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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낳는 것이 즐겁다’ 출산천국 프랑스

관리자 | 2008.12.15 21:51 | 조회 4905

‘아기를 낳는 것이 즐겁다’ 출산천국 프랑스
프랑스 신생아 급증 이유는
경제지원 넘어 ‘아이맞는 배려’ 공유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딸아이를 출산한 한 한국 교포는 조산 위험성이 생기자 곧바로 유아 전문병원으로 옮겨졌다. 각종 검사와 보호를 받고 무사히 아이를 낳은 뒤 퇴원했다. 이 교포는 병원을 나올 때 ‘왜 돈내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나’ 하며 오히려 불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각종 검사와 인큐베이터에서의 아이 보육 등 모든 출산 과정은 무료였다.
‘출산 천국’ 프랑스를 거쳐가는 외지인들 사이에는 “진짜 프랑스 사회를 맛보고 싶으면 아이를 낳아보라”는 말이 있다. ‘아이 낳기’와 관련된 경험을 하다보면, 이 사회 연대의식의 깊이를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순히 후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산모와 가족이 얼마나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아이를 맞을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가를 의미한다.

꼼꼼한 출산 안내에 조산시스템 철저 관리
대중교통도 지정석…2살반 넘으면 유치원으로
산모 약값·육아비용 대부분 국가지원

임신 진단에서 출산 준비까지 프랑스는 한국과 달리 출산 관련 병원이 부인과, 소아과, 산부인과로 세분화돼 있다. 대개 예비 산모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모두 국립병원을 소개받는다. 이 때의 주안점은 ‘인접도’다. 전국이 국립병원 시스템인 프랑스에서는 유명한 산부인과를 가는 것이 아니라 집 근처의 병원을 간다.

병원을 배정받아 첫 방문을 하면 예비 산모는 한 아름의 선물을 받는다. 주로 육아 용품 협찬사에서 주는 광고 상품들이지만 그 속에는 산모가 익히고 공부해야할 사항들이 적지 않다. 담당의사를 배정받고, 출산 전까지 매달 상태를 체크 받으며 각종 백신을 접종받고 태아의 성장을 점검한다. 만약 태아가 문제가 있을 경우 전문 태아병원으로 배치된다.

출산 전문 조산원 시스템 산모는 산부인과 의사가 관리하지만, 출산은 ‘사쥐 팜’(SAGE FEMME, 현명한 여자라는 뜻) 이라는 전문가가 맡는다. 한국으로 말하자면 조산원인데, 출산과 관련해서는 절대적인 권한과 대접을 받는다. 의사가 아니기에 처방의 권한은 없다. 산모가 이상하면 부인과 의사에게 통보하고, 아이가 이상하면 소아과 의사를 호출한다. 옛날 우리 시골 마을의 산전수전 다 겪은 산파 할머니인 셈이다.

» 프랑스에서는 ‘사주팜’이라고 불리는 출산 전문 조산사들이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철저하게 관리한다. 사진은 니스 조산사 전문학교에서 조산사 교육을 하는 모습.

아이를 낳고 집으로 돌아온 산모는 출장 조산원과 연결돼 다섯 차례에 걸쳐 가정방문을 받는다. 상처 부위의 소독과 검사, 모유 수유가 얼마나 잘 이루어지는지, 산모와 태아가 기거하는 조건이 어떤지 등이 체크된다. 출장 조산원과의 약속을 게을리 하거나 곧바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불호령이 떨어지는 것이 다반사다. 성인에게는 하루가 짧을지 몰라도 신생아에게 하루는 긴 시간이기 때문이다. 퇴원할 때 주어지는 큰 봉투에는 각종 소독기구와 장갑, 간단한 수술도구가 포함돼 있다. 집에서 간단한 시술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출산 이후까지의 세심한 배려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퇴원한 아기는 2주 후부터 집 근처의 보건소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점검을 받는다. 이때 산모의 건강도 함께 관리된다. 출생 초기의 모유 수유가 순조롭지 않을 경우 아이의 발육에 바로 적신호가 올 수 있으므로 몸무게와 키 등 기본적인 사항들이 꼼꼼히 체크된다. 산모의 상처부위가 잘 아물었는지, 분만 후 배의 주름은 없어지는지, 심지어 세심한 사람의 경우 출산 후의 원만한 부부생활과 빠른 회복을 위해 여성 클리닉을 받을 수 있는 처방전을 주기도 한다. 이 때에 10회까지 물리치료는 무료다.

아이가 한 달을 넘기게 되면 다시 집 근처의 소아과 전문의를 선택하게 된다. 아기가 맞아야 하는 예방접종이나 주의사항 등을 모두 상의하게 된다.

