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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의 생명을 지켜주세요] 생명 지킴이 릴레이 인터뷰 (2)성경자 수녀 (서울시 꿈나무마을 연두꿈터 시설장)

관리자 | 2019.03.26 10:33 | 조회 2790

아이 미래를 섣불리 판단해 생명 해치는 것이 옳은가






25년 동안 엄마로 살아왔다. 누구의 아내도, 누구의 진짜 엄마도 아니면서. 수도복을 입고 밤낮으로 아기들 기저귀를 갈아주고 씻기고 먹였다. 갓 탯줄을 끊고 세상에 나온 따뜻한 아이, 기어 다니는 아이, 걸음마를 하는 아이….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남녀의 사랑으로 세상의 빛을 본 생명이지만 사랑을 나눈 부모들은 일찌감치 떠났다. 이유는 이랬다. 키울 용기가 없어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학교에 다녀야 해서, 남의 시선이 두려워서…. 
 

그 부모가 떠난 뒤안길에서 성경자(데레사, 마리아수녀회) 수녀는 아기들을 들꽃처럼 정성껏 키워냈다. 아기들의 옹알이를 받아주고, 엉덩이를 토닥이며 수도복으로 파고드는 아이들을 안아줬다.
 

 

엄마 수녀, 아이들 크는 모습 보며 생명의 고귀함 느껴
 

성 수녀는 1983년 입회해 마리아수녀회가 운영해온 부산 마리아영아원에서 영유아를 돌보다가 2014년 서울에 왔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베이비박스에 한 해 200명이 넘는 아기들이 들어오자, 서울시는 마리아수녀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마리아수녀회는 2014년 12월, 베이비박스로 들어오는 아기들을 돌보기 위해 영유아전담보호생활관을 개원했다. 2016년 1월 연두꿈터로 간판을 바꿔 달았고, 현재 7세 미만의 미취학 아동 48명이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연두꿈터를 시작으로, 초록꿈터ㆍ파란꿈터로 옮겨 생활하다 만 18세가 되면 자립한다. 
 

“아이들은 구김살 없이 잘 크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성장하면서 부모에게 버려졌다는 사실로 아이들은 심리적 고통을 겪습니다. 하지만 심리적 고통을 피하자고, 태어날 기회를 앗아가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성 수녀는 논란이 되고 있는 낙태죄를 언급하며,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제가 엄마 수녀로 아이들을 많이 키워봐서 엄마 마음을 압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보람과 기쁨은 희생과 극기에서 오는 어려움을 뛰어넘습니다. 누워 있던 아이가 몇 달 사이에 기어 다니고, 또 일어나 걷는 모습을 보면 생명에 대한 고귀함을 느낍니다.” 
 

부산 마리아영아원에서 소임을 맡던 시절 IMF 사태가 터지면서 아이들이 물밀듯 들어왔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이를 양육할 수 없어 부모들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이었다. 성 수녀는 “직원들을 모두 퇴근시키고 나면 잠들기 전까지 아이들이 내 치맛자락에 다 붙어 있었다”면서 “저녁기도도 못하고 녹초가 돼서 아이들이 잠든 후에야 숨을 돌린 적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성 수녀는 부모에게 버림받고도 꿈나무마을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행복하게 사는 졸업생이 많다고 했다. 여행사를 차린 한 졸업생은 자신을 키워준 엄마 수녀들에게 해외 성지순례를 보내주며 ‘효도’하고 있다. 김병지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도 마리아수녀회 수녀들이 키웠다.
 

성 수녀는 “임신이 된 상황이 행복하지 않다고 해서 태어날 아이의 행복까지 보장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며 “가끔 온전히 사랑받기 어려운 가정으로 귀가하는 아이들을 보면 이곳에서 키우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고 털어놨다. “여기 오는 애들은 복 받았다고 해요. 불행한 가정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사는 것보다 나으니까요.”

 

생명존중 의식 약화는 교육 문제와 연결돼 있어 
 

성 수녀를 비롯한 마리아수녀회 수녀들은 수녀회 설립자인 소 알로이시오 몬시뇰(Aloysius Schwartz, 1930~1992)의 육성 강론을 테이프로 듣고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특별했던 몬시뇰의 마음을 수혈한다. 몬시뇰은 수녀들에게 “특별한 사랑은 제일 부족한 아이에게 주라”는 당부를 많이 했다. 사랑이 제일 부족한 아이가 ‘1등 예수님’이라고 강조했다. 
 

