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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커버스토리 가톨릭 윤리신학에서 바라본 성(性)

관리자 | 2009.08.07 11:00 | 조회 4433

커버스토리] 가톨릭 윤리신학에서 바라본 성(性)

‘성=쾌락’은 잘못된 고정관념
 
성은 선한 것·창조주 하느님 축복의 표시
욕망 충족 수단 전락할 때 인간 완성 방해
 
 

- 사회는 상품화된 성을 우리들에게, 우리의 자녀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성이 돈벌이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이 같은 세태는 교회 입장에서 볼 때 하느님 창조사업을 거스르는 행위다.
 
전직 주일학교 교리교사 서인화(클라라?44)씨는 “성(性)에 대해 학생들에게 교육한 기억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교회에서까지 아이들에게 성교육을 시킬 필요가 있느냐”고도 했다. 당연히 “성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은 모른다”다.

대부분의 신앙인들이 성(聖)과 종교는 어울려도, 성(性)과 종교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교회에서 성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를 꺼린다.

하지만 사회는 상품화된 성을 우리들에게, 우리의 자녀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이대로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앉아 있을 수 없다. 성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은 무엇인지, 신앙의 눈으로 본 성은 어떤 모습인지 알아보자.

교회는 인간의 성을 죄악시하지 않는다. 성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베푸신 축복의 표시다. 교회의 오랜 전통에 의하면 성은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된 인간의 중요한 한 부분이기에 그 자체로 선하다.

하지만 교회는 오래전부터 성(性)의 육체적이고 생물학적인 측면만이 부각되는 것을 우려해 왔다. 특히 오늘날에는 건전한 성의식이 더욱 심하게 파괴되고, 위협받고 있다. 선정적 광고 등 성의 상품화 현상이 일상화되고 심화되는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성이 돈벌이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이 같은 세태는 교회 입장에서 볼 때 하느님 창조사업을 거스르는 행위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성의 목적을 자손의 번식과 종족 보존으로 본다(사목헌장 48. 50항). 부부행위의 목적은 자녀 출산이며, 이는 성의 자연 질서에 의한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느님은 혼인과 가정을 위해 성을 마련하셨으며, 성행위는 혼인에 의해 결합된 부부 사이에만 정당한 것이다(사목헌장 49).

교회는 우선 사람은 전인적 존재로서 하느님의 모상과 사랑을 반영하도록 되어 있다고 가르친다. 인간의 육신은 하느님의 사랑으로 승화되고 성화되어 사랑의 매개체가 될 소명을 받았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의 성은 인격적인 부부애, 책임 있는 자녀의 출산과 교육,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의 실현에 봉사할 목적을 지닌다. 당연히 성적 욕구와 성적인 체험, 성행위 안에서 이뤄지는 친교는 일부일처 혼인을 지향해야 한다.

성이 본능적 욕망의 충족 수단으로 전락할 때에는 인간의 완성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창조 의지를 파괴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혼인은 축성된 삶과 거룩한 생활을 지향해야 한다(에페 5,32 히브 12,22ff 묵시 22,1-5 21,9-27). 교회가 간음을 비롯해 혼전 동거를 죄로 규정하는 이유다. 남녀가 전폭적이고 영구적으로 결합하겠다고 공적으로 선언하는 것은 성행위의 합법성을 위한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문제는 인간이 동물과 달리 소위 발정기 없이도 성관계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인간의 의지가 필요하다. 교회는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성을 쾌락 그 자체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성적 쾌락을 하느님께서 주신 이유는 그 쾌락 다음에 오는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하느님이 허락하신 쾌락은 그 쾌락이 크면 클수록 그 의무도 크다. 성적 쾌락에 뒤따르는 의무는 자녀의 출산과 교육, 그리고 부부애와 그 신뢰다. 성의 쾌락에만 몰두하는 것은 그래서 죄가 된다.

이와 동시에 교회는 남녀가 성적 욕망을 무조건 절제하며 살아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 교회는 ‘성을 회피하기 위해 사막이나 산꼭대기로 올라가 숨어라’라고 말하지 않는다. 교회는 오히려 도시 한가운데, 세상 한복판에 살면서 선하고 정결하게 살아야 할 것을 요구하고, 또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

교회에 의하면 성행위는 특히 두 동반자의 일치와 그들의 전체적인 상호 사랑과 수용을 표현하는 것이며, 인간을 근본적으로 성숙시키는 효과를 가져 온다.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윤리신학)는 최근 펴낸 가톨릭 성윤리 안내서 「잃어버린 꽃을 찾아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교회는 성을 몰이해하여 곡해하고, 동시에 우상화하는 문화와 사상 등을 이겨내 성의 참 가치와 의미를 전달하는 일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건실한 성 윤리의 정착과 실천은 사회질서를 유지시키는 지름길이며, 교회가 사회와 인간의 길잡이와 이정표 역할을 다하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용훈 주교는 또 “세상이 위험한 해악을 청소년에게 제공할수록 가톨릭 교육 봉사자들은 바른 성적 지식을 숙지하고,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의 육체적, 심리적, 정신적 발전단계에 따른 특별교육과 대화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광호 기자 ( woo@catimes.kr )
 
[가톨릭신문]  2009-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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