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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집행 중단 20주년’ 릴레이 인터뷰 (1) 정의당 이정미(오틸리아) 대표

관리자 | 2017.09.27 15:00 | 조회 3654

“흉악범죄 보면 흔들려도, 사형폐지는 생명의 하느님과 약속”


돌아오는 12월 30일로 우리나라에서 사형 집행이 중단된 지 꼭 20년이 된다. 국제사회는 사형 집행이 중단된 지 10년이 되는 나라를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7년 당당히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사형폐지국가 반열에 올라섰다. 하지만 여전히 법적·제도상으로는 ‘사형’이 남아있어 흉악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사형 집행 여론이 들끓는다.

한국교회는 하느님 창조질서 보전 차원에서 생명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오고 있다. 어느 종단보다 앞서 주교회의 산하에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를 두고, 교회 안팎에서 사형폐지운동을 이끌어오고 있다.

가톨릭신문은 한국교회의 이 같은 노력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사형 집행 중단 20주년’ 특별기획을 마련한다. 앞으로 사회 곳곳에서 주님의 향기를 퍼뜨리며 그리스도 정신을 살고 있는 이들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세상을 함께 그려본다.


정의당 이정미(오틸리아) 대표사진 정의당 제공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이 말씀을 듣고 나이 많은 자들부터 시작하여 하나씩 하나씩 떠나갔다. 마침내 예수님만 남으시고 여자는 가운데에 그대로 서 있었다.’(요한 8,7-9)

정의당 이정미(오틸리아·51) 당대표에게 성경의 이 말씀은 늘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지난해 치러진 4·13 총선 후 현재 정의당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그에게 성경은 삶의 나침반이다.

“하느님 나라를 가리키고 있는 나침반만 잘 봐도 길을 잃거나, 좌고우면(左顧右眄)하며 갈등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당대표라는 무거운 십자가를 진 그가 누가 보기에도 쉽게(?) 일할 수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사형제를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다.

“성경을 조금만 들여다봐도 주님은 죄인을 구하러 오신 분이지 벌하러 오신 분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을 가엾이 여기셔서 죽은 이들까지 살리시는 분 아닙니까.”

정의당은 이미 지난 2015년 소속 의원 전원이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에 서명하는 등 당론으로 사형제 폐지를 채택하고 있다. 살인을 저지른 사람을 국가가 똑같은 살인으로 처단하는 것이 과연 정의에 부합하는 것일까 하는 오랜 논의 결과다.

가톨릭계 학교에 다니던 중학생 시절 신앙을 받아들인 이 대표는 자신이 택한 세례명도 예사롭지 않게 생각될 때가 많다. 시각장애인으로 태어나 세례를 받을 때 기적적으로 시력을 회복한 오틸리아 성녀는, 새로운 각오와 다짐이 필요할 때마다 첫 마음을 잃지 않도록 그를 다잡아주는 원동력이 된다.

그런 이 대표에게 새로운 롤모델이 생겼다. 정의당 대변인으로 활동하던 2014년 당시 한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에게도 뚜렷한 인상을 남겼다.

“교황님 말씀은 2000년 전 이 땅에 오신 주님의 말씀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자기 편한 대로 주님의 가르침마저 꿰맞추고 거짓가면까지 덧씌우면서 그분을 딴 존재로 만들어버립니다.”

하느님을 찾고 정의를 말하는 이들에게서조차 주님의 따스한 숨결을 느끼지 못하는 현실이 못내 안타깝다. 그런 이 대표이기에 사형제를 둘러싼 문제는 의외로 간단하기까지 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 인터뷰에서 ‘동성애자가 선한 의지를 갖고 교회를 찾는다면 어떡하겠느냐’는 질문에, “내가 누구기에 그들을 심판할 수 있겠느냐”고 겸손하게 되물었습니다. 그 장면이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누구든, 사람이 사람을 함부로 심판할 수 없다는 걸 한 마디로 보여줬던 것이다.

“주님을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기준은 예수님이 가르치신 사랑, 형제애, 오로지 그것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굴곡이 없지 않았던 지난 세월에도 신앙의 끈을 놓치지 않았던 이유다. 주님께 배운 사랑이 있었기에 희망을 잃지 않았고, 그 사랑을 나눠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조차 좌우 이념의 잣대로 형제를 재단하고 죽이기까지 하는 현실이 못내 가슴 아프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교회 밖으로’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교회 밖으로 향할 때 진정으로 교회공동체가 더욱 풍성하고 커질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의 사회참여야말로 예수님을 향해 보다 가까이 나아가는 길이라고 봅니다.”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마태 7,3)는 말도 이 대표가 늘 자신을 비춰보는 거울이다.

“아무리 독실한 신자나 사형폐지론자라도 끔찍한 흉악범죄를 접할 때면 본능적으로 ‘도저히 같이 살 수 없는 사람’으로 느낄 것입니다. 당장 눈앞의 ‘악마’를 보고서 흔들리지 않을 이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형제는 주님께서 만드신 생명을 대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여론에 좌지우지될 수 없습니다.”

누구도 하느님 나라에서 제외되지 않듯 형제의 잘잘못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주님께서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마르 12,17)고 말씀하십니다. 생명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안다면 주님이 보여주시는 길은 분명합니다. 사형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생명의 하느님과의 약속입니다.”


■ 142 대 59… 전 세계 국가 3분의 2이상 사형폐지 택했다

우리나라도 ‘실질적 사형폐지국가’


사형제 폐지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 된지 오래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나라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사형폐지국에 속한다.

2016년 말 기준 국제앰네스티 자료에 의하면, 사형제를 폐지한 나라는 142개국, 집행국은 59개국이다. 폐지국가에는 우리나라처럼 제도상으로는 사형이 존재하나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된 32개국도 포함돼 있다. 인권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유럽 국가들은 예외 없이 사형제를 폐지했다.

사형 집행국 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2013년에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Madagascar) 국회가 사형제도를 폐지했다.

사형제를 폐지했다가 흉악범죄가 급증하자 다시 부활시킨 나라도 있다. 서아프리카의 감비아, 인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등은 2010년대 들어 사형제를 부활시켰다. 선진국 가운데 일본과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여전히 사형을 집행한다. 일본의 경우 지난 7월 13일 2명의 사형을 집행했다. 아베 내각에서만 19번째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사형 선고는 엄격해지는 추세다. 미국이나 일본도 마찬가지다. 정치범에게는 아예 사형이 선고되지 않는다. 죄질이 극도로 흉악한 경우에만 신중하게 선고된다. 연쇄살인범이나 3명 이상을 잔혹하게 살해했거나 피해자가 아동인 경우 등에 해당한다.

2016년 전 세계적으로 확인된 사형집행 건수는 1032건(중국 제외)으로 2015년(1634건)보다 37% 감소했다. 이처럼 사형제도는 이제 더 이상 지구상에서 존재해서는 안 되는 형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살릴 셰티(Salil Shetty) 사무총장은 “전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국가만이 여전히 대규모 사형 집행을 강행하고 있다. 대다수 나라는 더 이상 국가가 생명을 빼앗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집계된 총 사형집행 건수 중 87%가 단 4개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볼 때, 사형제도는 간신히 버티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



*위 기사는 가톨릭신문에서 발췌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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