성 수녀는 “요즘 세대, 요즘 사람들 마음에 생명 존중 의식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면서 “이건 교육의 문제와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1960년대 정부가 산아제한정책을 주도한 것도 사실 생명의식을 약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지요.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식의 구호를 써가면서 국민들을 세뇌했지요. 그 여파가 아직도 있다고 봅니다.”
 

성 수녀는 “돌아보니 힘들어도 내 손으로 아이를 키운 시간이 행복했다”며 “많은 젊은이가 출산과 양육에 대해 부정적인 뉴스를 접하고, 미리 겁먹고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혼모 요한이 엄마의 편지


제가 아이를 살린게 아니라, 아이가 저를 살게 해요



처음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제일 먼저 신비로움과 기쁨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사귀었던 연인과 이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임신은 기쁨의 신비에서 ‘현실의 논쟁’으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임신한 지 10주차에 산부인과에 가서 아이의 심장박동 소리를 처음 들은 순간 알 수 없는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너무 벅차고 사랑스러운 그 박동 소리를 들으며 내 배 속에 또 다른 한 생명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저와 하나인 듯하지만, 완전히 다른 신비로운 한 존재였습니다. 
 

처음부터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암암리에 낙태에 대해 허용적이었으며, 그것이 오히려 그 아이를 위하여 더욱 좋은 길이라고 말하였습니다. 제가 마음만 먹는다면 나를 버린 남자에게 시련 당한 시간도 잊게 될 테고, 더 멋진 인연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속삭였습니다. 그래서 유명 산부인과에 전화해서 예약을 잡았다 취소했던 날들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열 달 동안 아이를 품으면서 많은 갈등과 위험한 생각 속에서 헤매면서 제가 하느님께 드렸던 간절한 기도는 ‘이 아이를 사랑하게만 해달라’는 기도였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아이를 키우기에 앞서 사랑할 자신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았던 출산의 불안함, 출산 이후의 벌어질 일들에 대한 두려움은 아이를 낳고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깨끗이 사라졌습니다.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저는 자연분만을 하게 되었고, 7시간 동안의 진통 끝에 출산해 아기를 가슴 안에 받아 안았습니다. 
 

그 순간 제 아들 요한이는 제 삶 깊은 곳,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와 선물이 되어주었습니다. 의사가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 한마디 하라고 하더군요. 저는 “미안해”라는 말이 가장 먼저 나왔습니다. 엄마 배 속에서 마음 편치 않게 고생시켜서 미안한 마음, 잠깐 고민해서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엄마의 부족함을 보속하는 마음으로 아이의 한평생을 지지해주고 사랑해주겠다고 약속합니다. 
 

태어나자마자 계획에도 없던 모유 수유를 했습니다. 출산 후 자연스럽게 젖이 나와 모유 수유를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젖을 물리는 방법도 서툴고, 어색해서 거부감까지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그 반짝이는 눈을 저와 맞추며, 한입이라도 먹으려고 얼굴과 온몸의 작은 근육들을 사용하여 젖을 먹는 모습을 보며 저는 모유 수유를 지속하게 되었습니다. 모유 수유를 하면서 ‘모유’는 하느님께서 엄마와 아이를 끈끈하게 해주는 사랑의 선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지금 아이를 양육하며 느끼는 바는 제가 아이를 살린 것이 아니라, 아이가 저를 살게 한다는 것입니다. 삶이 때론 고단하지만, 의미 있는 것은 진실한 사랑을 나눌 때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갑니다. 
 

단독 양육모라는 가정의 형태도 생명을 돌보는 보금자리입니다. 오히려 주변에서 지나치게 염려하며 바라보는 시선들이 단독 양육모들의 삶을 지치게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편안하게 받아들여져야 하기까지는 우리의 시간과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귀한 ‘모성’이라는 아름다운 선물을 삶으로 받아들이고 산다면, 하느님께서는 그 진실에 보답해주심을 믿습니다. 아멘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위 기사는 가톨릭평화신문에서 발췌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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