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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살리자 5. ‘자살, 살자로 바꾸려면’ (하)

관리자 | 2017.09.27 14:52 | 조회 3844

“괜찮니, 괜찮아? 괜찮을거야…”
따뜻한 관심은 삶을 이어줍니다



서울의 초대형 쇼핑몰 1층 로비 한가운데. 수십 명의 젊은이들이 순식간에 그 자리에 몰려들더니, 퍽퍽퍽 바닥에 엎어진다. 이윽고 한 사람씩 한 사람씩 일어서 플래카드를 펼쳐든다. ‘이라크 전쟁 사망자 3만9000명’, ‘아프가니스탄 전쟁 사망자 1만5000명’, ‘대한민국 1년 자살자 수 무려 1만5000명’, ‘얼마나 커다란 비극인지, 왜 우리 모두의 일인지, 이젠 아셨나요?’….

‘괜찮니? 에어키스(AirKiss)’ 전국 순회 플래시몹(flashmob) 현장이었다. ‘에어키스’는 안부 인사를 전하는 영상 끝에 에어키스로 사랑과 관심을 표현하는 액션릴레이다. 뒤이어 펼쳐진 플래카드 내용들이 더욱 긴 여운을 남긴다.

‘괜찮니? 괜찮아? 괜찮은 거야?’, ‘우리가 이 한 마디를 건넨다면’, ‘이야기는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 해결방법은 예방뿐

스스로 생명을 죽이는 사례가 계속 늘고 있다. 정부와 사회 각계에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잠시, 소폭 줄어드는 변화를 보였을 뿐이다.

자살로 죽어가는 이들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예방’뿐이다.

대표적인 예방활동으로는 일반 대중들을 대상으로 한 거리 캠페인을 꼽을 수 있다.

가톨릭교회를 비롯해 보건복지부 지정 중앙자살예방센터,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 타종교 및 시민단체들은 연중 다양한 자살예방 캠페인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교회 내 단 하나뿐인 자살예방 전문 기관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한마음한몸운동 자살예방센터(이하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는 각 본당뿐 아니라 지역 복지관, 병원 및 보건소 등과 연계해 자살예방을 위한 ‘해바라기 캠페인’을 펼쳐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보건복지부 지정 중앙자살예방센터도 범국민적인 생명존중인식 개선과 자살예방을 위해 ‘괜찮니? 캠페인’과 ‘괜찮니 서포터즈’ 모집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괜찮니? 캠페인’은 손글씨로 엽서를 써서 보내는 ‘괜찮니? 우체통 캠페인’ 등의 방법으로 진행 중이다. 자살예방 콘텐츠를 만들어 개인 블로그 등에 올리는 캠페인도 관심을 모은다.

종교계와 연대해 생명존중의식을 확산하는 노력도 있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는 각 종단들과 함께하는 ‘마음이음’을 실천하고 있다. 현재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를 비롯해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상담개발원, 원불교 둥근마음상담연구소가 서울시와 함께 ‘마음이음’을 구호로 내걸고, 상담을 비롯해 종교예식과 인식개선프로그램 등을 실시한다. 특히 원불교는 특화프로그램으로 군생명존중캠페인을 마련, 군 장병들의 생명존중 의식을 고취하는데 힘을 싣고 있다.


■ 징후는 있다

내 주변인들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자살은 막을 수 있다. 자살위기에 있는 이들에게서는 대부분 어떤 식으로든 징후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각 연령별로 예고징후가 다르게는 나타나지만, 징후를 표현하는 대상은 대개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이다.

2014년 보건복지부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한국의 자살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를 보면, 연령별 자살예방 징후 20대 이하 자살자 및 자살 시도자들에게는 우울감과 외로움 등이 많이 나타났다. 30~40대는 스트레스와 정신질환증세, 알코올 복용이 심해지면서 주변인에서 가족으로 관계를 단절해 나가는 특징을 보였다. 50~60대의 경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변화를 두드러지게 보였다.

