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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의 현실과 그리스도인 역할

관리자 | 2018.11.07 10:29 | 조회 3016
생명 선택한 엄마의 생활고, 교회가 돕는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조사한 ‘양육미혼모 실태 및 욕구’ 조사에서 미혼모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재정적 지원으로 나타났다.

“미혼모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총무 이동익 신부(서울 방배4동본당 주임)가 미혼모 지원에 나선다. 주거·양육비 등 경제적으로 고통 받는 미혼모들을 돕고, 이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본지는 한국사회 미혼모들의 현실을 짚고, 이들을 위해 그리스도인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지를 알아본다.


■ “낳기 전보다 키우는 지금이 더 힘들어”

“병원이요? 안 가요. 아이가 아플 땐 어쩔 수 없지만, 제가 아플 땐 그냥 꾹 참아요.”

세 살 난 아들을 혼자 키우고 있는 김민영(가명·36)씨는 11월 5일 이렇게 토로했다. 

“둘이 벌어 한 명 키우기도 힘든 세상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려면 이 방법밖엔 없다”면서다. 현재 아이를 혼자 두기 힘들어 무직으로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있는 김씨는 아동수당 10만 원과 양육수당 10만 원, 총 20만 원으로 매달 생계를 버티고 있다. 김씨는 “아이를 낳기 전보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지금 ‘내가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고 밝혔다.

미혼모로서 느끼는 경제적 부담은 김씨 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임영희(가명·27)씨는 “이 정도 학력이면 어디에든 취업해 아이와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고 했다. 취업교육을 받는 데에도 돈이 필요했고, 일하는 동안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고용하는 데에도 돈이 필요했다. 겨우 직장에 들어가도, 아이가 아플 땐 일을 쉬어야 했다. 그 탓에 어렵게 구한 직장도 쉽게 그만두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현재 그녀는 집에서 문서작업으로 한 달에 50만 원 남짓을 벌고 있다. 임씨는 “저는 대학이라도 졸업해 이 정도 돈을 벌지만, 그렇지 않은 미혼모들은 정말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는다”고 했다.


■ 가장 큰 문제는 ‘재정적 어려움’

미혼모들의 경제적 고충은 김씨와 임씨처럼 몇몇 사례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올해 인구보건복지협회(회장 신언항)가 발표한 ‘양육미혼모 실태 및 욕구’ 조사 결과에서도 이러한 현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는 4월 20일부터 5월 8일까지 미취학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미혼모 35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미혼모들에게는 재정적 지원이 가장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미혼모들은 양육에서 재정적 어려움(34.3%)이 가장 크다고 답했다. 

직장·학업 병행의 어려움(22.0%), 자녀양육 스트레스(10.3%),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 시선(8.4%) 등이 재정적 어려움의 뒤를 이었다. 특히 설문조사 대상 중 38.4%는 재정적으로 힘들 때 도움 받을 수 있는 곳이 없다고 밝혔다. 또 10명 중 6명은 자신이 아픈데도 재정적인 이유로 인해 병원을 가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조사 결과에서 미혼모들의 월 평균 소득액은 92만3000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월 평균 근로소득 45만6000원과 월 평균 복지급여액 37만8000원, 월 평균 기타소득 8만9000원을 더한 금액이다. 그러나 이는 기혼여성의 월 평균 자녀양육비용 지출액이 65만8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생활비와 자녀양육비로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게다가 응답자 10명 중 6명이 근로소득이 없다고 답했고, 10명 중 1명은 소득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미혼모 보호시설인 마음자리 시설장 안현주 수녀(루도비카·예수성심전교수녀회)는 “미혼모들은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가장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자립하기가 쉽지 않고, 자립한다 해도 대부분 일자리가 불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안 수녀는 또 “미혼모들이 주택 문제 등을 홀로 책임지기에는 어려움이 크기 때문에 아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여력이 있다면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안 수녀는 “사회에서는 물론 교회에서조차 전후 관계를 따지지 않고 미혼모들을 부정적으로 보곤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생명을 지키려한 그 마음과 책임감을 중심으로 이들을 보고, 끊임없이 관심과 지지를 보내야 한다”고 밝혔다.


■ 이동익 신부, 미혼모 지원 기금 조성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총무 이동익 신부는 이 같은 현실을 보며 미혼모 지원 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이 신부는 그동안 가톨릭신문에 기고해온 ‘이동익 신부의 한 컷’ 원고료와 자신의 기부금을 토대로 미혼모 지원 기금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 신부는 오는 11월 18일 자신이 주임을 맡고 있는 서울 방배4동본당에서부터 공식적으로 모금 활동을 펼친다. 이 신부가 추진하는 이번 사업에는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가톨릭신문,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이 동참한다.

첫 모금액은 생명수호주일(매년 12월 첫째 주일)인 오는 12월 2일 경제적으로 고통받는 미혼모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후원 1005-303-571860 우리은행, 예금주 (재)천주교서울대교구
※문의 02-727-2352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총무 이동익 신부

“미혼모 지원, 생명 존중 위한 첫 걸음”
교회 생명운동 서명에 그쳐선 안 돼
인식 개선과 실천적 노력 병행돼야
교회 내 차별적 시선 극복도 과제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총무 이동익 신부는 “생명 존중을 위한 교회의 노력은 인식과 실천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신부는 “이번 미혼모 지원 사업은 생명 존중 실천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10월 20일 서울 서초구 방배4동성당에서 마련된 기자간담회에서 이 신부는 “교회의 가르침을 알고 있는 것과 이를 실천하는 것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다”고 했다. 이 신부는 이에 대해 낙태와 관련된 통계를 인용해 설명했다. “1991년 서울지역 반장 719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조사대상의 98.9%는 ‘낙태는 살인’이라는 교회의 가르침을 알고 있었지만, 83.6%는 낙태 경험이 있었습니다. 오래된 통계 자료이지만, 현실은 지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 신부는 이러한 인식과 실천의 괴리를 미혼모를 바라보는 한국사회의 관점에서도 발견했다고 말했다. “한 번은 미혼모를 본당 직원으로 채용하면 낙태를 줄이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미혼모를 채용하면 본당 신자들이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미혼모도, 본당 신부도 신자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만 들었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돌봐야 하지만, 한국사회와 교회에는 사회적 약자인 미혼모를 배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 신부는 그동안 자신이 펼쳐온 생명 존중 운동에도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 신부가 이러한 생각을 갖게 된 계기는 지난해 겨울 ‘낙태죄 폐지 반대 100만인 서명 운동’을 벌이던 중 한 얘기를 들으면서였다.

“당시 ‘교회가 생명 존중을 위해 고작 서명 운동만 벌여서 되겠는가.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는 지적을 들었습니다. 사제 생활 전체를 생명 운동에 매진했던 저로서는 너무 부끄럽고, 가슴 아픈 말이었습니다. 이제는 교회가 생명 존중을 위한 실천적 노력을 우리 사회에 보여줄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신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혼모들을 보듬고, 이들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혼모가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손가락질 받는 세상이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지킨 이들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사회분위기를 형성하자는 것이다.

“사회의 따가운 시선, 주위로부터의 따돌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낙태에 대한 유혹 등 모든 어려움을 뒤로하고 생명을 지킨 사람이 바로 미혼모입니다. 미혼모들을 비난하기보다는 아이를 낳았다는 것을 칭찬하고 용기를 줄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미혼모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전향적으로 바뀔 때 우리 사회에 낙태의 참상도 줄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


*위 기사는 가톨릭신문에서 발췌함을 밝힙니다


언론사 : 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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