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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나눔을 가로막는 장기기증 제도

관리자 | 2008.12.15 21:45 | 조회 4698

생명나눔을 가로막는 장기기증 제도
사설 (2006.6.24 한겨레)

가톨릭 서울대교구 소속 사제 629명과 다음달 서품받을 35명 등 664명이 어제 ‘사제성화의 날’ 행사에서 장기기증을 서약했다. 최후의 만찬에서 자신의 살과 피를 제자들에게 나눠줬던 예수님을 따라 제자 된 도리를 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지난해엔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이 열반하면서 불교식 장례법을 포기하고 주검을 기증해 성직자의 길을 보여줬다.
2000년 이후 장기기증 등록자는 기하급수로 늘고 있다. 누적 등록자가 2000년 1200명, 2003년 9874명, 2005년 7만693명이 되었다. 지난 3월 한 민간기관의 행사에선 1만4000명이 기증 의사를 밝혔다. 기증 약속은 이렇게 느는데 실질적인 장기이식은 답보하거나 줄고 있다. 지난해엔 2000여건에 그쳤다. 문제는 생명나눔의 정신은 확산되는데 우리 제도는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장기기증에는 생체 기증, 사후 기증, 뇌사자 기증이 있다. 이 가운데 뇌사자 기증은 1명당 9명을 살릴 수 있다지만 우리나라에선 유명무실하다. 2004년 100만명당 뇌사자 기증은 스페인 33.7명, 미국 21.7명, 프랑스 20.0명이었지만 한국은 1.8명에 불과했다. 2400여명의 뇌사자 중 86명만 기증한 것이다.

여기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우리나라에선 당사자가 생전에 기증 약속을 했더라도 사후에 가족이 반대하면 기증할 수 없다. 프랑스나 오스트리아에선 뇌사자가 생전에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기증 의사를 가진 것으로 간주한다. 미국에선 운전면허증에 장기기증 의사를 표시한다. 게다가 우리는 뇌사자 판정에서 수혜자 선정과 병원 지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국립장기이식관리기관에서 총괄하다 보니 이식의 효율성과 기증의 자발성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장기기증의 공정성에 매여 생명나눔의 실천을 가로막아선 안 된다. 지금 1만5000여명이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 속에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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