의학계에서는 정신질환이 자살의 가장 흔한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실제 2016년도 자살 관련 실태조사 중 ‘2015년 동기별 자살현황 비교’에서도, ‘정신과적 질병문제’가 사망 원인의 1순위를 차지했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4월에 발표한 ‘2016년도 정신질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8세 이상 국민의 25.4%는 평생 중 한 번 이상은 알코올 사용장애 등 정신질환 중 한 가지 이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생 동안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겪은 이는 남자는 28.8%, 여자는 21.9% 수준이었고, 한 해 정신질환을 겪은 이는 470만 명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생 살아오며 정신건강 문제로 전문가와 상의한 경험은 9.6%, 정신질환을 겪은 성인 중 전문가와 정신건강 의논 및 치료를 한 사례는 22.2%에 불과했다.

게다가 자살실태조사 응답자의 47.4%는 ‘자살은 아무 경고 없이 발생한다’는데, 46.1%는 ‘자살은 말하지 않아야 하는 주제’라는데 동의했다. ‘자살한다고 위협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자살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47.7%나 됐다. 또한 자살을 생각했던 사람들의 73.7%는 ‘자살을 생각하고 있을 때 가족들이 전혀 알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 내가 먼저 알아야

지금, 이웃 중에 자살 위기에 몰려 있는 이들이 있을까? 나 자신은 어떠한가? 자살 위기를 올바로 인식하고 판단, 대응하는데 자살예방교육은 큰 도움이 된다. 자살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교육이 절실하다.

최근 우리사회에서도 자살은 사회구성원 전체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할 문제라는 인식이 늘어나면서, 특별히 지역사회 곳곳에서 활동할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양성에 힘을 싣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게이트키퍼’는 자살 위험성이 높은 ‘고위험군 대상자’를 조기에 발견해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시켜 주는 역할 등을 하는 이들이다.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 홍보·캠페인 담당 류정희 대리는 “제한된 숫자의 전문가 교육보다, 자신이 속한 집단 혹은 지역사회에서 자살위험이 있는 이들을 조기에 발견하고 자살예방전문가에게 의뢰하는 역할을 하는 게이트키퍼를 교육, 양성하는 것이 자살을 막는 보다 실질적인 예방 대책”이라고 설명한다. 류 대리는 최근 한국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게이트키퍼 교육프로그램 중 하나인 QPR(질문 Question, 설득 Persuade, 의뢰 Refer) 자살예방교육프로그램의 효과검증에 관해 조사, 논문도 발표했다.

또한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신당종합사회복지관 관장 오대일 신부는 “신자들 중에서도 여전히 자살에 대한 이해보다 엄격한 윤리의식만을 가진 이들이 많다”면서 “우선적으로 본당 사제·수도자들과 구역반장 및 레지오마리애 단원 등을 대상으로 자살예방교육을 적극 실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오 신부는 “자살 위기에 처해 있는 이들은 세상 밖으로 나오기조차 두려워하고 자살을 죄악시하는 교회의 전통적인 분위기에 눌려 교회를 찾아오기도 어려워한다”면서 “교회도 사회적 흐름에 발맞춰 영적 갈증으로 목말라하는 사람들을 먼저 찾아가 그들의 어려움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www.3079.or.kr)에서는 각 본당은 물론 학교, 기관단체 등에 찾아가 실시하는 ‘생명존중 및 자살예방교육’을 비롯해 다양한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장 손애경 수녀는 “각 지역 복음화의 거점이라고 할 수 있는 본당에서 자살예방 활동을 펼치는 것은 사회 전반의 자살을 예방하는데 큰 힘이 될 수 있다”면서 관심과 참여를 독려했다.

자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예방법은 가족 및 주변사람들이 보이는 관심과 소통이다.

“괜찮니?” 지금 이 순간 이웃을 향한 한 마디 말로 시작된 관심이 자살예방의 시작이다.


◆ 위기라고 느껴질 땐 전화하세요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 1599-3079
자살예방핫라인 1577-0199(24시간 상담 가능)
희망의 전화 129(24시간 상담 가능)
청소년전화 1388(24시간 상담 가능)
한국생명의전화 1588-9191(24시간 상담 가능)
노인자살예방센터 02-3633-119
생명존중교육협의회 1800-8291


위 기사는 가톨릭신문에서 발췌함을 밝힙니다.

언론사 : 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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