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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낙태 대신 ‘임신 중지’라고 하나 (22.01.09)

관리자 | 2022.01.05 14:48 | 조회 1750

왜 낙태 대신 ‘임신 중지’라고 하나

여당 대선 후보가 공약 통해 특정 여성계의 용어 사용… 생명 죽이는 일 감추려는 뜻 담긴 용어


▲ 시민단체 회원과 어린이들이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여부를 가리는 결정을 앞두고 낙태죄 합헌을 촉구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정부ㆍ여당이 형법 낙태죄 문제와 관련해 일부 진보층과 특정 여성계에 편향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12월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임신 중지와 피임 시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내용의 ‘피임·임신 중지 건강보험 확대’ 정책을 발표했다.



임신 중지, 일부 진보층의 용어


이 후보는 “입법 공백 속에 아직도 많은 분이 제대로 된 의료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고 검증되지 않은 해외 의약품을 사용하거나 값비싼 비용 부담에 시기를 놓치는 일도 계속되고 있다”며 “향후 개정될 모자보건법상의 임신 중지 의료 행위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해, 안전한 의료기관에서 합법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도록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양한 피임 시술법이 개발되고 있으나, 주로 피임이 아닌 치료가 목적일 때만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며 “피하 이식형 피임 장치, 자궁 내 피임 장치 등 현대적 피임 시술까지 건강보험을 적용해 안전한 피임을 돕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공약 발표에서 현행법률에 규정돼 있는 낙태나 인공임신중절이란 용어 대신 ‘임신 중지’라는 용어를 썼다. ‘임신 중지’라는 단어를 진보층과 특정 여성계가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다. 이들은 각종 토론회와 집회, 보도자료 등을 통해 낙태라는 용어 대신 임신 중지라는 말을 집중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률에는 어디에도 임신 중지라는 용어가 없다. 형법은 27장에 ‘낙태의 죄’를 규정하고 있고 그 아래 제269조(낙태), 제270조(의사 등의 낙태, 부동의낙태) 등 2개 조항을 두고 있다. 또 모자보건법은 제12조(인공임신중절 예방 등의 사업)와 제14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에서 인공임신중절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에 근거해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은 인공임신중절 교육·상담 등을 실시하고 있고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등 의료계는 임신중절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국가나 공공기관, 의료계가 이처럼 법에 규정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한 언어 사용으로 국민들에게 혼선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따라서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법에 규정된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진보층과 특정 여성계만 사용하는 단어를 공약집에 공개적으로 쓴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낙태 사범 1명 복권

또한, 정부가 2022년 신년 특별사면ㆍ복권 등을 단행하면서 상징적으로 낙태 사범 1명을 복권 대상에 포함한 것도 진보층과 특정 여성계를 고려해서 내린 결정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12월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하고 한명숙 전 총리를 복권하는 등 3094명에 대한 특별사면ㆍ복권, 그리고 행정제재 대상자 98만 3051명에 대한 특별감면 조치를 발표했다. 특히 박 장관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에 부합하고 참작할 사정이 있는 집행유예 사범의 법률상 자격제한 회복을 위해 조처를 했다”며 “낙태 사범 1명이 복권됐다”고 밝혔다. 복권(復權)은 형의 선고로 인하여 법령에 따른 자격이 상실되거나 정지된 사람이 상실되거나 정지된 자격을 회복하도록 하는 법적 조치다. 현행법상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고 집행유예가 끝난 지 2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국가공무원에 임용될 수 없는 등의 자격제한이 있다. 복권되면 권리가 회복돼 공무원 임용 등 공직에 진출할 수 있다. 여성 민우회 등 낙태죄 폐지에 찬성했던 여성계는 “부당하게 처벌받았던 여성들에 대한 자격제한 해지 및 불이익은 없어져야 한다”며 정부 결정을 환영했다.

이와 관련,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에 복권된 사람은 ‘자기낙태죄’로 처벌받은 여성”이라며 “임신 5주차 때 태아를 낙태한 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낙태죄로 처벌을 받은 사람 중에서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사람을 엄선해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자기낙태죄는 낙태한 여성에게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200만 원 이하를 선고하도록 한 형법 269조 1항 규정을 말한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이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 때문에 임신 초기는 물론 임신 24주차 이후에 대해서도 제한이 없는 등 아무런 법적 보완장치 없이 무분별하게 낙태가 이뤄지고 있다.



낙태죄 보완입법 계속 방치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의 이 같은 기조는 보완입법을 하지 않고 시간을 끌면서 낙태죄를 무력화시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재 정부ㆍ여당은 2020년 말까지 낙태죄 위헌 결정에 따른 보완입법을 하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1년이 넘도록 형법 낙태죄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고 있다. 법무부는 낙태죄를 유지하되 의사에 의해 의학적인 방법으로 14주 이내 낙태를 자유롭게 허용하고 15~24주 이내에는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을 때 허용하자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2020년 말 제출했다. 그러나 여당 의원들은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자는 사람들이 많다. 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2019년 4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낙태죄는 효력을 잃었다”며 “낙태죄 폐지 후속 입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여성의 임신 중단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한 법안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런 정부ㆍ여당의 움직임에 대해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박정우 신부는 페이스북을 통해 “임신 중지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옳지 않다”며 “임신 중지라는 단어는 자기 편의를 위해 뱃속의 생명을 죽이는 행위를 감추려고 하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태아도 심장이 뛰는 엄연한 인간생명이고 이미 그 생명이 시작되었기에 태어나서 살아갈 천부의 권리가 주어진 존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약을 보고 마음이 상당히 불편해졌다”며 “이재명 후보의 여성정책 전문가들은 윤리의식이 빈약한 급진 페미니스트밖에 없는가?”라고 개탄했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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