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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스스로 성장하는 새로운 한 사람의 생명(최진일 마리아, 생명윤리학자) (21.09.05)

관리자 | 2021.09.01 18:26 | 조회 1177

[시사진단] 스스로 성장하는 새로운 한 사람의 생명(최진일 마리아, 생명윤리학자)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듯이 수정란은 난자와 정자가 결합한 단일 세포이다. 이 단일 세포(수정란)로부터 인체에 존재하는 약 40조 개의 세포들과 각각의 장기(간, 심장, 신장 등)를 형성한다. 그래서 수정란은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들(체세포)과는 다르다. 그런데도 배아가 체세포들처럼 단순한 ‘세포 덩어리’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팽배했으며, 여전히 그러하다.

그래서 더 궁금하다. 어떻게 그 어마어마한 일이 수정란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인가? 그리고 이러한 엄연한 사실에도 배아는 단순한 세포 덩어리로 취급되는가?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교황청 생명학술원은 포유류 실험을 통해 발견된 내용을 기초로 수정된 순간부터 배아 발달을 이끄는 축과 다음 단계 세포들의 운명이 이미 결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착상 전 단계의 인간 배아-과학적 측면과 생명윤리적 고찰」, 2006).

최근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주영석 교수 연구팀이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 교실 오지원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이를 뒷받침할만한 의미 있는 논문을 국제학술지(“Clonal dynamics in early human embryogenesis inferred from somatic mutation”, Nature, 2021. 8. 25. 온라인판)에 발표하였다. 연구팀은 배아 발생 세포가 신체를 구성할 때 불균등한 분포를 보이는 것을 밝혀냈다. 인간 수정란은 46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어머니에게서 23개, 아버지에게서 23개를 물려받아 형성된 것이다. 수정란은 수정 직후 24~36시간 이내에 세포분열이 이루어지는데, 이때 모든 DNA를 복제하여 둘로 나뉘게 된다. 이 단계를 2세포기라고 부른다. 이후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4세포기, 8세포기, 16세포기로 왕성한 세포분열이 이루어진다. 연구팀의 발표로는, 배아 2세포기의 두 세포 중 한 세포가 다른 세포에 비해 더 많이 인체를 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사람마다 비율이 달랐다. 특정 신체 부위, 장기를 구성할 때 특정 배아 세포가 더 많이 분포하는 불균등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하였다. 연구팀은 “이는 매우 초기부터 세포의 운명이 단계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발견은 앞서 교황청 생명학술원이 15년 전에 발표한 내용과 일치하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공동연구팀은 포유류 실험이 아닌 일곱 구의 기증된 시신에서 334개의 단일 세포와 379개의 조직을 채취하여 이를 밝혀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유전체 기술을 이용하여 334개의 단일 세포가 가진 유전체 정보를 모아 빅데이터를 형성하고 이를 분석한 다음, 세포들의 계통들을 이용하여 배아 발생과정에서 발생하는 체세포 돌연변이의 수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추정하였다. 이로써 배아 파괴 없이 인간 배아 발생과정을 규명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이 발견이 과학적, 의학적으로 갖는 의미 못지않게, 윤리적 의미 또한 크다. 우리에게 배아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체계적으로 통솔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에, 배아를 ‘세포 덩어리’로 취급할 수 없음이 더욱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난자가 수정되는 순간부터, 아버지의 것도 어머니의 것도 아닌, 자기 스스로 성장하는 새로운 한 사람의 생명이 시작된다. 만일 그가 그때부터 인간이 아니었다면, 결코 인간이 되지 않을 것이다. … 현대 유전학은 이 불변의 증거에 대한 귀중한 확증을 제공해 준다.”(「생명의 선물」, 제1부 인간 배아에 대한 존중, 제1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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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 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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