 사랑의 실천, 장기기증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이에스더 기자 우리나라 최초의 장기이식 수술은 40년 전인 1969년 3월 가톨릭의대 성모병원의 이용각 교수 팀이 집도한 신장이식이었다. 만성 신부전으로 고생하던 아들에게 어머니가 한쪽 신장을 내준 생존자 간 이식 수술이었다. 첫 이식 수술 이후 20여 년간 장기이식을 규제하는 법률이 없어 불법 장기 매매가 성행했다. 장기 밀매는 90년대 초 민간 장기기증 운동 단체들이 속속 문을 열면서 고개를 숙였다. 91년 낯 모르는 이에게 신장을 기증해 국내 순수 장기기증 1호로 기록된 박진탁 목사는 같은 해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설립해 기증 운동을 시작했다. 정부에 의한 전국적인 장기이식관리 시스템은 99년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비로소 도입됐다.

 

장기기증은 생존 시 기증과 사후ㆍ뇌사 시 기증으로 나뉜다. 뇌사 상태에 빠진 사람이 장기를 기증하면 모두 9명의 불치병 환자에게 새 삶을 선물할 수 있다. 심장, 폐(2개), 췌장, 신장(2개), 간장, 각막(2개)을 줄 수 있기 때문. 뇌사가 아니더라도 사망한 뒤에 기증할 수 있는 장기는 신장, 각막, 뼈 등이 있다. 하지만 사망 후 이식할 경우 신장은 심장이 멎어 사망하는 심장사의 경우에만, 각막은 사망 직후 적출해냈을 때만 이식이 가능하다. 살아 있는 사람도 장기를 기증할 수 있다. 한쪽 신장과 간장(부분), 췌장(부분), 조혈모세포(골수)를 이식할 수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 ‘장기’는 신장ㆍ간장ㆍ췌장ㆍ심장ㆍ폐 같은 ‘고형 장기’를 의미하지만 국내에서는 각막과 조혈모세포도 기증 가능한 장기의 범주에 포함돼 있다. 조혈모세포 이식 수술은 불치병으로 알려진 백혈병(혈액암)을 앓는 환자에게 새 삶을 준다. 조혈모세포는 혈액을 만들어내는 공장과 같은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전신 마취 상태에서 기증자의 골반(엉덩이) 뼈 속에 주사기를 삽입하여 채취했지만 최근에는 헌혈과 비슷한 말초혈 채취법(손가락 끝에서 채취하는 시술)이 개발됐다. 장기기증 등록은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www.konos.go.kr)나 국가가 공인하는 장기이식등록기관에서 할 수 있다. 등록기관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www.donor.or.kr) 등 전국 303곳이다. 온라인, 우편을 통한 접수도 가능하다. 모든 등록자의 정보는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전산망에 등록돼 통합 관리된다.

 

 

장기기증 등록하는 데 있어 특별한 조건은 없다. 건강검진서 등의 서류도 필요하지 않다. 다만 미성년자일 경우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 성인이 기증 등록을 할 때는 가족의 동의서가 필요 없지만 가족들에게 등록 사실을 알리고 미리 이해를 구해야 한다. 실제로 뇌사 등 장기기증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족이 반대하면 본인의 기증 의사와 상관없이 이식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장기기증ㆍ이식 건수는 비약적으로 늘었다. 69년 이후 지금까지 2만여 건의 이식 수술이 이뤄졌다. 하지만 국내 장기기증 건수는 이식 대기자에 비해 턱없이 적다. 이식 대기자 수가 매년 늘어 지난해 기준 1만4000명을 넘어섰지만 같은 해 뇌사자 장기이식 건수는 1140건에 불과하다.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환자는 연간 1000명에 달한다. 시신 훼손 등을 우려해 뇌사 시 기증을 꺼리는 등 인식이 부족한 탓이다.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도 차이가 크다. 2007년 기준 인구 100만 명당 뇌사 시 장기기증자 수는 스페인 34.3명, 미국 26.6명인 데 반해 한국은 3.1명에 불과하다. 현재 국내 기네스북에 최다 장기기증자로 올라와 있는 사람은 고 김길태 해병 상병이다. 96년 8월 유격훈련 도중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진 김 상병이 ‘소생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자 가족들은 “젊은 생명을 헛되이 보낼 수 없다”며 기증을 결정했다. 심장, 신장, 간, 각막, 간이 기증돼 6명의 환자에게 희망을 나눠줬다. 또 뼈는 수십 명의 기형 장애 환자에게 전해졌다.

