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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땅의 평화] 입양 대기 아동 증가 원인과 대안은

관리자 | 2011.10.14 14:06 | 조회 5496

[이땅의 평화] 입양 대기 아동 증가 원인과 대안은

 

입양을 하느님 선물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 절실

▲ ▲국내입양기관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크게 증가했다. 사진은 성가정입양원에서 양부모를 기다리고 있는 입양 대기 아이들.


국외 입양 감소·미혼모 출산 증가· 불황 등 겹쳐
입양에 관한 홍보 및 교육과 입양가족 지원 강화해야


   "죄송합니다. 정원이 다 차서 받을 수가 없습니다."

 서울 성북구에 있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성가정입양원 윤영수 원장 수녀는 최근 고등학생 딸을 둔 어머니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뜻하지 않게 생긴 아기를 입양 보내고 싶다는 문의였다. 윤 수녀는 "아이들은 끝없이 밀려 들어오는데 발만 동동 구르는 꼴이 됐다"며 "입양하고 싶다는 문의보다 입양을 보내겠다는 전화가 더 많이 온다"며 안타까워했다.

 부모 없이 자라야 할 아이들이 많아졌다. 국내입양기관은 요즘 포화상태다. 입양 대기 아동이 증가하면서 아이들이 일시 보호소에서 대기하는 기간도 늘어났다.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가 늘어난 현실을 짚고 대안을 모색한다.



# 국내입양기관은 포화상태

 성가정입양원은 아침저녁으로 아이들 우는 소리로 시끌벅적하다. 2009년 말까지만 해도 입양 대기 아동 수는 20명 남짓이었지만, 현재 60명 가까운 아이들이 양부모를 기다린다. 아이들이 늘어나자 성가정입양원은 보육사 4명을 추가 채용했다. 매달 분유값만 1000만 원 가까이 든다.

 "보육사가 더 필요한데도 인건비 때문에 더 충원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공간이 협소해 60명 이상은 수용하지 못합니다. 오갈 곳 없이 방치되고 있는 신생아들을 받아줄 수 없어 마음이 아플 따름입니다."

 충북 음성에 있는 '꽃동네 천사의 집' 정원은 30명이지만 현재 80여 명의 아이들을 수용하고 있다. 오웅진(꽃동네 창립자) 신부는 "오갈 곳 없는 한 생명을 살리는 게 중요하지, 규정이 중요한 게 아니다"며 아이들을 받았다.

 여타 국내입양기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아동 일시 보호소를 운영하며 입양 대기 아동을 위탁 가정과 연계해주고 있는 홀트아동복지회는 2010년에 들어서 입양 대기 아동이 200명 가까이 급증했다.

 홀트아동복지회 김병수 사회복지사는 "아동 수가 2009년까지 400~500명 선을 유지하다가 2010년에는 712명으로 대폭 증가했다"며 "현재 500여 가정에서 아이들을 위탁해 돌보고 있지만 '1가정 1아동' 원칙을 깨고, 한 가정에서 2명까지 돌봐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복지사는 "하지만 아이를 위탁할 수 있는 가정이 제한돼 있어 난처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 이 많은 아이들은 어디서 왔을까

 입양 대기 아동이 늘어난 이유는 복합적이다. 2007년부터 국내입양 활성화를 위해 해마다 국외입양 아동 수를 10%씩 줄이는 국외입양쿼터제가 시행되면서 국외입양 아동은 감소했다.

 하지만 국내입양이 활성화되지 않아 국외로 입양을 보내지 못한 아동들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미혼모가 꾸준히 발생하는 데다가 낙태 시술 금지로 인한 미혼모 출산 증가와 경기불황, 저출산 추세 등 원인이 더해지면서 입양 대기 아이들이 증가한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5년 2101명에 이르던 국외입양 아동 수는 지난해 1013명으로 6년새 절반으로 떨어졌다. 반면 국내입양 아동 수는 2005년 1461명에서 지난해 1462명으로 1명이 늘어났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는 1300명대에 머물렀다.<표 참조>

 특히 국외입양을 제한하면서 국내입양 신청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장애아동과 남자아이가 기관에 누적돼 있다는 것이 입양시설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950년대부터 2010년까지 입양된 장애아동은 3만 9360명으로, 전체 입양아동 23만 8105명의 16.5%다. 하지만 이중 국내입양된 장애아동은 445명으로 1.2%에 불과하다. 나머지 98.8%는 모두 국외입양이다. 국외입양쿼터제가 시행된 2007년 500명이었던 국외입양 장애아동은 2008년 들어서 124명으로 뚝 떨어졌다.

 대기 아동이 늘어난 이유로 낙태 근절 운동을 꼽는 이들도 있다. 지난해 1월 창립한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불법낙태 시술병원을 고발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시술을 꺼린다는 것이다.

 성가정입양원 서숙경(베로니카) 부장은 "2010년 초부터 낙태시술 비용이 몇백만 원으로 올랐다"며 "경제력이 없는 10ㆍ20대 초반 미혼모들이 아기를 분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년 넘게 미혼모 분만을 지원해주고 있는 고은선 산부인과 의사는 "실제로 낙태 시술을 하지 않는 산부인과가 많이 늘었다"면서 "하지만 낙태 근절 운동의 결과로 입양 대기 아동이 늘어난다는 것은 슬픈 현실"이라고 말했다.
 
 # 국내입양 활성화를 위한 노력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총무 송열섭 신부는 "사회적으로 입양을 바라보는 의식이 낮고, 장애아에 대한 보육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에 국내입양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 신부는 "입양 대기 아동이 늘어나고, 장애아동이 입양되지 않는 악순환의 연결 고리에서 결국 피해자는 어린 생명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렇다면 국내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국내입양을 활성화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입양을 하느님의 선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라는 것이 뜻있는 이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또 이들은 입양에 대한 교육 및 홍보와 함께 입양 가정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아이를 입양해 키우고 있는 한국입양가족협회 고문 김재민(안드레아)씨는 "많은 젊은 부부들이 자식을 잘 낳지 않으려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나만 편하면 된다'는 마음이 팽배해져 국내입양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며 "입양에 관한 홍보 및 교육과 함께 입양가족을 위한 실질적 사후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아이 4명을 포함해 총 8명의 아이를 입양한 강수숙(소벽 막달레나)씨는 "국내입양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입양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한 교육"이라며 "입양이 단순히 남의 자식을 데려와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자식이 더 생기는 즐거움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깨달을수록 입양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장애아를 데려가겠다고 하니 이상한 눈으로 보는 입양 담당 관계자들을 여러 명 만났다"면서 "입양교육은 입양시설 담당자를 비롯해 일반인들과 불임부부, 입양 부모 등을 대상으로 다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입양이 은총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아이를 고르지 않고 하느님이 주시는 대로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윤영수 수녀는 "입양가족을 위한 정부 차원의 양육 보조를 늘이고, 긍정적인 입양 문화를 위한 홍보가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면서 "더불어 불임부부들이 인공수정에 앞서 입양을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평화신문]    1127호      2011.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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