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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동행] 10년간 미혼모 도운 의사와 수녀

관리자 | 2012.02.03 10:54 | 조회 5030

[아름다운 동행] 10년간 미혼모 도운 의사와 수녀

산부인과요? 아기 낳는 곳이죠


 
▲ 생명을 존중하는 두 사람이 만나 한 길을 걷고 있다.
 1000여 명의 미혼모 출산을 도와온 고은여성병원장 고은선(왼쪽) 의사와 자모원 원장 신지영 수녀.
 
  "소영아(16, 가명), 할 수 있어! 다 됐어. 자, 조금만 더~"

 인천시 남구 숭의동 고은여성병원 분만실. 고은선(43) 병원장이 10대 산모를 어르고 달랜다.

 분만대에 누운 미혼모 소영양이 거친 숨을 몰아쉰다. 조금 전만 해도 진통을 참다 못해 발버둥치고 간호사들을 할퀴는 등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고 원장이 소영양 배를 천천히 쓸어주자 아기가 '어린 엄마'의 회음을 타고 미끄러져 나온다. 심장이 벌렁벌렁 뛰는 갓 태어난 아기를 산모 배 위에 올려준다. 엄마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소영양의 출산 소식을 들은 인천 자모원(원장 신지영 수녀) 수녀와 직원들은 감사기도를 바쳤다.

 #두 마음이 하나가 돼 숱한 생명 지켜

 남자친구와 교제 중 임신을 한 소영양은 지난해 낙태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고 원장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수녀들이 운영하는 미혼모 보호시설 자모원을 소개해줬다. 소영양은 자모원에서 지내면서 증오와 후회의 감정을 다독였다. 생명은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분만대에 올랐다.

 고은선 원장과 신지영(성황석두루카외방선교회) 수녀처럼 생명력 넘치는 관계가 또 있을까. 이들은 10년 넘게 1000명이 넘는 미혼모에게 생명의 빛을 안겨줬다. 미혼모를 돌보는 수녀와 낙태를 거부하는 산부인과 의사가 함께 길을 걸으며 숱한 생명을 살려낸 것이다.

 2000년 병원 개원 당시, 고 원장은 화장실에서 아기를 낳은 미혼모 뉴스를 접했다. 평소 병원의 사회적 기부에 소명의식이 있던 그는 인근 미혼모시설 자모원에 전화를 걸어 미혼모 분만을 도와주고 싶다고 밝혔다. 자모원 수녀와 직원들은 미혼모 분만을 맡아줄 병원을 찾지 못해 기도에 매달리던 때다.

 고 원장은 동료 의사들과 미혼모를 대상으로 무료 분만을 시작했다. 병원에는 해마다 100여 명의 미혼모들이 드나들었다. 택시기사에게 성폭행 당한 미혼모부터 노숙하다 임신이 된 미혼모 등 다양한 사연으로 엄마가 된 이들이 병원 문을 두드렸다.

 미혼모 분만실은 늘 전쟁터다. 미혼모 곁에는 남편이나 시어머니가 없다. 분만 중 아기를 낳지 않겠다며 뛰쳐나가다 복도에서 아기를 출산한 산모도 있다. 고 원장은 "자궁이 다 성장하지 않은데다가 술과 담배로 몸이 망가진 미혼모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아기를 낳는 건 공짜에요"

 "낙태시술을 했다면 쉽게 돈을 벌었겠죠. 하지만 산부인과는 아이를 낳는 곳이지 아이를 죽이는 곳이 아닙니다."

 고 원장은 "대단한 뜻을 품고 한 일이 아니다"며 "누군가는 해야할 일을 상식적으로 했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자모원 수녀님과 직원들이 큰 힘이 돼 줬기에 함께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 수녀는 "고은여성병원은 우리에게 구세주"라며 "하느님이 이 병원에 축복을 주신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미혼모들이 아기를 낳아 정상적인 가정을 이루고 다시 찾아오면 얼마나 기특한지 모른다"며 "동료 의사들과 자모원 지원팀을 만들어 더 체계적인 방법으로 미혼모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돈은 원하는만큼 줄테니 낙태해달라"는 미혼모와 부모에게 말한다.

 "낙태하는데는 큰 돈이 들지만 아기를 낳는 건 공짜에요." 그리고 자모원을 소개해준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평화신문 2012. 0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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