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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살립시다1] 나프로 임신법-탄생 배경

관리자 | 2017.07.26 16:48 | 조회 4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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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프로 임신법에 따라 기록한 기록지다. 빨간색 스티커는 생리 기간을, 아기가 그려진 스티커는 가임 기간을 나타낸다. 스티커 밑에 점액 관찰 상태도 함께 기록한다.



여의도 성모병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나프로 임신센터를 개소, 국내 난임 치료의 새 장을 열었다. 나프로 임신센터는 난임 치료법으로 잘 알려진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 시술을 하지 않는다. 대신 나프로 임신법이라는 불리는 자연적인 치료법을 쓴다. 나프로 임신법은 여성 자궁 경부에서 분비되는 점액을 관찰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이를 통해 여성 호르몬의 변화는 물론 가임기와 비가임기를 파악, 부부가 자연스럽게 임신할 수 있도록 돕는다. 외과적 치료 개입은 최소화하며 난임으로 말 못할 고통을 감당해 온 부부의 마음까지 보듬는다. 미국과 유럽 등에선 이미 효과가 검증됐으며 임신 성공률은 80%까지 보고되고 있다. 가톨릭 교회는 여성 건강을 해치지 않는 데다 배아를 파괴하는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 시술과 달리 가톨릭 생명 윤리에도 전혀 어긋나지 않는 나프로 임신법을 적극 지지해 왔다. 나프로 임신법의 탄생 배경과 가톨릭 교회는 왜 나프로 임신법을 지지하는지, 나프로 임신법과 일반적인 난임 치료법(인공 수정, 시험관아기 시술)은 무엇이 다른지를 3회에 걸쳐 살펴본다.  
 

나프로 임신법은 나프로테크놀로지(NaPro Technology)를 일컫는다. 나프로(NaPro)는 자연적인(Natural) 가임력(Procreative)이라는 영어 단어에서 앞글자를 따서 지었다. 국내 도입 초기에 나프로테크놀로지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기도 했으나, 여의도성모병원 측은 국내에서 사용하는 이름을 나프로 임신법으로 통용하기로 했다. 테크놀로지(Technology, 기술)라고 했을 때, 난임을 치료할 획기적인 기술처럼 오해할 수 있어서다.

 

자연주기법을 활용한 출산 조절법
 

나프로 임신법은 새롭게 발견된 기술이 아니다. 기존에 알려진 자연주기법을 활용한 출산 조절법이다.
 

자연주기법은 여성의 생리 주기에 따라 가임기와 비가임기를 파악해 임신을 시도하거나 혹은 미루는 데 이용돼 왔다. 생리일을 기점으로 날짜를 계산해 배란일을 예측하거나, 배란일을 전후로 체온 변화를 측정하고, 여성 자궁 경부에서 분비되는 점액을 관찰하는 방법 등이다. 그러나 여성마다 생리 주기가 다르고 호르몬 변화도 제각각이라 이같은 자연주기법으로 임신을 시도하거나 미루려는 방법은 성공 확률보다 실패율이 높았다. 의사들도 자연주기법은 비과학적인 방법으로 여겨 관심을 두지 않았다.
 

가톨릭 교회가 교회 문헌에서 ‘자연 주기’와 ‘출산 조절’을 언급한 것은 1968년 바오로 6세 교황이 반포한 회칙 「인간 생명」(Humane Vitae)을 통해서다. 회칙은 당시 산아제한이라는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이뤄지던 피임과 낙태에 제동을 걸었다.
 

20세기 들어서면서 과학과 의학 기술 발전에 힘입어 각종 피임법과 피임 도구, 피임약이 개발됐고, 개방된 성(性)문화는 성(性)을 자녀 출산을 위한 부부 행위로 보지 않고 남녀 관계의 만족과 쾌락의 도구로 인식하게 했다. 또한 국가 주도로 이뤄지는 산아제한 정책을 바탕으로 인공피임과 낙태를 통한 출산조절은 당연하게 여겨졌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서 가톨릭 교회는 회칙을 통해 어떠한 종류의 인공피임도 반대한다고 천명했다. 인공피임이 기본적으로 새 생명을 거부하고, 가정과 사회의 건전성을 파괴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또한 성행위는 혼인한 부부 안에서만 가능하며, 이같은 부부 행위는 인간 생명을 출산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가톨릭 교회 전통 가르침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러면서도 ‘주기법 이용의 타당성’을 인정하며 여성 몸의 생리 주기에 따른 자연적인 출산 조절은 교회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했다.
 

“부부가 출산 간격을 두어야 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생식 능력에 내재하는 자연 주기를 이용하여 불임기에만 부부 행위를 함으로써 (…) 산아를 조절하는 것은 괜찮다고 교회는 가르치는 바이다.”(「인간 생명」 중에서)
 

회칙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난이 가톨릭 교회에 쏟아졌다. 당시 가임기 가톨릭 여성의 3/4이 피임 기구를 사용했고, 가톨릭 신자의 80%가 인공피임을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나프로 임신법 개발한 토마스 힐저스 박사
 

미국 의사 토마스 힐저스 박사는 바오로 6세 교황의 회칙에서 생명 존중을 바탕으로 한 자연주기법에 영감을 얻었다. 힐저스 박사는 자연주기법 가운데 ‘빌링스 배란법’에 주목했다. 빌링스 배란법은 1972년 존 빌링스 박사가 고안한 방법으로 자궁 점액을 관찰해 임신을 조절하는 배란법이다. 점액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임신 조절만이 아니라 여성 건강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 잘 알려진 방법이었지만 정확도가 떨어졌다. 토마스 힐저스 박사는 빌링스 배란법의 단점을 보완, 발전시켜 1980년대 이를 표준화, 체계화했다.
 

이후 힐저스 박사는 1985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교황 바오로 6세 연구소를 설립, 나프로 임신법 연구에 매진해 왔다. 이것이 오늘날 난임 부부들의 임신을 돕는 나프로 임신법까지 이어져 왔다. 또 단순히 임신을 조절하는 것을 넘어서 가톨릭 영성을 바탕으로 여성 건강을 총체적으로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때문에 나프로 임신법은 임신을 위해서만 사용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가임기 여성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다. 생리 주기를 관찰하고 점액을 확인하는 방법만으로도 산부인과적 건강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파악할 수 있다.
 

나프로 임신법 활용을 위해 여성은 생리 주기에 따른 몸의 변화를 관찰하고 매일 기록해야 한다.<표 참조> 적어도 3개월간 생리 주기와 분비된 점액 상태를 기록지(chart)에 매일 적어야 한다. 이렇게 하다 보면 여성 몸에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가 드러나게 된다. 예를 들어, 점액의 양이 너무 적으면 난임, 유산 등과 관련이 있고, 생리가 끝났음에도 갈색 출혈이 계속되면 호르몬 이상이 원인이다. 의료진은 기록지를 바탕으로 맞춤형 진단을 내리고,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치료를 시작한다. 몸에 무리가 가는 치료와 외과적 개입은 최소화한다. 또 나프로 임신법은 기록지를 작성할 때 부부가 함께 참여하도록 권한다. 아내가 관찰하고 기록한 것을 남편과도 같이 나누며 협력적인 부부관계 안에서 임신이 되도록 이끌어 준다. 병행되는 부부 상담과 영적 돌봄 역시 나프로 임신법만의 특징이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

언론사 : 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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