출산을 전후한 외출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출산지원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거기에 큰 힘을 보태는 것이 바로 출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배려이다.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은 물론, 각종 관공서나 슈퍼마켓 등 줄을 서야하는 자리에서 늘 산모는 우선권을 갖는다. 누군가가 자리라도 비켜주지 않고 버틴다면 버스 안의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을 감당해야 한다.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줄이 늘어선 경우에도 모두 당연히 길을 내어준다. ‘산모는 한 자리에 오래 서 있어서는 안된다’는 의학적 조언까지 거들며 배려하는 경우도 많다.

출산 이후 아이를 데리고 나온 유모차의 경우에도 배려는 보장된다. 앞문으로 승차하고 뒷문으로는 하차하게 돼있는 버스에서도 유모차의 뒷문 승차는 기본이다. 버스 중간의 공간은 유모차를 위한 자리라고 명시돼 있다. 누군가가 그 자리를 버티고 서있다간 다시 주변의 눈총을 감당해야 한다.

버스가 아무리 만원이어도 밀고 들어오는 유모차에 불평을 하는 이는 드물다. 오히려 부딪쳐서 미안해하는 경우가 더 많다. 불친절하고 신경질적이기로 유명한 파리지엔들도 유모차 앞에선 유순하다.

따라서 산모가 아이를 데리고 외출을 하는 일은 대중교통만으로 가능하며 오히려 대접을 받으며 다닐 수 있다. 파리 지하철의 경우 100년이나 되어서 시설이 낙후돼 승강기가 잘 갖추어져 있지 않다. 그러나 개·보수가 된 곳은 어김없이 유모차를 위한 전용 승강기와 출입문이 장애자를 위한 휠체어용과 함께 마련돼 있다. 그것도 여의치 않을 경우 유모차를 지닌 아기 엄마는 계단 앞에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지나가는 어느 누구도 유모차와 아기를 그냥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출산율을 끌어올린 견인차가 후한 보조금과 다달이 주어지는 경제적 지원에서 기인한 바가 분명 클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쑥’ 아이를 낳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준비하고, 출산하고, 사회와 만나기까지 그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따스한 시선이 있기에 프랑스에서의 출산은 ‘쑥’ 낳는 것이 아닌 ‘좋은 시간, 즐거운 추억’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 힘들다는 아기를 낳고 또 낳는지도 모를 일이다.

출산과 보육에 대한 경제적 지원 임신부터 출산까지 드는 비용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출산 전까지 산모의 몸 관리를 위해 지출되는 각종 약값과 병원비, 그리고 출산과 함께 갓 태어난 신생아를 위해 매달 이루어지는 백신접종 및 정기검진 비용이다.

산모 약값의 경우 4개월 이후부터는 보험 여부에 관계없이 전액 무료다. 반면 의사와의 정기검진이나 초음파 검사 등은 보험 종류에 따라 70%에서 100% 환불로 구분된다.

아이가 태어나면 855유로(약 104만원)가 일시불로 지급된다. 이것은 명목상으로 아이가 아홉 달 엄마 뱃속에 있는 동안 적립된 보조금이 출산과 함께 일괄 지급되는 것이다. 엄마 뱃속의 생명도 준시민으로 간주된 셈이다.

그리고 출산과 함께 다시 부모에게 기존의 보조금에 200유로(약 24만원) 정도(자녀 수에 따라 차등이 있다)가 추가로 2년 동안 지급된다. 적어도 아기가 자기 우유 값은 스스로 버는 셈이다. 정부의 지원을 통해서 말이다.

아이의 발육 체크를 위해 방문하게 되는 보건소의 경우 보험여부에 관계없이 전액 무료다. 간단한 건강체크에서 조산원과 소아과 의사가 요일별로 상주한다. 따라서 특별한 이상이 있을 경우 따로 약속을 잡아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아이를 낳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아이를 돌보는 문제다. 조부모 가족이 근방에 거주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국가가 관리하는 보육원에 아이를 맡기게 된다. 빠른 경우 6개월 이후부터 아이를 맡길 수 있다. 맞벌이 부부에게 우선적으로 혜택이 돌아간다. 지원자가 많기 때문에 영아를 보육원에 보내기는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가 2살 반이 넘으면 모두 집 근처의 유치원에 갈 수 있다. 아침 8시부터 저녁 5시까지 수요일과 주말을 제외한 일주일간 아이를 돌봐준다. 따라서 아기가 영아기만 지나면 아이 보는 걱정은 대체로 줄어드는 셈이다. 이 때에 비용은 소득수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한 달에 30유로(3만6천원) 안팎을 내는 가정이 있는가 하면 100유로(12만1천원)를 넘게 내는 경우도 있다.

파리/최정민 통신원 jungminchoi73@empal.com 2007. 1.27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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