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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장기기증운동 불 붙다

관리자 | 2009.07.22 09:56 | 조회 4790
장기기증운동 불 붙다

6월 28일 대구시 중구 대안동 대안성당. 낮 최고기온이 35℃를 넘나드는 폭염 속에도 여느 때보다 많은 신자들이 성당 안을 가득 메웠다. 이 날은 대안성당에서 뜻 깊은 행사가 열렸기 때문이다. 대안성당 사회복지회 주관으로 '생명나눔 장기기증'이 있었던 것. 김충(F. 하비에르) 주임신부는 미사 때마다 공지사항으로 이를 알렸고, 장기기증의 뜻에 동참한 신자들이 몰려들었다.

 

미사가 끝나자 성당 마당 왼편에 마련된 사각 텐트 아래로 신자들이 찾아들었다. 미리 마련된 '장기기증 희망 등록신청서'를 펼쳐놓고 꼼꼼히 읽어가며 찬찬히 서명하기 시작했다. 한낮의 뜨거운 열기와 흘러내리는 구슬땀도 아랑곳 않고 신자들은 한 명씩 차례로 서명을 했다. 장기기증 신청서를 작성한 뒤 돌아서는 신자들의 표정에는 하나같이 행복한 미소가 비쳤다.

 

이재훈(요한금구)씨는 "하느님께서 주신 몸 일부를  돌려드릴 뿐"이라고 했고, 유상순(로사)씨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뜻을 따라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의 기회가 주어졌고, 또한 한 사람에게 밝은 빛을 준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하다"고 했다. 우웅택(안드레아)씨는 "지금은 각막만 기증했지만 나중에 장기까지 기증할 생각이며, 일반인들도 많이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했고, 박정미(안나)씨는 "평소에 생각은 많이 했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는데 본당에서 이렇게 하니 참 좋고, 내 몸과 눈을 더욱 소중히 지키겠다"고 했다.

 

서명을 마친 많은 신자들은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감사할 뿐", "누군가 제2의 탄생을 맞이할 것을 생각하니 기쁘다", "기증을 약속한 장기 전부를 더욱 건강하게 보존해서 돌려주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대안성당의 주일 평균 미사참례 신자 수는 약 380명. 이날 하루에만 173명이 장기기증을 약속했다. 이들 중 절반 가량은 각막뿐 아니라 모든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서명했다.

 

이런 모습은 대안성당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었다. 2월 16일 선종한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각막 기증 이후 전국적으로 불 붙기 시작한 장기기증 운동. 이후 2개월간 전국적인 신청자는 1만2천여 명으로, 지난 4년간 신청자를 모두 합한 숫자에 육박했다. 대구경북에서도 4월 8일 천주교 대구대교구 '생명사랑나눔 운동본부'가 발족한 뒤 본격적으로 기증 운동이 시작됐고, 대구대교구 산하 각 본당별로 날짜를 정해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3개월 여만에 놀라운 결과를 낳았다.

 

12일 현재 신청자는 무려 5천711명으로 조만간 6천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신청자 100명이 넘는 성당만도 계산, 대안, 구암, 반야월, 영천, 진량, 이곡, 황성, 효자, 죽도, 상모, 신평, 인평, 중리, 도량, 옥계, 대신 등 17곳이나 된다. 특히 6월14일 신청을 받은 구미 도량성당은 신청자가 287명으로, 현재까지 장기기증 신청 행사를 펼친 대구대교구 48개 본당 중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밖에 대구은행이 4월22일 '사랑의 장기·각막기증 운동'을 통해 모집된 장기·각막기증 신청서 1천288명 분을 생명사랑나눔 운동본부에 전달했으며, 대구대교구 법인사무국 224명, 가톨릭대학 209명도 사랑을 나누는 운동에 동참했다.

 

생명사랑나눔 운동본부장인 장효원 신부는 "장기 기증은 자신의 소중한 일부를 아무런 조건 없이 나누어주어 새 생명을 선물하는 것이며, 이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는 가장 숭고한 일"이라며 "생명사랑나눔 운동본부는 일시적인 이벤트 형식이 아닌 지속적인 장기기증 운동을 펼쳐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매일신문] 2009년 07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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