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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고민하는 여성이 생명 선택하게 하는 것, 우리 사회의 몫

관리자 | 2019.04.25 11:50 | 조회 2246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낙태가 빈번히 일어날 수 있는 재난적 상황에 대한 철저한 예방 교육과 대책이 원할하게 작동하는 문명사회를 만드는 일




▲ 맹광호 명예교수



세월호 참사 5주기인 4월 16일, 전국 곳곳에서 이 대형사고로 인해 사망한 304명의 넋을 기리는 추모 행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이들 사망자 중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래서 그런지 ‘세월호 참사’ 하면 17세 안팎의 꽃다운 나이에 생명을 잃은 단원고 학생들을 곧장 떠올리게 된다. 이날 추모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물론, TV로 이 행사를 지켜본 전국의 시청자들도 5년 전 그 날의 가슴 아픈 비극을 떠올리며 슬픔에 젖었다. 캄캄한 ‘배’(船) 속에서 죄 없이 죽어간 학생들이 너무 불쌍하고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운항 규정을 철저히 지켰어야 하는 선박회사와 한 명이라도 더 살려내지 못한 정부 관계 부처의 늑장대응에 대한 분노가 겹쳐 더욱 슬픈 하루였다.

이날 종일 방영된 추모 행사를 지켜보면서 문득 이보다 닷새 전인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를 규정하는 형법 일부 조항에 대해 다수결에 의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게 생각났다. 헌재의 판단은 임신의 모든 단계에 예외 없이 전면적으로 낙태를 금지하고 있는 형법 조항이 태아의 생명권만을 일방적이고 절대적으로 강조하면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엄마 ‘배’(腹) 속의 아이들 생명권을 보장해주기보다는 임신 여성들의 판단에 따라 아이를 낙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옳다는 판단인 셈이다.

물론 이날 헌재의 결정으로 당장 낙태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늦어도 내년 말까지는 어떤 형태로든 낙태가 거의 ‘자유화’되는 방향으로 관련법들이 바뀌어 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헌재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던 일부 여성들의 피켓에 쓰인 문구는 가히 가슴을 서늘하게까지 했다. 이제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 주장을 넘어 ‘청소년의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라는 문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임신한 부부뿐 아니라 미혼인 청소년도 마음대로 낙태를 하게 해달라는 주장이다. 놀라운 것은 이런 주장에 대해 어느 언론도 크게 우려하거나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세월호 배(船) 속에서 죽은 아이들과 엄마의 배(腹) 속에서 죽은 아이들의 생명 가치가 같다든지, 따라서 그 법적 사회적 대책 또한 유사해야 한다는 점 등을 놓고 논리를 전개할 생각은 없다.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 또한 생명 가치 자체를 부정하거나 낙태를 당연시하려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 중에는 대부분 선진국이 낙태를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는 점을 들면서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정말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이들 나라는 남녀의 성(性)과 책임의식이 강하고,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법적 지원 제도를 적극적으로 갖추는 등 생명 존중 문화가 폭넓게 깔렸다는 점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저런 재난적 상황에 대한 철저한 예방교육과 아울러 합당한 대책이 원활하게 작동하는 문명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최근 사목교서에서 밝혔듯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도 어려움을 극복하고 아이를 낳아 잘 기를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계기로 “사람이 우선이다”라는 문재인 정부의 애초 국정운영 정책 기조를 되뇌어본다. 이 정책 기조가 낙태 문제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생명 경시 풍조를 개선하는 데 큰 영향력을 미쳤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언론사 : cpbc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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