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총무 이동익 신부(서울 방배4동본당 주임)가 미혼모 지원에 나선다. 주거·양육비 등 경제적으로 고통 받는 미혼모들을 돕고, 이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본지는 한국사회 미혼모들의 현실을 짚고, 이들을 위해 그리스도인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지를 알아본다.
■ “낳기 전보다 키우는 지금이 더 힘들어”
“병원이요? 안 가요. 아이가 아플 땐 어쩔 수 없지만, 제가 아플 땐 그냥 꾹 참아요.”
세 살 난 아들을 혼자 키우고 있는 김민영(가명·36)씨는 11월 5일 이렇게 토로했다.
“둘이 벌어 한 명 키우기도 힘든 세상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려면 이 방법밖엔 없다”면서다. 현재 아이를 혼자 두기 힘들어 무직으로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있는 김씨는 아동수당 10만 원과 양육수당 10만 원, 총 20만 원으로 매달 생계를 버티고 있다. 김씨는 “아이를 낳기 전보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지금 ‘내가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고 밝혔다.
미혼모로서 느끼는 경제적 부담은 김씨 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임영희(가명·27)씨는 “이 정도 학력이면 어디에든 취업해 아이와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고 했다. 취업교육을 받는 데에도 돈이 필요했고, 일하는 동안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고용하는 데에도 돈이 필요했다. 겨우 직장에 들어가도, 아이가 아플 땐 일을 쉬어야 했다. 그 탓에 어렵게 구한 직장도 쉽게 그만두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현재 그녀는 집에서 문서작업으로 한 달에 50만 원 남짓을 벌고 있다. 임씨는 “저는 대학이라도 졸업해 이 정도 돈을 벌지만, 그렇지 않은 미혼모들은 정말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는다”고 했다.
■ 가장 큰 문제는 ‘재정적 어려움’
미혼모들의 경제적 고충은 김씨와 임씨처럼 몇몇 사례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올해 인구보건복지협회(회장 신언항)가 발표한 ‘양육미혼모 실태 및 욕구’ 조사 결과에서도 이러한 현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는 4월 20일부터 5월 8일까지 미취학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미혼모 35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미혼모들에게는 재정적 지원이 가장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미혼모들은 양육에서 재정적 어려움(34.3%)이 가장 크다고 답했다.
직장·학업 병행의 어려움(22.0%), 자녀양육 스트레스(10.3%),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 시선(8.4%) 등이 재정적 어려움의 뒤를 이었다. 특히 설문조사 대상 중 38.4%는 재정적으로 힘들 때 도움 받을 수 있는 곳이 없다고 밝혔다. 또 10명 중 6명은 자신이 아픈데도 재정적인 이유로 인해 병원을 가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조사 결과에서 미혼모들의 월 평균 소득액은 92만3000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월 평균 근로소득 45만6000원과 월 평균 복지급여액 37만8000원, 월 평균 기타소득 8만9000원을 더한 금액이다. 그러나 이는 기혼여성의 월 평균 자녀양육비용 지출액이 65만8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생활비와 자녀양육비로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게다가 응답자 10명 중 6명이 근로소득이 없다고 답했고, 10명 중 1명은 소득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미혼모 보호시설인 마음자리 시설장 안현주 수녀(루도비카·예수성심전교수녀회)는 “미혼모들은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가장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자립하기가 쉽지 않고, 자립한다 해도 대부분 일자리가 불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안 수녀는 또 “미혼모들이 주택 문제 등을 홀로 책임지기에는 어려움이 크기 때문에 아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여력이 있다면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안 수녀는 “사회에서는 물론 교회에서조차 전후 관계를 따지지 않고 미혼모들을 부정적으로 보곤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생명을 지키려한 그 마음과 책임감을 중심으로 이들을 보고, 끊임없이 관심과 지지를 보내야 한다”고 밝혔다.
■ 이동익 신부, 미혼모 지원 기금 조성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총무 이동익 신부는 이 같은 현실을 보며 미혼모 지원 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이 신부는 그동안 가톨릭신문에 기고해온 ‘이동익 신부의 한 컷’ 원고료와 자신의 기부금을 토대로 미혼모 지원 기금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 신부는 오는 11월 18일 자신이 주임을 맡고 있는 서울 방배4동본당에서부터 공식적으로 모금 활동을 펼친다. 이 신부가 추진하는 이번 사업에는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가톨릭신문,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이 동참한다.
첫 모금액은 생명수호주일(매년 12월 첫째 주일)인 오는 12월 2일 경제적으로 고통받는 미혼모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후원 1005-303-571860 우리은행, 예금주 (재)천주교서울대교구
※문의 02-727-2352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