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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저출산 해법, 남성에게 있다

관리자 | 2009.10.12 14:27 | 조회 4451

[시론/조영태]저출산 해법, 남성에게 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세계에서 가장 낮아서가 아니라 이렇게 낮은

출산율은 머지않은 미래에 국가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낮아진 출산율을 되돌리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낮은 출산 수준을 되돌리기 위해 정부는 2006년 제1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마련하여 지금까지 다양한 출산장려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이 계획의 근간을 이루는 요소는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사회·제도적 토양을 마련하는 것이다. 여성의 높아진 교육 수준과 사회 참여 욕구를 충족하면서도 출산과 보육이 동시에 가능한 사회가 돼야 낮아진 출산율을 회복할 수 있다는 가정에서 나온 정책 방향이다.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사회·제도적 환경이 마련되면 우리나라의 출산 수준이 정말 회복될 수 있을까. 인구학을 전공한 필자의 대답은 ‘아니요’다. 보육환경이 좋아지고 동시에 여성들의 노동 참여가 활발해지면 출산율은 증가하기보다 현재의 수준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환경이 좋다고 해도 아이를 하루 종일 보육시설에 맡길 엄마는 없다. 어쨌든 아이를 보호하고 키우는 것은 엄마인데, 엄마의 사회 참여 기회가 더욱 커지면 그만큼 아이를 돌볼 시간과 여유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 첫째 아이는 출산하더라도 둘째 아이의 출산은 미루거나 오히려 기피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반드시 있고 또 매우 간단하다. 여성이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환경의 모색에서 남성이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환경의 모색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는 일이다. 출산율이 높아 산아제한 운동을 벌이던 과거부터 출산장려 정책을 펼치고 있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출산 관련 정책의 대상은 언제나 여성이었다. 가정의 경제활동이 주로 남성을 통해 이뤄지던 과거에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출산 정책이 효과적이었을 수 있다.

이제 여성의 경제활동은 필수적이 됐다. 많은 남성이 배우자가 가정주부보다는 일하는 여성이 되어 주길 기대한다. 20대와 30대 자녀를 둔 중장년층도 딸과 며느리가 가정주부이기보다는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해 주기를 기대할 정도로 사회가 변했다.

이런 사회 환경에서 출산 정책의 대상이 여성이라면 그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경제활동에서 여성의 비중이 높아진 만큼 반대로 남성의 가사노동 및 양육 기여 비중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2005년 통계청 생활시간 조사에 따르면 25∼44세 여성이 자녀 양육을 포함한 가사노동에 참여하는 시간은 일일 평균 4시간 47분인 반면 같은 연령대 남성은 44분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의 한국사회가 이와 큰 차이가 없을 것임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거의 모든 가사노동이 여성에게 집중된 상황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은 출산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44분에 지나지 않는 남성들의 양육과 가사노동 시간이 최소한 2시간 이상으로 증가하지 않으면 저출산 문제의 해결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남성과 여성이 평등해졌지만 가사노동이 여성에게 편중돼 있는 가부장적 전통이 변하지 않고 있는 남부 유럽 국가와 이웃 일본이 저출산 문제를 수십 년 동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정부는 곧 제2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할 것이다. 새로운 저출산 대책은 여성보다는 남성이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제도와 문화를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길 기대해 본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동아일보] 2009.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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