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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처럼 확산되는 가족동반자살

관리자 | 2008.12.15 21:50 | 조회 5385

전염병처럼 확산되는 가족동반자살
가족동반자살의 현황과 실태
2006년 11월 21일 (화) 14:52:29 권승문 기자 ksm@todaykorea.co.kr


보건복지부, 한국자살예방협회와 함께 자살예방(생명사랑)캠페인을 하고 있는 투데이코리아는 연이어 보도되고 있는 ‘동반자살’의 문제점을 다뤄 보고자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가족동반자살의 현황과 실태를 파악해본다.

자살이 사회적 전염병처럼 확산되면서 드러나는 뚜렷한 현상 중의 하나가 두명 이상이 집단적으로 자살하는 ‘동반자살’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10년간 가족동반자살현황을 보면, 1995년 37건으로 전체 동반자살건수 중 43.2%였으나 10년이 지난 2004년에는 41건으로 전체 동반자살건수의 63.4%를 차지하고 있다. 가족동반자살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자살률 및 동반자살건수, 가족동반 자살률이 1997년과 1998년에 급증한 것은 IMF 위기로 인한 경제적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후 자살률은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2001년 이후 다시 증가세를 보여 2003년부터는 IMF 직후 보다 높은 가족동반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IMF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우리사회에는 사회양극화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이것이 가족동반 자살률 증가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동반자살 및 가족동반자살건수의 변화추이를 보면, 동반자살의 연간 변화추이가 자살률의 증가 패턴과 유사하다. 이는 자살률이 높으면 가족동반 자살률도 높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03년 이후에 계속 증가하는 추세는 위험을 예측케 함으로써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발생한 가족동반자살의 70.8%가 어떤 형태로든 부모와 자녀를 포함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전체 건수의 약 50%가 부모 중 한사람이 자녀와 동반자살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점점 심화되는 가족의 구조적 또는 심리적 해체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동반자살, 부모가 자녀를 타살하는 행위

동반자살 피해자의 연령분포를 보면, 10세 이하인 자녀가 44.3%, 10대가 15.5%로 합계 약 60%가 미성년 자녀이며, 나머지 약 40%가 20대 이상의 성인이었다. 10세 이하의 어린 자녀는 말할 것도 없고 10대의 자녀들도 독립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기에, 이들의 자살은 자의적이 아닌 부모에 의해 강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전체 가족동반자살의 과반수 이상이 부모가 자녀의 생명권을 빼앗는 엄밀한 의미의 타살이 자행된 것이다.

‘동반자살’ 이라는 용어에는 자살자들의 합의라는 의미가 암암리에 내포되어 있어 부모에 의한 자녀 살해의 비윤리성을 상쇄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동정심과 같은 왜곡된 반응을 유도할 위험이 있다. ‘동반자살’이라는 표현에는 신중하고 정확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부모자녀 동반자살을 자녀살해라는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살가족분포를 보면, 전체의 약 70%가 결손이 없는 가족이며, 약 18%가 홀 부모의 결손 가족이다. 가족의 결손 여부를 파악할 수 없는 경우도 약 12%가 된다. 가족동반자살의 유형을 비교해보면, 결손 가족의 비율(약 18%)에 비해 모-자녀 동반자살과 부-자녀 동반자살의 비율 합계(약 50%)가 훨씬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종합해보면 이혼, 가출 등에 의한 외형적 결손이 없다고 할지라도 동반자살을 행한 가족들은 이미 심리적 해체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제적 문제가 109건으로 가장 많아

가족동반자살의 원인을 살펴보면, 만성적인 생활고를 겪거나 실직, 부도 등 급작스럽게 경제상황이 악화된 경우를 포함한 경제 관련 문제가 109건으로 가장 많았다. 가족의 경제문제는 한국의 경제현실과 구조를 반영하는 것으로서 가족동반자살이 그 역기능적 측면을 투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문제가 언급된 109건의 동반자살 중 절반 이상인 60건이 경제수준의 급락을 경험하며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위기와 사회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지만 이를 보완하기 위한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극도의 무력감에 빠진 가족이 집단적 정체성을 가지고 자살을 선택하게 되는 실상을 보여준다.

가족동반자살에 대해 가족의 건강문제가 언급된 경우를 우울증과 가족원의 질병으로 분류하면, 우울증은 자살의 사전단계라 할 만큼 관련성이 높다. 가족동반자살의 원인으로 가해자인 부모의 우울증이 언급된 경우가 14건에 불과하다. 보고되지 않은 177건의 동반자살 중에 우울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경력이 없어서 우울증 문제가 노출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타의 문제들에 비해 우울증으로 인한 비율이 매우 낮은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즉, 경제문제와 가족갈등으로 인해 우울증 증세를 경험할 수 있으나 이러한 우울증 증세가 우울질환으로 악화되기도 전에 가족들이 겪고 있는 구조적인 갈등의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이미 자살을 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소외계층 사회적 박탈감이 자살 위험성 높여

경제위기와 사회양극화로 인한 소외계층 혹은 계층하락을 경험한 가족이 동반자살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특히 이들 중 타인과의 비교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이 클수록 무력감에 빠져 삶의 의욕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고, 사회 안정망 부재와 강한 가족주의에 바탕을 둔 부모와 자녀 간의 자아 혼돈이 동반자살의 위험성을 높이는 심리적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만성적 생활고나 생활수준이 급락한 30대 부모가 가족갈등의 고통 속에 있는 경우가 가족동반자살 위험성이 가장 높은 집단이다. 지금 같이 사회양극화가 점점 심화된다면 부모의 윤리성 회복이라는 차원만으로는 가족동반자살의 위험을 줄이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사회양극화를 해소하고 소외계층을 돌보기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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