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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의 비밀? … 사랑을 왜 감추나요

관리자 | 2008.12.15 21:40 | 조회 4678

출생의 비밀? … 사랑을 왜 감추나요 2006.5.11


[중앙일보 이철재.한애란.박성우.권호.김태성]

9일 오후 전북 완주군 소양면 약암마을의 한 농가. 이 집의 강명복(41).최은주(38)씨 부부 슬하엔 9명의 아이가 있다.

사라(13.여).사도(12).사랑(10) 세 남매는 부부가 낳았지만 소희(8.여).요한(3).하늘(1.여.지체장애 4급)이는 입양한 자녀다. 이종(14).이한(13).주진(8)이는 가정형편이 불우한 아이를 대신 맡아 키우는 위탁아동이다.

강씨 부부의 생활은 넉넉하지 않다. 신도 30여 명의 작은 교회 목사인 강씨는 평일에는 1200여 평의 밭에서 철쭉.고구마.콩 등을 재배하는 농군이기도 하다. 월수입 250여만원으로 아홉 아이의 양육비를 감당한다.

그는 "2002년 7월 처음 소희를 입양할 때 사실 경제적 여건 때문에 고민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마음만 풍족하면 아이들을 한두 명 키우나 아홉 명 키우나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씨는 대학시절 7년 동안 전주의 한 보육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한 아이의 인생을 구할 수 있는 것은 가정뿐"이란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결혼 후 자녀를 세 명이나 뒀지만 버려진 아이들의 온전한 삶을 지켜주기 위해 입양에 나서게 됐다. 부인 최씨도 남편의 뜻에 선선히 따랐다. 최씨는 "핏줄보다 소중한 게 키우는 정"이라며 "한 명에게 받는 기쁨과 아홉 명에게 받는 기쁨은 그 크기부터 다르다"고 말했다.
아이들끼리 어울려 뛰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강씨는 "입양을 고려하는 분들이 있다면 전혀 망설일 필요가 없다고 말해 주고 싶다"며 "아이를 맡는 순간부터 인생의 새로운 축복이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 핏줄주의 퇴조=11일은 제1회 입양의 날이다. 가정의 달인 5월에 한 가족(1)이 한 아동(1)을 입양해 새로운 가족(1+1)으로 거듭난다는 의미다.
국내 입양을 활성화하려는 취지로 보건복지부가 제정했다. 한국입양홍보회가 지난해 성인 남녀 17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4.1%가 '평소 입양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대답했다.
성균관대 김통원(사회학) 교수는 "혈통에 집착하는 '핏줄주의'가 쇠퇴하고 있는 게 입양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만혼(晩婚)이 늘면서 출산에 부담을 느끼는 여성이 많아진 데다 기혼 여성의 불임률(13.5%.2003년 보건사회연구소)이 높아진 점도 입양에 대한 관심이 커진 요인으로 꼽는다.

2008년으로 예정된 호주제 폐지도 입양 촉진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정치권에선 '해외입양 금지법'도 논의 중이다.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은 "저출산 문제를 고민하는 복지부가 매년 2000여 명의 해외입양을 허용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해외입양 금지와 국내입양 활성화를 규정한 '입양 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 출생의 비밀이 아닌 입양=한국입양홍보회 홈페이지(www.mpak.co.kr)엔 '일기마을'이란 코너가 있다. 200여 입양가족이 인터넷에 공개한 육아일기를 모아 놓은 곳이다. 언제, 어떤 사연으로 입양했고 어떻게 기르고 있는지 자세히 나와 있다.

이처럼 요즘 입양은 '출생의 비밀'이 아니다.홀트아동복지회의 경우 자녀에게 입양 사실을 알려 주는 공개입양의 비율이 2002년 23.6%에서 2005년 42.6%로 늘었다.남들은 물론 입양아동에게도 감추던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선진국에선 입양사실을 공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연 입양도 새로운 현상이다. 2003년부터 60여 건의 결연입양을 성사시킨 전남 나주 이화영화원 측은 "임신 때부터 결연하는 것은 입양아나 친모에게 안정을 가져다 준다"며 "미국.캐나다 등 외국에선 보편적인 입양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임신 상태에서 생모와 양모가 만나 함께 '태교여행'을 떠나는 경우도 있다. 올 3월 태어난 남자 아이를 입양한 김종요(36)씨는 친모 정모(19)양이 임신 중이던 지난해 12월 전남 해남을 같이 다녀왔다. 미혼모로서 경제적 부담 때문에 자식을 포기해야 하는 자책감과 출산을 앞둔 긴장감을 덜어 주고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서다. 출산 순간에 정양의 손을 꼭 잡아 준 것도 김씨였다.
◆특별취재팀=이철재.한애란.박성우.권호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seajay@joongang.co.kr ▶한애란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aeyani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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