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자료실

낙태죄 대체 입법 장기 공백 우려 (21.01.24)

관리자 | 2021.01.29 14:36 | 조회 1498

낙태죄 대체 입법 장기 공백 우려

지난해 말 낙태죄 조항 실효… 여·야 모두 후속 입법에 미온적



지난 연말로 형법 낙태죄 조항이 실효된 이후 국회와 정부ㆍ여당의 무관심이 계속되면서 이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입법이 장기간 표류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형법 제269조 제1항 ‘자기낙태죄’와 형법 제270조 제1항 ‘의사낙태죄’는 헌법재판소가 보완 입법 제정 시한으로 정한 2020년 12월 31일을 지나면서 실효됐다. 따라서 법적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후속 입법을 해야 하지만 국회에서는 한 달이 다 되도록 전혀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은 이달 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에 각각 낙태죄 실효에 따른 후속 입법 계획과 방향 등을 묻는 질문서를 보냈지만 돌아온 답변은 실망스러웠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실은 “정부가 낸 대안을 기본으로 2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하겠다”며 “쟁점이 많은 사안인 만큼 종교계와 여성계의 의견을 청취하면서 중지를 모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안 처리 시점과 당론을 정할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점도 확인됐다. 8일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수원교구장) 주교를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낙태죄 보완 입법 시기를 묻은 기자의 질문에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또 “이용훈 주교와 낙태죄 관련 문제를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우려를 공유했다. 상황은 다 아실 것”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현재 174석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은 열린우리당 등 여권 성향 의석을 합치면 재적 의원 5분의 3에 해당하는 180표를 확보할 수 있다. 의석수로는 낙태죄 보완 입법을 통과시킬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여권은 지난해 12월 쟁점 법안이었던 공수처법 등은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모두 처리했다.

103석의 의석을 가진 제1야당 국민의힘도 보완 입법 마련에 미온적이다. 주호영 원내대표실은 “형법 낙태죄는 첨예한 이견이 있는 사항으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태아의 생명권 보호를 기본으로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조화와 균형이 필요하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를 고려하여 충분한 공론화를 통해 신중히 법안심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입법을 책임진 정부·여당이 먼저 나설 것을 촉구했다.

현재 국회의원 300명 중에 낙태죄 조항 실효와 후속 입법 미비에 대해 공식 사과 성명을 낸 사람은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이 유일하다. 서 의원은 1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1년 6개월여 국회에서 논의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시한조차 지키지 못한 입법부는 그 직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사과했다. 이어 서 의원은 “입법 혼란이 지속되고 있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관련 법안 심사에 착수해야 한다”며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월 국회에서 낙태죄 보완 입법안 마련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미 정치권 분위기로 보면 낙태죄 보완 입법은 천덕꾸러기 신세로, 태아의 생명권은 반려동물만큼도 보호받지 못하는 처지로 전락하고 있다. 4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 선거를 앞둔 정부·여당은 낙태죄 관련 입법은 일부 여성계의 반발 등을 고려할 때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도 “정부·여당이 서두르지 않는데 우리가 왜 먼저 나서느냐”며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더구나 4월 보선이 끝나면 내년 대통령 선거를 위한 각 당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4월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것처럼 더더욱 정치권에서 이 문제를 다루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한편, 서울대교구는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지난달 28일 “국회의 직무유기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제출했으나 20일이 지난 현재까지 국회로부터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언론사 : 가톨릭평화신문
twitter facebook
댓글 (0)
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