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자료실

[연합뉴스] 최고 낙태율, 최저 출산율의 나라

관리자 | 2009.11.03 10:15 | 조회 4583
[연합시론] 최고 낙태율, 최저 출산율의 나라
최근 산부인과 의사들이 의미 있는 성명을 하나 발표해 눈길을모았다.

젊은 산부인과 의사 700여명으로 구성된 가칭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지난 18일 불법낙태시술 전면중단선언을 통해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낙태 문제를 정면으로 부각시키는 한편, 이 같은 불법행위가 더이상 이뤄지지 않도록 앞장서겠다고다짐했다. 일종의 양심선언인 셈이다. 매우 심각한 사회문제임에도 쉬쉬하며 숨겨오기 급급했던, 그래서 무각감해지기까지 한 불법낙태문제를 산부인과 의사들 스스로가 공론화시켰다는 점에서 이번 성명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와 관련해 KBS TV의 ‘추적60분’은 28일 불법낙태문제를 심도 있게 다뤄 충격을 줬다. 이들 의사의 자정결의는 사뭇 진지하고 비장하다. 불법낙태현실에 대한 솔직한 고백을 털어놓음은 물론 이런 관행이 성행하게 된 배경과 이유, 근절 방안, 행동지침을 나름대로 제시했다.

참여 의사들은 11월 1일부터 불법 임신중절(낙태) 시술을전면중단할 것이며 이 같은 자정 노력에도 올해 말까지 불법낙태가 근절되지 않으면모든 불법낙태에 대해 사법부에 엄정한 법집행을 촉구하고 법적 처단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를 향해서도 “낙태 의지를 철회하고, 임산부에 대한 지원을 모든 정책에 우선해 시행해달라”고 촉구했다. 물론 이 같은 선언이 아직은 소수의 목소리에 지나지 않고 산부인과 관련 기존단체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상황이나 무분별한 낙태를 줄이거나 없애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낙태는 의학적으로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고는 명백히 불법이다. 불법낙태를 할 경우 형법에 근거해 의사와 산모를 모두 처벌할 수 있으나 이 법이 엄격히 집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2005년부터 올해 8월까지 낙태죄로 정식재판에 회부된 사례가 고작 17건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이를 한 마디로 입증해주고 있다. 적게잡아도 해마다 30만 건 이상의 불법낙태시술이 공공연히 이뤄지는 현실에 비춰보면사문화된 거나 다름없다.

이처럼 법이 유명무실하다보니 일선의사들은 별다른 고민이나 죄책감 없이 시술도구를 집어들고 있고, 국민들도 불법이라는 사실조차 망각한채 손쉬운 방법을 택하고 있으며, 정부 역시 나몰라라하고 사실상 이를 용인해주고 있다. 의료계는 물론 사법부, 정부, 국민들에게도 불법낙태의 책임이 일정부분 있는것이다. 이런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낙태시술의 97%가 불법으로 자행돼 신생아 대비 세계최고 낙태율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매우 부끄럽게 한다. 이는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를 기록하는 출산율(지난해 현재 여성 1인당 1.19명)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나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고령화 추세와도 맞물려 있다.

신생아가 해마다 줄어드는 반면, 고령인구는 급속히 늘어 2050년이 되면 고령화 비율이 무려 38.2%에 이를 것이라는 정부 전망까지 나왔다. 다시 말해 최고 낙태율, 최저 출산율, 최고 고령화율은 한 묶음으로 연결돼 세대간 균형과 조화를 깨뜨리며 우리 사회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애써 눈감아온 불법낙태에 대해 이제 우리 사회도 정면으로 바라봐야 한다. 불법낙태가 만연하는 현실부터 깨닫고, 그 원인과 이유, 대책 등을 차분하고 깊이 있게 논의해야 할 때다. 그리고 법적ㆍ제도적 장치를 마련해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부부터 눈을 크게 떠야 한다. 그리고 의료계도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국민들의 이해와 동참 역시 필요하다. 사법부 또한 불법을 외면만 하고 있어서는 안된다. 최고 불법낙태율은 우리가 내세우는 ‘국격’과도 어울리지 않으며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자긍심과는 더더욱 거리가 멀다. 이제 그 그림자를 지워나갈 때가 됐다.

[연합뉴스] 2009-10-30
 
언론사 :
twitter facebook
댓글 (0)
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