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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뉴스 Weekly] 애 낳는 게 죄야? ⓛ

관리자 | 2009.07.14 10:36 | 조회 4341
[Weekly] 애 낳는 게 죄야? ⓛ
- ‘일하는 엄마’는 힘들어

# 아침 5시 반. 35살 워킹맘(일하는 엄마) 이은희(가명)씨의 하루가 시작됐다. 이른 아침이지만 누구보다 바쁘다. 정신없이 아이에게 우유를 먹이고 옷을 갈아입히고 아침상을 차리고. 은희씨의 아침시간은 항상 전쟁이다. 서둘러 아침밥을 먹고 옆 동네에 사는 시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기고 출근하는 은희씨. 마음은 무겁고 회사로 향하는 발걸음은 급하다. 은희씨가 석 달의 출산휴가를 쓰고 복직한 지 1년. 잦은 야근으로 집에 가면 아이가 잠든 모습만 보는 일이 허다하다. 육아휴직을 생각해봤지만 곧 마음을 접었다. 아이를 낳고 회사로 돌아가지 못하는 여성들이 많기 때문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휴직 급여 수급자는 2만9,145명으로 2007년보다 37.5% 증가했다. 급여 지원액도 984억3,100만 원으로 61.4% 늘었다. 육아휴직이 정착해나간다는 증거일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한국여성노동자회의 여성노동 상담전화 ‘평등의 전화’에 접수된 성차별 상담사례를 보면, ‘임신·출산으로 인한 해고’ 상담이 2007년 34.8%에서 지난해 55.7%로 늘었다. 경기 불황이 심화된 올 1월부터 3월까지 접수된 상담 526건 중에서는 37.5%가 ‘임신·출산’을 이유로 해고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대부분은 30대 초중반(76.9%)의 사무직(87.5%)이었다.

황현숙 ‘평등의 전화’ 상담소장은 “육아휴직 중에 퇴사처리하는 부당해고 상담이 많이 늘었다”며 “중소기업, 비정규직일 경우 더욱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황 소장은 “특히 비정규직 여성들은 육아휴직은 커녕 출산휴가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육아휴직, 있으나 마나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육아휴직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생후 3년 미만의 영유아를 둔 노동자는 자녀의 양육을 위해 휴직할 수 있다. 성별에 관계없이 2년까지 쓸 수 있고, 육아휴직 기간에는 매월 50만 원을 받는다. 특히 자녀양육에 있어서 1차적 담당자가 되어온 여성들이 출산, 육아 등의 문제로 직장에서 퇴출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육아휴직제도는 ‘일하는 부모’들에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다수 기업들이 2년간의 휴직기간으로 말미암은 업무공백 등을 이유로 휴직신청을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인사상의 불이익도 따른다.

올 6월 취업사이트 스카우트가 직장인 846명을 대상으로 ‘육아휴직 확대 실시 이후 실효성’을 조사한 결과, 95.7%가 ‘육아휴직을 못 쓰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육아휴직을 최장 2년으로 늘리는 등 제도를 개선하기 전인 작년 6월 조사 결과(89.5%)보다 높아진 수치다.

육아휴직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승진 및 인사상 불이익 때문’이 40%로 가장 높았다. 그 뒤로 ‘제도를 잘 몰라서(14.4%)’, ‘사업주의 거부로 인해(12.2%)’, ‘동료에게 미안하고 소외될 것이 두려워서(8.9%)’, ‘연봉 협상시 불리해서(4.4%)’, ‘정부 보조금이 적어서(2.2%)’ 순이었다.


한국여성의 취업 장애요인 1위, ‘육아’
‘육아’는 우리나라 여성 취업의 가장 큰 장애요인이다.

노동부가 올 3월 만 20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남녀고용평등 국민의식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59.3%가 여성 취업의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육아 부담’을 지적했다. 이어 ▲가사부담 18.5% ▲기업의 남녀차별적 관행 12.9% ▲장래비전 부족 3.7% 순이었다.


특히 직장의 출산전후 휴가제도에 대해 50.1%가 ‘지켜지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정부가 지난해 6월 육아휴직 제도를 개선하면서 맞벌이 부부는 최장 2년까지 휴직을 할 수 있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맞벌이 부모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양육시설 및 제도로는 ‘직장 보육시설’(45.8%)이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보육비 지원(18.4%) ▲육아휴직 및 육아휴직급여(14.2%) ▲산전후휴가 및 산전후휴가급여(9.1%) ▲육아를 위한 근무시간 단축(8.8%) 등이 꼽혔다.

육아를 이유로 직장을 포기하는 여성도 많다.

올해 4월 인크루트가 퇴사 경험이 있는 성인여성 1,1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녀가 있는 기혼여성들(344명)의 17.4%가 퇴사 이유로 ‘육아’를 꼽았다. 이어 ▲‘결혼’(16.0%) ▲‘출산’(8.7%) 순으로 기혼여성 42.1%가 결혼, 출산, 육아 문제로 직장을 포기했다.

기혼이면서 자녀가 없는 여성(90명) 역시 ‘결혼으로 인해 회사를 그만뒀다’가 15.6%로 가장 높았다.

아울러 자녀가 있는 기혼여성 중 ‘육아휴직을 사용했다’는 응답자들은 10.2%에 불과했다. 출산휴가도 30.1%만이 ‘제대로 출산휴가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일’ 또는 ‘아이’, 선택의 기로에 놓인 여성들
임신과 출산, 그리고 여전히 여성의 몫인 육아로 인한 직장에서의 불이익은 모두 여성들이 떠안고 있다. 아이를 낳고 직장생활을 병행하기 어려운 여성들은 일을 포기하고, 일을 계속 원하는 여성들은 출산을 기피하게 된다.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1.19명으로 2007년에 비해 0.06명 줄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 여성고용의 문제는 가족 주기별로 볼 때 미혼여성의 고용문제와 기혼여성의 고용 문제로 대별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미혼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연령대와 무관하게 20여년 간 80%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결혼과 출산 과정을 거친 여성들은 노동시장을 떠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기혼여성의 고용률은 양적인 고용률부터 현저히 낮다.

홍승아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OECD 주요국과 한국의 연령대별(여성) 고용률을 비교하면 선진국은 역U자형인데 반해 한국은 M자형 곡선으로 나타난다”며 “이는 임신과 출산이 집중되는 30대에 한국 여성의 고용율이 현격히 줄어드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또 상당수 기혼 여성들은 노동시장으로 돌아와도 기존의 경력과는 관련없는 저임금의 일자리를 얻는 양상을 보인다. 경력단절 후에 재취업하고자 하는 여성이 적절한 숙련과 경력을 갖고 있더라도 들어갈 직장이 없다는 것이다.

김혜원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출산 전에 괜찮은 일자리에 있던 여성이 계속 그 자리를 유지하도록 해야한다”며 “출산휴직 및 육아휴직 제도를 뿌리내리고 육아휴직 이후 직장에 복귀했을 때 영유아 양육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여성의 임신과 출산은 기업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비용을 유발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의 정책은 기업이 고용한 여성의 임신과 출산으로부터 발생하는 비용을 최소화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도움말
- 한국여성노동자회 여성노동 상담전화 ‘평등의 전화’(황현숙 소장)
- 홍승아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한국노동연구원 ‘OECD 주요국의 여성고용정책 연구 - 영국·캐나다·스웨덴·덴마크, 2007’

이수아 기자[leesooah@datanews.co.kr]

 

[데이터뉴스]  2009-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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