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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교황청 부서를 돌아보다 (3) 평신도가정생명부 초대 장관 패럴 추기경 인터뷰

관리자 | 2017.11.09 10:22 | 조회 3621

“2년 이내 부서장 모두 평신도로 채울 계획”

교회내 평신도 역할 확대에 이바지
「사랑의 기쁨」 메시지 알리려 노력
“가정은 교회뿐 아니라 사회의 중심”


교회 안팎에서 평신도의 역할을 증진하고 결혼과 가정생활, 그리고 생명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널리 알리는 구심점. 바로 교황청 ‘평신도와 가정과 생명에 관한 교황청 부서’(이하 평신도가정생명부)다. 평신도가정생명부는 지난해 8월 15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발표한 자의 교서 「성실한 어머니」(Sedula Mater)를 바탕으로 설립됐다. 평신도가정생명부 초대 장관으로는 미국 댈러스교구장으로 사목해 온 케빈 패럴(Kevin Farrell) 추기경이 임명됐다. 

지난해 9월 1일부터 업무를 시작한 평신도가정생명부를 방문했다. 이번 호에서는 패럴 추기경과의 인터뷰를 통해, 평신도가정생명부의 설립 배경과 활동방향을 비롯해 한국교회에서 평신도 활동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로마 시내 소재 교황청 부속 건물인 성 칼리스토 궁 평신도생명가정부 장관 접견실에서 진행됐다.

교회 내 평신도 역할의 확대, 바로 평신도가정생명부가 설립된 가장 큰 이유다. 평신도가정생명부 자체도 부서 내 주요 직책을 평신도들에게 맡겨 이러한 취지를 모범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우리 교회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구성원들은 사제나 주교가 아닌 바로 평신도입니다. 평신도는 교회의 한 구성원일 뿐만 아니라, 교회 밖에서 교회를 대표하는 임무를 지닙니다. 평신도가정생명부는 평신도가 갖고 있는 이러한 독특한 성소의 중요성을 더욱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평신도는 교회 안에서도 결혼이라는 특유의 소명을 살아가고, 특히 세상 속에서 살아가면서 주님의 목소리를 전할 책임을 갖고 있다. 때문에 패럴 추기경은 평신도들에게 “사제·주교들과 함께 공동의 책임을 지고 교회 안에서 더욱 활발히 활동해 줄 것”을 당부했다. 

패럴 추기경은 “평신도들은 세례성사를 통해 교회의 구성원이 되며 또한 이를 통해 세상 속에서 복음을 전파하는 교회의 사명을 수행한다”면서 “교회의 미래는 평신도들에게 달려있으며, 사제와 주교들은 평신도들이 교회 안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시에 평신도들은 이 세상에서 살아가면서 삶 안에 주님의 말씀을 적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러한 소명을 수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패럴 추기경은 우선 그동안 교회를 지배해왔던 성직자 중심의 교회 문화를 바꿔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패럴 추기경은 “우리는 모든 지역과 국가에서 평신도들이 교회기관을 운영하는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면서 “각 교구장들은 교구 활동 중, 법률, 재정, 경영 등에서 전문성을 갖춘 평신도들을 더욱 많이 등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반면 “성직자들은 성사와 전례, 신자들의 영성 함양 등에 중점을 둬야 한다”면서 “성직자들이 병원이나 복지관을 운영하고 건물을 관리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평신도가정생명부가 펼치는 또 하나의 주요 활동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을 널리 알리는 일이다. 「사랑의 기쁨」은 2014년과 2015년 두 차례 걸쳐 ‘현대 세계에서 가정의 소명과 사명’을 주제로 열었던 세계주교대의원회(주교 시노드)의 후속 권고다.

패럴 추기경은 “가정은 교회뿐만 아니라 사회의 중심”이라면서, “각국 주교회의는 「사랑의 기쁨」을 바탕으로 결혼과 건강한 가정생활을 증진하기 위한 사목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1년 미국 워싱턴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된 패럴 추기경은 2007년부터 댈러스교구장으로 활동해 왔다. 평신도가정생명부 장관을 맡게 된 과정에 대해선 패럴 추기경은 자신도 그저 놀랍기만 하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5월, 패럴 추기경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장관직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패럴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과는 만난 적도 없었기에, 교황의 전화는 충격적이었다”면서 “미국 텍사스의 한 주교인 나에게 왜 장관을 맡아달라고 했는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성령의 이끄심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평신도가정생명부 장관으로서 겪는 고충에 대해서는, “나라와 지역마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는데, 그 안에서 복음과 가정이 갖는 기쁨을 어떤 방식으로 전해야 할 지 연구하는 부분이 가장 큰 도전”이라고 전했다. 

