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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잘 났건 못 났건…인간은 모두 똑같이 존엄하죠”

관리자 | 2009.12.16 14:35 | 조회 5012

“잘 났건 못 났건…인간은 모두 똑같이 존엄하죠”
50년간 대구서 가톨릭 전파 73세 英 수산나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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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명문가에서 태어나 23세 꽃다운 나이에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하느님의 뜻을 알리겠다며 한국에 찾아온 지 올해로 만 50년.
 
대구 남구 이천동 한 작은 아파트에서 만난 수산나 메리 영거(Susannah Mary Younger) 여사는 73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쾌활하며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한국 이름은 양 수산나 또는 수지 영거. 50년의 세월동안 그는 대구 사람이 다 됐다.
 

수산나 여사의 아버지는 6`25 전쟁 당시 영국 외무부 차관을 역임했으며, 남동생은 BBC 방송국 국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녀도 옥스퍼드 대 중에서도 유능한 재원들이 몰리기로 유명한 PPE(철학`정치`경제학과)를 졸업했고, 사회과학부 석사를 취득했다. 집안 형제들 대부분이 옥스퍼드 출신이다.

그런 그녀가 전쟁을 겪고난 직후의 한국 땅에 하느님의 뜻을 전파하기 위해 떠난다고 했을 때 집안의 반대는 없었을까? “외삼촌과 사촌동생들이 6`25 전쟁에 직접 참전했습니다. 아버지는 외무부에 계셨으니까 한국 사정을 훨씬 더 잘 알았죠. 하지만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보다 가까운 곳에 갈 수는 없냐고 말하는 정도였을 뿐 반대는 전혀 없었습니다.”

 

유창한 한국말에다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경상도 사투리까지. 수산나 여사는 영락없는 한국 사람이다. 1959년 당시 대구대교구장 서정길 대주교의 초청으로 처음 한국 땅에 발을 디디게 된다.

 

“배를 타고 부산항에 들어왔는데, 새벽녘에 바라보는 부산항은 판자촌이 밀집해 가난이 바로 느껴지는 곳이었어요. 하지만 아름다웠죠. 그곳에서 희망을 봤습니다.” 그녀는 곧바로 대구로 올라와 지역의 어려움에 처한 청소년과 여성들을 위해 노력해왔다. 1962년 ‘가톨릭여자기술학원’(현 가톨릭푸름터)을 설립한 뒤 보호가 필요한 여성들의 가족이 되어주며 인성 교육과 미용`자수 등의 기능 교육을 통해 사회 적응과 자립을 도왔다. 대구지역 사회복지, 특히 여성복지의 효시인 셈이다. ‘가톨릭여자기술학원’을 세우기 전에는 길거리의 구두닦이 소년들을 도왔고, 하양 ‘무학농장’을 통해 농민들을 도왔다.

 

수산나 여사는 1967년 영국 콜린스 하빌 출판사를 통해 ‘무궁화’(Never ending flower)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한국의 문화를 세계로 알리는 계기가 된 책이며, 1969년 미국 뉴욕에서도 출간됐다. 1973년부터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부탁으로 프랑스 루르드 ‘옥실리움(Auxilium) 문화양성센터’에서 세계 여성지도자 교육을 맡았고, 이후 계속 한국을 왕래하던 그는 2004년 은퇴한 뒤 한국에서 여생을 보내고자 다시 돌아왔다.

 

현재 ‘가톨릭푸름터’ 고문으로 활동하며 철학과 다문화 이해를 위한 강의, 대구가톨릭병원 의사와 간호사를 위한 영어회화 자원봉사도 하고 있다. 수산나 여사는 요즘 격세지감을 느낀다. “50년전 한국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영국과 미국 등지에 한국을 도와달라며 손을 내밀었어요. 지금은 한국 사람들을 만나서 아프리카 브룬디와 콩고, 그리고 에콰도르, 인도네시아를 도와달라고 손을 내밉니다. 착한 사람들이 참 많아요. 역동적이고 물러설 줄 모르는 한국 사람들이 이룬 50년의 역사는 가히 기적입니다.”

 

수산나 여사는 신문에 이 말은 꼭 넣어달라고 당부했다. “살면서 참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모든 사람의 존경을 받는 지극히 높은 사람부터 길거리의 부랑자까지 만났습니다. 그러면서 소중한 것을 배웠습니다. ‘인간은 다 똑같다’는 겁니다. 잘난 사람이건 못난 사람이건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고 그러면서 자신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마음을 열게 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할 줄 알게 됩니다.” 잘나고 똑똑하고 존경받는 사람은 그 자신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타인들로부터 인정과 사랑을 받기 때문에 남들에게도 그렇게 비쳐지고, 또 남들을 배려하고 베풀 줄 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밑바닥 인생을 사는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한편 가톨릭푸름터(원장 이명식 베로니카)는 수산나 여사의 한국 입국 50주년을 기념해 12일 대구대교구청내 교육원 대강당에서 조환길 주교 주례로 감사 미사 및 축하연을 가졌으며, 이문희(바오로) 주교와 정재완(니꼴라오) 신부가 축사를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매일신문]  2009.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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