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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죽음으로 기억될 법 - 생명윤리법

관리자 | 2010.07.02 14:22 | 조회 4289

[커버스토리] 죽음으로 기억될 법 - 생명윤리법

가톨릭신문 2010-06-30

 

 

- 2001년 5월 23일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와 개신교 생명윤리위원회가 공동으로 가진 ‘생명윤리기본법에 관한 공동기자회견’ 장면.

 

인간배아 생명권 외면 … 난자 매매 가능성도 배아의 법적 지위 관련 분명한 이해·기술 결여 5월에 입법 예고된 정부 개정안 역시 생명권 해석하는 시각 그릇돼 교회, ‘잔여배아 대상 연구 반대’ ‘체외수정배아 규제 법’ 강조

 

생명윤리법은 생명권 이해에서부터 실패한 악법이다.

 

생명윤리에 부합하는 법적 규율을 만들기보다 생명과학 연구를 우선 육성하려는 의지를 내세운 결과의 하나다. 유명 과학자의 논문조작과 연구기금 횡령이라는 세기적인 사건이 발발, 전 세계적인 질타가 쏟아지고 나서야 정부는 생명윤리법의 문제점을 조금씩 인정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총체적으로 수렴해 제정한 법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해왔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이러한 법률이 있는지, 어떤 내용인지, 언제부터 시행돼 왔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정부의 주도 하에 국민들에게는 제대로 알리지도 않고 날치기 입법을 강행한 덕분이다.

 

특히 이 법은 인간배아를 물질로 규정, 인간배아 연구를 허용하고 이른바 난자매매의 가능성도 열어놓은 심각한 문제점을 야기했다.

 

생명윤리법은 생명에 대한 가치 판단을 전제로 만들어진 법이다. 당연히 인간배아의 법적 지위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하지만 수많은 공방과 공청회 속에서도 배아의 생명권은 외면 당해왔다.

 

생명윤리법은 올해로 세 번째 개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 내용은 여전히 인간존엄성 수호와는 요원하다. 게다가 헌법재판소 또한 이 법이 헌법에 일치한다고 판결, 인간생명 수호 노력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는 보다 구체적인 규범을 형성하는 일이다. 생명윤리에 반하는 문제들이 실제 법률로 다뤄질 수 있도록 범국민적인 토론 또한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생명윤리법 전부개정안 내용을 중심으로 현행 법률의 문제점과 올바른 개정 방향을 살펴본다.

 

 

생명윤리법이 걸어온 길

 

생명윤리법 제정은 우선 급격한 생명과학 발전으로 야기된 생명윤리 관련 문제들을 총체적으로 규제하는 국내 최초 법이라는 점에서 환영받았다.

 

그러나 처음 의도와 달리 제정은 물론 개정과정은 모두 일부 입법 관계자들에 의해 졸속 진행됐다. 무엇보다 생명윤리에 부합하는 법적 규율을 만들기보다 생명과학 연구를 육성하려는 입법적 의지가 우선되는 모순을 보였다.

 

2000년대 들어 인간배아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고개를 들자, 종교계 등의 요청에 의해 법 제정이 발 빠르게 추진됐다. 2001년 과학기술부 산하 생명윤리자문위원회가 발표한 생명윤리기본법 첫 시안은 인간 배아의 체세포 핵이식과 불임치료 외 배아 생성 행위를 금지됐다. 인간생명의 존엄성 수호와 생명과학 연구의 필요성에서 생겨나는 문제 해결을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한 법안이었다.

 

그러나 시안이 발표되면서부터 상황은 빠르게 변했다. 과학계는 생명과학을 저지하는 법안이라며 거세게 반발했고 상업적인 동기와 생명윤리적인 입장 사이에 논란이 불붙었다. 정부는 희귀·난치병을 전제로 할 때는 인간배아를 대상으로 실험할 수 있는 길을 여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생명윤리법이 아니라 연구증진법이라는 개탄이 연이어 쏟아졌지만, 정부는 생명과학 연구 분야에 거대한 공적자금을 지원하는데 급급했다.

 

이 법의 모순은 2005년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과 연구기금 사기 사건을 계기로 여지없이 드러났다. 이 여파 끝에 생명윤리법 개정이 추진됐다. 하지만 이 개정안도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 중 생명윤리계 위원 7명 전원이 불참한 가운데 통과됐다. 체세포복제배아 연구는 여전히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이어진 2008년도 개정안도 2년여간 준비해왔던 안이 아닌 대안법률안이 제17대 임시국회에서 졸속 통과됐다. 그 사이 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 등 종교계 등에서 제기한 의견과 개정안은 국회에 상정되지도 못하고 연이어 무산됐다.

 

현재 교회가 제안하는 생명윤리법 개정 혹은 전면 재제정에 가장 부합하는 법안은 지난해 12월 이영애(글로리아) 의원 주관으로 총12명의 국회의원이 공동 발의한 전부개정안이다.

 

올해 5월 10일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생명윤리법 전부개정안은 윤리적 논쟁의 중심이 되는 인간배아 연구와 체세포복제연구, 생식세포 기증 문제 등을 포함하는 독소조항은 전혀 손대지 않은 모습이다. 이에 따라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는 최근 개정 방향과 내용의 문제점에 대한 의견서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했으며, 올바른 법 개정을 위해 범국민적인 노력을 독려하고 있다.

