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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교회 가르침으로 살펴보는 대통령 헌법개정안

관리자 | 2018.05.15 09:59 | 조회 2843

문재인(티모테오) 대통령이 3월 26일 헌법개정안을 발의함으로써, 개정안에 그리스도 정신이 반영됐는지 교회가 관심을 쏟고 있다.

헌법개정안은 전문과 137개 조항, 부칙 9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우선 전문에 현행 헌법에는 빠졌던 ‘부마민주항쟁과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의 민주이념을 계승’이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이 가운데 5·18민주화운동과 6·10항쟁은 사건 당시에 가톨릭교회도 깊이 관여했고 이후 그 역사적 의의 조명과 관련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힘썼다는 점에서 교회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기본권 규정에서 눈에 띄는 단어는 ‘사람’이다. 현행 헌법상 기본권 주체인 ‘국민’을 ‘사람’으로 바꾼 규정이 상당수다. 국민이 되는 요건은 법률(국적법)로 정하는데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결혼이주여성, 이주노동자 등이 기본권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세상 모든 이에게 차별 없이 골고루 햇빛을 비추는 하느님 자비 정신이 여기에 부합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알권리’의 주체는 국민으로 규정(헌법개정안 제22조)했으며 일할 권리의 주체 역시 국민으로 한정(헌법개정안 제33조)하는 등 기본권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권리 주체 범위를 국민으로 좁게 정한 규정도 보인다.

기본권 규정은 현행 헌법 체계를 기본적으로 따르고 있지만 헌법개정안 제12조에서 ‘생명권’을 명시한 것이 눈에 띈다. 생명권은 현행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는 조항에서 도출된다는 것이 학계와 헌법재판소의 견해였다. 가톨릭교회를 비롯한 종교계는 생명권을 헌법개정안에 명시할 것을 요구해 왔다. 이번 헌법개정안에 ‘생명권’이 명문으로 규정됨으로써 교회가 일관되게 추진해 온 형법상 낙태죄 폐지 반대 운동 등 생명운동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사형제도 폐지 논의도 생명권 명시로 더욱 활발해지면서 새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사형제의 경우 현행 헌법 조문에 적시(제110조 제4항 비상계엄 하에서 단심제에 의한 사형 선고 금지)돼 있어 사형제 존치의 근거로 인용됐지만 헌법개정안에서는 ‘사형’ 문구를 삭제했다. 사형제 폐지의 걸림돌을 제거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군사법원을 비상계엄 선포와 국외파병 시에만 설치할 수 있도록 개정(헌법개정안 제110조)한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현행 헌법상 군사법원은 법관이 아닌 현역 장교가 재판을 맡아 군인들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는 비판이 교회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헌법 조항에 도입을 주장한 ‘노동’ 용어가 헌법개정안에 들어왔다. 현행 헌법에서 ‘근로’로 표기됐던 부분이 ‘노동’, ‘노동조건’, ‘노동자’ 등으로 대체된 것을 볼 수 있다. 교회 문헌에는 일반적으로 ‘노동’이 쓰이고 있지만 남북 분단 상황에서 이데올로기적 사유로 헌법 기초자들은 ‘노동’을 의식적으로 회피하고 ‘근로’로 표기했다.

또 한 군데 의미 있는 변화는 ‘토지공개념’에서 찾을 수 있다. 헌법개정안 제128조 제2항은 ‘국가는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현행 헌법에서도 제23조 재산권 규정과 제122조 경제질서 조항에서 토지공공성 개념을 끌어낼 수는 있지만 헌법개정안은 토지공개념을 신설 조항으로 도입해 사유재산권 중 토지는 공공재로서의 성격도 지닌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자연환경은 모든 인류의 유산이며 모든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공공재입니다. 그 가운데 어떤 것을 사유화해도 모든 이의 이익을 위하여 관리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른 이들의 생존을 부인하며 우리의 양심을 거스르게 됩니다”(제95항)라고 밝혀 자연을 공공재로 인식하는 가치관을 제시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위 기사는 가톨릭신문에서 발췌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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