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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관련 실화 담은 ‘언플랜드’

관리자 | 2019.05.16 13:22 | 조회 2996

낙태 찬성자가 생명운동가로…

미국 개봉 이후 인식 개선에 큰 역할
국내 아직 미개봉… 누리집서 일부 공개



#장면1. 미국 텍사스 주의 한 낙태 클리닉 수술실. 초음파 검사 화면에 13주 된 태아의 모습이 보인다. 콩콩콩 뛰는 심장소리와 함께 태아의 머리와 팔, 다리가 선명하다. 자궁 속으로 들어온 석션 카테터(suction catheter·흡입용 도관)가 몸에 닿자 놀란 태아는 피하려고 몸을 움직인다. 필사적으로 발버둥치지만, 진공청소기보다 수십 배 강한 흡입력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기계가 가동되자 태아의 오른쪽 다리가 빠른 속도로 찢어진다. 연이어 왼쪽 다리와 몸, 머리까지 태아는 갈기갈기 흩어져 빨간 피와 함께 흡입관으로 사라진다. 수술이 끝난 산모의 자궁 속에는 텅 빈 태아집만 남아 있다.

#장면2. “약 먹고 1시간 정도 지나면 자궁이 깨끗하게 비워질 거예요. 출혈이 많을 수 있는데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놀라지 않으셔도 돼요.”

낙태 클리닉의 말은 실상과 달랐다. 약을 먹은 지 1시간, 애비 존슨(애슐리 브래처 분, 이하 애비)은 배를 부여잡고 구토하며 화장실로 향한다. 변기에 앉은 애비의 두 다리 사이로 붉은 피가 흘러내린다. 당황한 애비가 벌벌 떨며 일어나 샤워기를 틀고 그 아래에 서자 물과 피 사이로 툭하고 뭔가 떨어진다. 사망한 태아다. 허겁지겁 변기에 태아를 넣은 애비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다. 고통에 몸부림치다 잠든 지 12시간, 그제야 깼지만 애비는 이후로도 8주 동안 하혈하고 복통을 앓았다.

5월 10일 영화 ‘언플랜드’가 상영된 서울 대신동 필름포럼 제16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에서 영화 공동 프로듀서 알렉시스씨가 말하고 있다.

애비의 실화를 토대로 한 영화 ‘언플랜드’(unplanned·미리 계획하지 않은)는 낙태 실태를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한때 낙태 찬성 시민단체 ‘플랜드 패런트후드’(Planned Parenthood)의 낙태 클리닉 최연소 지부장까지 지낸 애비가 변화하는 과정을 영화는 낱낱이 보여준다. 낙태 클리닉에서 일한 지 8년 만에 처음 수술실에 들어간 애비는 그곳에서 그동안 세포 덩어리에 불과하다고 믿었던 태아가 고통받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곧장 사직서를 쓰고 생명 운동가로 돌아선다.

“8년간 2만2000건이 넘는 낙태에 가담했다”면서 애비는 2011년 이를 고백하는 회고록 「언플랜드」를 발간했고 척 콘젤만·캐리 솔로몬 감독은 이를 보고 영화 제작에 나섰다.

지난 3월 29일 미국에서 개봉된 이후 ‘언플랜드’는 많은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5월 10일 서울 대신동 필름포럼에서 열린 제16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에 참석한 영화 관계자들은 “미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태아를 인간으로 보게 됐고 그 결과 낙태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임신 여성을 돕는 ‘세이브더스톡스’(save the storks) 최고운영책임자 토마스씨는 “미국에서 영화 개봉 이래 지금까지 낙태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500명 이상 일을 그만뒀고 지금도 하루 평균 1~4명이 ‘낙태 클리닉에서 벗어나고 싶다’면서 애비에게 상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국내외에서 ‘언플랜드’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

이번 영화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알렉시스씨도 “모든 내용이 철저히 사실에 기반했다”고 말했다. 수술 중 자궁에 천공이 생겨도 낙태에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까 구급차를 부르지 못하게 하는 장면, 수술이 끝난 뒤 태아의 부서진 시신을 맞춰보는 POC(pieces of children·아이들의 조각)방 모두 현실이고, 영화에 등장한 의사 역시 과거 낙태 수술을 했던 의사로 과장이나 왜곡 없이 제작됐다는 의미다.

‘언플랜드’ 국내 개봉에 힘쓰고 있는 토마스씨의 아내 수씨는 “낙태를 둘러싼 논란이 격렬해서인지 미국에서도 시사회가 60여 차례 이뤄진 뒤에야 개봉됐다”면서 “한국에서도 영화가 하루 빨리 개봉될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아직 개봉되지 않았지만, ‘언플랜드’ 한국 누리집(unplanned.com/korea)에서 영화 일부와 그 뒷이야기가 담긴 27분 가량의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




언론사 : 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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