 


장기기증 오해와 진실

Q:‘식물인간’ 상태에서도 장기기증을 할 수 있다?

식물인간은 대뇌의 일부가 다쳐 무의식 상태를 유지할 때를 가리키는 말이다. 자발적 호흡이 가능하고 수개월 혹은 수년 후 의식을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달리 뇌사는 뇌질환이나 사고 등으로 뇌의 기능이 손상되고 호흡 및 순환 중추 기능까지 상실해 회복이 절대 불가능한 상태다. 인공호흡기를 부착하더라도 결국에는 심장박동이 정지된다. 따라서 ‘뇌사’ 상태인 사람은 장기를 기증할 수 있지만 ‘식물인간’ 상태인 이는 기증을 할 수 없다. 정밀한 의학 검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뇌사 판정을 받았을 때 장기를 기증하는 것을 ‘뇌사 기증’이라고 한다.

Q:골수(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으면 혈액형이 바뀐다?

골수이식은 적혈구의 타입인 A, B, O, AB 등 혈액형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백혈구의 HLA(조직적합성)가 맞는 기증자를 찾아서 이식을 한다. 이 때문에 기증자와 이식자의 혈액형이 다를 수 있다. 조혈모세포는 적혈구를 생성하는 모세포이기 때문에 이식자의 혈액형이 기증자의 혈액형으로 바뀐다.

Q:골수 기증을 하면 디스크 질환이 생긴다?

백혈병 환자를 위한 조혈모세포(골수) 기증을 하면 디스크 등 척추 질환이 생긴다는 잘못된 상식이 널리 퍼져 있다. 조혈모세포는 척추에서 채취하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뼈에서 채취하기 때문에 허리 통증과는 무관하다. 다만 이전에 디스크를 앓았던 사람이 조혈모세포를 기증할 경우 잠재된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사전에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을 해야 한다.

Q:각막 기증을 하려면 안구 전체를 적출해야 한다?

각막은 우리 눈의 맨 앞쪽에 위치한 얇고 투명한 조직으로, 안구를 보호하고 빛을 굴절시켜 망막에 이르도록 하는 렌즈 같은 역할을 한다. 각막을 기증할 때는 안구를 적출하는 것이 아니라 얇은 조직만 벗겨내므로 신체 훼손이 거의 없다.

Q:살아 있는 사람은 각막을 기증할 수 없다?

소설 『가시고기』는 아버지의 헌신적인 사랑을 절절하게 그려낸 베스트셀러. 하지만 ‘살아 있는 사람의 각막을 떼 이식한다’는 설정으로 많은 오해와 편견을 낳기도 했다. 생존 시 각막을 기증할 경우 기증자가 실명하기 때문에 법에 의해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각막은 뇌사 시 혹은 사후에만 기증할 수 있다. 장기 매매 역시 처벌받는다. 살아 있는 사람이 기증할 수 있는 장기나 조직은 신장ㆍ간ㆍ조혈모세포(골수)뿐이다. 기증하더라도 기증자의 건강을 해치지 않기 때문이다.

Q:장기이식 수술을 받으면 기증자의 성격을 닮는다?

장기이식을 받은 사람은 기증자의 성격과 습성은 물론, 외모까지 닮아간다는 주장이 있다. 우리 몸속 세포 하나하나에 기억이 저장되고 이를 다른 이에게 줄 경우에는 기억까지 전이된다는 얘기다. 극적 상황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에 영화나 드라마에 활용되곤 한다. 각막이식 수술을 받은 뒤 귀신을 보게 되거나(영화 ‘디 아이’),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여자가 우연히 마주친 기증자의 남자 친구를 보고 사랑에 빠지는(드라마 ‘여름향기’) 식이다. 이런 현상을 가리켜 ‘셀룰러 메모리(Cellular Memory)’라는 용어까지 나왔지만, 지금까지 실제 사례가 보고된 적은 없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이지선 팀장은 “내성적인 성격의 환자가 이식 수술 후 쾌활하고 적극적으로 바뀌는 것을 자주 보긴 하지만, 기증자의 성격을 닮는다기보다는 건강 회복으로 자신감을 되찾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인스 뉴스 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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