 

 

생명윤리법 각 조항 문제점·개정 방향

 

생명윤리법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인간배아의 총체적인 정의를 올바로 밝히지 못한 점이다. 배아의 법적 지위가 무엇인지, 이것이 인간 존엄성과 어떻게 관계되는지에 대해 분명한 이해와 기술이 결여돼 있다.

 

생명을 수호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라면 그 목적이 우선 생명의 존엄성 보호와 존중에 있다는 것을 밝혀야 한다. 하지만 이 법은 처음부터 생명과학기술 개발과 이용 여건 조성 등의 이중 목적을 먼저 밝혀 법의 진정성을 그르치고 있다.

 

지난 5월 입법 예고된 전부개정안 또한 현행 생명윤리법과 마찬가지로 생명권을 해석하는 시각에서부터 그릇된 모습을 보인다.

 

제2조 3항에서는 ‘배아란 인간의 수정란과 수정된 때부터 착상 완료 이전까지의 분열된 세포군을 말한다’고 규정, 인간인 배아를 물질로 정의하는 오류를 범한다. 배아에 대한 정의는 2조 6?7항에서도 수정이 요청된다.

 

제25조 배아 생성에 관한 준수사항은 근본적으로 체외수정을 반대하는 교회의 가르침에 어긋난다. 또 타인의 임신을 위해서도 배아를 생성할 수 있는 가능성도 포함해 수정이 필요하다. 제26조의 경우 타인의 임신을 위해 생식세포를 기증하거나 대리 임신 가능성을 배재하지 않은 문제점을 보인다.

 

제27~28조는 인간 배아와 난자를 연구에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 인간생명을 연구에 이용하는 그릇된 행태를 허가하고 있다. 27조의 경우 임신 외 목적으로는 배아를 생성해선 안된다는 25조와도 모순된다.

 

제29~30조는 타인의 임신을 위해 난자를 제공하고 실비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밝힘에 따라 이른바 난자 매매를 허용하는 독소조항이다. 교회는 배아생성의료기관이 난자 기증 자체를 받지 못하고 취급할 수 없도록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제31조는 잔여배아 연구를, 제32조는 희귀·난치병의 치료를 위한 연구목적의 승인을, 제33조는 체세포복제배아 등의 연구를 허용하고 있어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법조항으로 남아 있다. 제35조와 36조 배아줄기세포주의 등록과 제공 관련 조항도 새로운 배아줄기세포주 수립에 반대하는 내용으로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밖에도 생명윤리법은 생명권을 수호하는 중요한 법으로 가장 우선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다른 법의 하위의 두는 문제점을 보인다. 국가위원회와 기관위원회 인적 구성에 있어서도 불합리성을 보이며, 개정안 내용 또한 연구 등에 대한 동의능력이 없는 사람들과 사회, 경제적 취약 계층들을 충분히 보호하지 않는 모순을 드러낸다. 유전자검사 등에 있어서도 낙태 등의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문제점이 개정 내용으로 지적된다. 특히 교회는 잔여배아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대해 강력한 반대의견을 표명하며 근본적으로 체외수정배아를 만들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아울러 이미 생성된 잔여배아는 입양시켜 출산할 수 있을 때까지 냉동을 통해 보호하거나, 과도한 기계적 개입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시키는 것이 일종의 무의미한 연명이 아닌지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다. 현재 국내에는 40~80여만 개의 배아가 냉동보관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생명윤리법 제정 및 개정 과정

 

2000. 01. 생명과학보건안전윤리법안 제정 추진 계획 수립

 

2001. 05. 18 생명윤리기본법 시안 발표

 

2001. 05. 23 ‘인간 복제에 관한 천주교?개신교 공동선언문’

 

2001. 07. 19 ‘정부와 국회는 생명윤리기본법을 조속히 제정하라’ 성명서

 

2002. 07. 22 ‘인간 배아 복제 허용 입법을 반대하면서’ 담화문

 

2002. 09. 25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천주교의 입장’ 성명서

 

2003. 01. 03 ‘복제 인간 소식을 접하며’ 담화문

 

2003. 02. 19 서울대교구 올바른 생명윤리법 제정 위한 서명운동

 

2003. 03. 27 한국 천주교회 생명윤리기본법안 국회 제출

 

2003. 10. 16 ‘국무회의가 의결한 생명윤리법에 대한 한국가톨릭교회의 입장’ 성명서

 

2004. 01. 29 생명윤리법 제정

 

2005. 01. 01 생명윤리법 시행

 

2005. 03. 31 ‘생명윤리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

 

2005. 04. 07 제1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촉

 

2005. 06. 04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입장’ 성명서

 

2007. 02. 21 ‘생명윤리법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입장’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성명서

 

2007. 03. 15 ‘생명의 문화를 향하여’ 한국 주교단 공동성명서

 

2007. 10. 04. 생명윤리법 일부 개정

 

2008. 05. 16 ‘개악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대해 심각히 우려하며’ 성명서

 

2008. 06. 05 생명윤리법 일부개정법 개정

 

2008. 07. 16 제2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촉

 

2009. 04. 29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체세포복제배아 연구 재개 승인

 

2009. 04. 29 ‘체세포복제배아 연구 재개를 반대하며’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성명서

 

2010. 05. 10 생명윤리법 전부개정안 입법 예고

 

2010. 05. 27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 일치로 생명윤리법 합헌 판결

 

2010. 06. 01 ‘배아(胚芽)의 인간기본권 부인 판결을 반대합니다’ 성명서

 

 

< 주정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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