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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낙태 의사 고발 나선 산부인과 의사 최안나씨

관리자 | 2009.11.17 14:31 | 조회 5020
낙태 의사 고발 나선 산부인과 의사 최안나씨
 
“또라이 소리 들어도 이 운동 계속할 것”
 낙태 문제가 갑자기 수면 위로 떠올랐다. 30~40대 젊은 산부인과 개업의들의 모임인 '진오비'(GYNOB: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 모임의 영어 약자)가 지난달 말 "내년부터 낙태 시술을 한 의사를 고발하겠다"고 나서면서다. 진오비는 낙태를 단속하지 않는 보건복지가족부 고발하고 낙태의사를 신고받는 '낙파라치' 도입하는 등 파격적인 운동도 펼칠 계획이다. 낙태근절운동의 중심에 서 있는 최안나 대변인(43·아이온 산부인과 원장)을 5일 만났다. 그에게 '일개' 산부인과 개업의가 동료 산부인과 의사들로부터 "밤길 조심하라"는 협박을 받으면서까지 왜 낙태근절운동을 펼치는지 물어봤다. 최 대변인은 "남들이 나보고 '전국 또라이'라고 한다. 그래도 낙태가 없어질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며 세 시간 가까이 소신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지금 낙태근절운동을 펼치는가.

"산부인과 학술대회에 가면 행사장 절반이 피부미용과 비만치료 세션으로 채워져 있다. 산부인과 수련의를 거쳐 개업할 때 아예 피부관리사 자격증을 따서 나오는 게 현실이다. 산부인과를 포기하고 검진대도 없는 '여성의원'을 개업한다. 이대로 가면 국가적으로 분만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된다. 출산율이 올라가도 문제다. 고위험 출산을 감당할 수 있는 의사가 없다. 이번 운동은 산부인과 의사 스스로가 낙태로 연명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동시에 우리 사회에 묻는 거다. 산부인과 의사가 필요하냐고. 필요하다면 더이상 낙태를 못하게 도와달라고. 그렇지 않다면 우리(산부인과 의사)는 지금 다 그만둬야 한다. "

-왜 당신이어야 하나.

"내 미래가 걸린 일이다. 다른 사람이 나서지 않으니 내가 나설 수 밖에 없다. 최근 한 방송에서 낙태 현실을 고발한 후 산부인과의사회가 회원들에게 공지를 보냈다. 그만 하라는 게 아니라 (언론 등에) 걸리지 않게 조심하라는 내용이다. 자정 능력이 없다. "

-낙태근절운동을 하는 개인적인 이유가 있나.

"누구는 나보고 정치하려는 거냐고 묻더라. 아니다. 내가 이 운동을 펼친 후 가장 많이 받는 비난이 '당신 때문에 내 자식들이 내가 어떻게 돈 버는지 알게 됐다'는 거다. 낙태는 가족들에게도 말 못하는 돈벌이다. 그런 반성이 있다면 마땅히 그만 해야하지 않나. 차병원에서 4년 근무한 후 둘째를 임신 중이던 36살에 서울 명동에서 개업했다. 보고 싶은 불임환자는 안 오고 낙태 환자만 왔다. 낙태시술 후 손을 얼마나 씻는지 모른다. 간호조무사들도 자연유산 시술을 할 때와 달리 낙태할 때는 수술기구 집어주는 것도 꺼린다. 당시 개업한 병원이 명동성당 근처라 환자들이 묵주반지를 끼고도 오더라. 낙태만큼은 한국에서 종교·학별·재산 상관없이 가장 쉬운 선택이다. 그러나 그 순간은 간단해도 정신적 트라우마(정신적 상흔)는 굉장하다. "

-낙태 반대 운동으로 얻는 게 뭔가.

"저출산으로 온 나라가 난리다. 낙태를 인구조절의 한 방편으로 부추겼던 원죄 탓인지 이를 알면서도 정부는 단속의지조차 없다. 낙태근절운동만으로도 1~2년 내에 출산을 10만 건 이상 늘릴 수 있다고 본다. 또 이 운동이 성공하면 산부인과 의사 누구나 먹고 살려고 낙태를 하지 않아도 된다. 소신을 갖고 낙태하는 의사는 거의 없다. 대부분 분만이나 부인과 진료로는 벌이가 안되서 어쩔 수 없어 할 뿐이다. 조만간 낙태없이 분만과 부인과 진료만 하는 모델 병원을 만들 계획도 갖고 있다. "

-미혼모·장애인에 대한 배려 같은 사회적 인프라 없이 무조건 낙태를 반대하는 데 따른 비난도 있다.

"물론 사회적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이게 왜 아직까지 안됐느냐면 산부인과가 미리 차단해서 그렇다. (미혼모·장애인이) 나와야 권리가 생기고 인프라도 갖추고 할 게 아니냐. 자살하려고 약 먹은 사람 위 세척하는 게 의사다. 우리가 죽으려는 사람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일단 살리지 않나. 그런데 왜 뱃 속 아기는 그렇게 쉽게 없애는가. "

-너무 강하게 나온다는 여론이 있다. 앞으로 계획은.

"이달중 청와대와 관련학회 등 모든 기관에 낙태 의견을 묻는 질의서를 보낼 거다. 또 산부인과 개업의 전체를 전수조사하지 않는다면 복지부를 직무유기로 고발할 예정이다. 고발할 때 우리 스스로를 고발할 생각도 있다. 낙태는 5년까지 소급된다. 이 운동을 함께 하는 심상덕 원장은 "내가 감옥 가야 끝날 것"이라고 말한다. 다음달엔 홈페이지를 만들어 낙태근절운동에 참여하는 산부인과 명단을 공개할 거다. "

-언제까지 이 운동을 할건가.

"근절될 때까지다. "

글=안혜리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중앙일보]  2009.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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