평신도가정생명부는 평신도평의회와 가정평의회를 통합해 신설됐다. 두 평의회를 통합하는 과정도 패럴 추기경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패럴 추기경은 “각 평의회는 오랫동안 각자의 방식에 따라 일해 왔다”면서 “통합과정에서 직원 재교육을 통해 이들이 평신도와 가정, 생명에 관해 좀 더 넓은 관점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정”이라고 토로했다. 

평신도가정생명부는 평신도들의 활동 전반과 가정, 생명을 다루는 업무의 특성상 보다 많은 평신도들이 새 부서에서 일할 수 있도록 했다. 패럴 추기경은 “사제나 수도자는 결혼이나 가정에 대한 경험이 없고 가정이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한 지식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역량 있는 평신도 사무국장들을 찾는 일도 쉽지만은 않다.

평신도가정생명부는 2018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리는 세계가정대회와 2019년 파나마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도 주관해야 한다. 주관기관으로서 빨리 조직을 운영할 인적구성을 완료해야 하지만 여의치 못한 상태다. 패럴 추기경은 “향후 2년 안에 모든 부서의 부서장을 임명할 예정인데, 모두 평신도로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패럴 추기경이 사목하던 댈러스교구에는 3개의 한인본당이 있다. 패럴 추기경은 한인본당 사목방문을 통해 한국교회와 사회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댈러스의 한인본당에는 많은 신자들이 넘쳐나고 이들은 한국어 교육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한국교회 역시 역동적이고 많은 사제와 수도자들을 배출하는 등 성소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패럴 추기경은 “한국의 주교님들은 교회를 아주 잘 이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고 “분발해야 할 부분도 있는데, 바로 교회 안 평신도의 역할 확대”라고 조언했다. 또한 “이러한 변화는 하룻밤 새에 일어날 수는 없다”면서도 “우리는 앞으로 한국을 비롯한 많은 지역교회에서 많은 평신도들이 교회 안에서 권한을 갖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신도가정생명부가 지난 4월 6일 로마에서 주최한 회의에서 각국 청년들이 모여 2019년 세계청년대회 준비를 논의하고 있다.CNS 자료사진

■ 평신도가정생명부는

평신도·가정 평의회 통합
생명 존엄 지키는데 노력


평신도 역할을 증대하고 이들의 건강한 가정생활 증진, 인간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특히 평신도들이 삶 속에서 복음의 정신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고, 국제회의 주관 및 생명 관련 단체 지원 등을 통해 교회 안팎에서 생명의 존엄성을 증진하고 있다.

평신도가정생명부는 평신도평의회와 가정평의회를 통합해 설립됐다.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을 선출할 당시 콘클라베에 참가한 추기경들은 교황청 개혁을 통해 보편교회 평신도에게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추기경들의 의견에 따라 평신도가정생명부를 신설했다. 

평신도가정생명부는 산하에 평신도국과 가정국 외에도 생명국을 두고 있다. 대부분들의 평신도들은 결혼 성소를 통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자녀를 낳는다. 따라서 평신도가정생명부의 각 부서별 활동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또 교황청립 요한 바오로 2세 혼인과 가정대학 신학원과 교황청립 생명학술원도 산하 기관으로 두고 있다.

평신도가정생명부는 장관이 통솔하며, 평신도도 임명될 수 있는 1명의 차관과 3명의 평신도 사무국장이 장관을 보좌한다. 현재 차관은 지난 5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한 브라질 출신의 알렉산드르 아위 멜로 신부다. 평신도가정생명부는 기존의 교황청 규범에 따라 가능하다면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성직자, 평신도를 선발해 적절한 수의 직원을 둔다.

바티칸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



*위 기사는 가톨릭신문에서 발췌함을 밝힙니다.

언론사 : 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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