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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낙태로 내모는 사회문화 제도 개선부터 힘써야

관리자 | 2018.11.23 10:23 | 조회 2608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학술세미나 ‘여성과 생명’


▲ ‘여성과 생명’을 주제로 한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의 정기 학술세미나가 이동익 신부 사회로 진행되고 있다.



올 한해 가톨릭교회를 달군 여성에 관한 화두는 ‘낙태죄 폐지 논란’과 ‘미투 운동’이었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위원장 이용훈 주교)가 여성주의 시각에서 이 화두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고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17일 서울 방배4동성당에서 ‘여성과 생명’을 주제로 개최한 학술세미나에서는 여성주의 시각과 맞선 가톨릭교회의 입장에 대해 치열한 갑론을박이 오갔지만, “낙태가 좋아서 하는 여성은 없다. 여성을 낙태로 내모는 사회문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모두 공감했다.

이동익(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총무) 신부 진행으로 △김세서리아(세실리아, 이화여대) 교수가 ‘한국 가톨릭교회의 낙태 담론에 대한 성찰과 재정 교화’를 △박은미(헬레나, 가톨릭대) 교수가 ‘여성 친화적인 교회를 향한 시대의 징표’를 주제로 발표했다. 논평자로는 정재우(가톨릭대 생명대학원장) 신부, 유주성(수원교구 사무처 차장) 신부, 김수정(가톨릭대 의대) 교수, 유혜숙(안나, 대구가톨릭대 인성교육원) 교수가 나섰다. 발제자들은 주교회의 여성소위원회 위원들, 유혜숙 교수를 제외한 나머지 논평자들은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이다. 





가톨릭교회의 낙태 담론



김세서리아 교수는 먼저 “가톨릭교회가 생명을 정의하는 방식이 생명의 구체성, 개별성,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회가 태아의 독립적 생명에 주목하는 것이 서구 근대의 고립적이고 원자적인 ‘개인’에 주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태아를 강조하기 위해 여성의 몸을 통제, 억압하는 가부장적 의식을 강화한다고 비판했다. 보편성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현실적 상황과 맥락 안에서 차이와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명 담론은 태아 개인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관계성과 사회 구조적 차원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재우 신부는 “가톨릭교회가 임신과 출산, 낙태를 둘러싼 사회적 측면에 대한 접근이 부족했다는 지적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면서 낙태의 기로에 선 여성들에게 낙태가 아닌 다른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도록 촉구하는 데 교회가 소극적이었다”고 인정했다. 



낙태한 여성은 죄인인가?

“가톨릭교회의 낙태 담론은 판단, 처벌의 주체와 판단 받는 대상을 이분화하고, 낙태 여성을 ‘죄인’으로, 여성을 ‘잠재적 죄인’으로 규명하는 윤리적 폭력을 행사한다.”(김세서리아 교수)

“가톨릭교회의 기본 정신은 죄에 대한 반대, 죄인에 대한 자비이다. ‘낙태 반대, 낙태한 여성에 대한 자비와 용서’라는 입장은 오해의 대상이 된다. 낙태한 여성에 대한 자비가 낙태를 허용한 것으로 간주되기도 하고, 낙태 반대가 낙태한 여성에 대한 배척으로 여겨지기도 한다.”(정재우 신부)

유혜숙 교수는 “교회는 죄인에게는 용서와 자비의 은총을 강조하지만, 죄라는 행위는 분명하게 죄라고 가르친다”며 “교회는 낙태한 여성을 위해 사목적 지원을 해야 하지만, ‘낙태’라는 행위 자체는 윤리적, 법적으로 죄로 평가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정재우 신부는 “낙태죄 폐지 반대 운동이 낙태한 여성을 법의 처벌에 내모는 뜻으로 들렸을 수도 있고, 그래서 자비의 메시지가 가려졌다면 이 점은 교회가 면밀히 검토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태아와 어머니, 갈등 관계인가? 

“태아의 독립된 생명에 초점을 두는 교회의 논리는 태아의 분리된 정체성을 강조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어머니-태아의 관계를 훼손한다. 어머니(여성)를 특권화된 가해자로, 태아를 힘없는 피해자로 이분화하면서, 어머니-태아를 협력보다는 갈등의 관계로 조망한다.”(김세서리아 교수) 

“어머니-태아의 관계는 매우 긴밀하다. 태아의 생존이 어머니의 보호와 양육에 전적으로 맡겨진 관계이다. 낙태는 이 관계의 한쪽 당사자, 태아를 없애버리는 행위가 아닌가. 낙태를 통해 태아가 여성의 몸 밖으로 배출되면, 더 이상 어머니-태아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정재우 신부) 

김 교수는 “흔히 낙태하는 어머니(여성)의 행위와 태아의 생명은 대립으로 간주되지만, 실제로 태아의 생명권을 짓밟으면서 본인의 권리를 자유롭게 행사하기만을 바라는 어머니(여성)는 많지 않다”면서 “낙태를 태아를 살리느냐, 죽이냐의 고립된 선택으로만 생각하면서 그것을 여성의 선택권이라고만 이해하는 것은 현실에 대한 고민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재우 신부는 “여성이 처한 사회적 맥락에 의거해 낙태가 용인될 수 있다면, 태아는 이미 관계 안에서 떼어낼 수 있는 기관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며 “태아 개인의 생명권보다 어머니와의 관계 안에서 태아를 바라봐야 한다면, 태아는 사실상 어머니의 처분에 맡겨진 객체로서 간주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박했다. 



여성 친화적인 교회를 향하여



‘여성 친화적인 교회를 향한 시대의 징표’를 주제로 발표한 박은미 교수는 “한국 교회의 미투에 대한 대응은 전체적으로 미온적”이라며 “주교회의가 설치한 특별위원회 역할은 연구 활동에 맞춰져 있고, 구체적 실행은 개별 교구에 맡겨져 있다”고 지적했다.

“성직자의 성범죄에 대응할 창구가 마련되고, 사제 대상 성폭력 예방교육이 시행된 것 외에는 교회 내에서 발생한 성폭력을 내부적으로 비밀스럽게 다루는 과정이나 태도 역시 여전하다.”

박 교수는 “특별위원회에 참여한 사제, 수도자, 평신도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해나가고 있는지 등 알려진 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가 배 속에 있는 태아를 굉장히 신경을 쓰듯이 교회 안에서 여성들이 혐오와 폭력 문제에 목소리 내는 것에 귀 기울여달라”면서 “교회가 좀 더럽혀지고 상처를 받더라도 귀 열고 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이것이 인본주의의 시작이며, 모든 생명에 대한 배려”라고 덧붙였다.

유주성 신부는 패널 토의에서 “낙태를 했다고 고백한 자매들은 많았지만, 낙태를 고백한 남성은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생명에 대한 무책임한 남성의 현실도 지적했다. 정재우 신부도 “남성이 생명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톨릭교회는 원칙과 교리를 포기할 수 없다.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 ‘낙태는 안 된다’는 것이 대원칙이다. 그러나 대원칙을 주장하는 것이 한쪽에는 굉장히 상처를 주는 일이기도 하다. 미혼모를 돕는 것이 미혼모를 양산하자는 이야기가 아니지 않은가.”(이용훈 주교)

이용훈 주교는 폐회 인사말에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특수한 상황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확산시켜야 하지만 전통적인 교리를 포기할 수는 없다”면서 “(교회가) 성찰하는 시간이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위 기사는 가톨릭신문에서 발췌함을 밝힙니다
언론사 : 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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