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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B양, 아들 입양시키려다 마음 고쳐먹은 이유

관리자 | 2011.03.21 10:40 | 조회 4924

17세 B양, 아들 입양시키려다 마음 고쳐먹은 이유

2011. 3. 21. [CBS사회부 최인수 기자]

서울에 사는 B(17) 양은 출산예정일을 한 달쯤 앞뒀던 지난해 9월 서울 마포구에 있는 미혼모시설인
애란원을 찾았다.

아이를 낳으면 입양을 시킬 생각에서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아껴주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이기도 했지만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가 특히 입양을 강요했다. '어린 너 혼자 애를 키우긴 힘들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아이(아들)가 태어난 순간 터뜨린 울음소리를 잊을 수가 없었다. 아기 얼굴을 볼 때마다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래서 '일단 한 달만 키워보자'고 마음먹고 애란원에서 지냈다.

그러다 자기 또래의 한 미혼모가 아이를 입양 보낸 뒤 참회 했다는 이야기를 직접 듣고서 마음을 고쳐먹었다.

"입양 보낸 뒤 나중에 찾고 그럴 거면, 지금부터 아기에게 많은 사랑을 주는 게 낫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그 뒤로부터 한 때 연락을 끊기도 했던 아버지와의 갈등도 차츰 수그러졌다. 지난 설에는 용기를 내 친척들에게도 알렸다. 하지만 아직 할아버지의 마음을 돌리진 못했다.

지금도 주위의 따가운 시선이 늘 자신을 힘들게 하지만 그래도 하마터면 잃을 뻔 했던 '엄마'라는, 생애 최고의 호칭을 다시 찾게 돼 B양은 행복하다고 했다.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따 취업을 해서 아기와 함께 사는 게 꿈이라는 B양이 애란원에서 마음을 고쳐먹지 않았더라면 B양이 낳은 아이에게 무슨 일이 닥치게 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이처럼 애란원에서는 상담과 교육 등을 통해 미혼모들에게 자립심을 키워줌으로써 이들이 자기 아이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일에 중점을 두고 있다.

미혼모들은 이곳에 와 출산을 한 뒤 입양과 양육을 놓고 보통 100일정도 고민에 빠진다고 한다.

이때 이전에 애란원에서 생활했던 입양모와 양육모의 경험을 직접 듣게 된다.

입양을 선택할 경우, 미혼모들은 '새움터'에서 함께 지낸다. 어린 미혼모 대부분은 집에서 학대를 받거나 돌아갈 가정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게 한상순 원장의 설명이다.

한 원장은 "입양 뒤 미혼모들이 겪는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죄책감 때문에 자신을 학대하거나 학대의 수단으로 성매매를 하기도 한다"고 새움터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반면, 양육을 선택한 미혼모들은 '애란 모자의 집'으로 간다. 이곳에서는 B양처럼 아기를 돌보며 학교를 다니거나 직업훈련을 받게 된다.

한 원장은 "어린 미혼모들이 '넌 못해, 포기해야돼, 보내야돼'라는 말만 들으면 불안감 때문에 입양을 쉽게 결정한다"며 "자신감을 갖도록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애란원 미혼모들이 양육 선택 비율은 전체의 70~80%에 달한다. 한 입양기관에서 직접 운영하는 미혼모 시설의 약 20%보다 높은 셈이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권희정 사무국장은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미혼모들의 모성권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며 "사회제도적 지원 역시 부족한 탓에 계속 입양시장으로 아기들이 유입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입양이 소리 없는 강요처럼 들린다는 어린 미혼모들에게 우리 사회가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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