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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위원회 제11차 학술세미나 - 생명 외면? 부메랑 돼 돌아온다

관리자 | 2008.12.15 22:42 | 조회 4205

 


▲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가 9월 25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개최한 제 11차 학술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우재명 신부(왼쪽) 발표를 듣고 있다.

"생명 외면? 부메랑 돼 돌아온다 "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염수정 주교)는 9월 25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7층 강당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생명의 복음」을 주제로 제11차 학술세미나를 열어 인간생명의 가치와 불가침성을 재확인하고, 생명문화 정착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염수정 주교는 인사말에서 "생명과학의 눈부신 발전은 과학기술 만능주의를 낳으면서 우리 사회에 심각한 수준의 생명경시 풍조를 조장했다"며 이러한 때 우리 사회에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올바른 생명의식을 되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995년 반포된 「생명의 복음」은 우리 시대에 만연한 반(反) 생명문화를 '죽음의 문화'로 규정하고, 특히 생명공학 시대를 맞아 생명을 위협하는 새로운 현상에 주목하면서 교회가 죽음의 문화를 극복하고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는 데 앞장설 것을 촉구하는 문헌이다. 다음은 이날 세미나에서 발표된 3개 발제문 주요 내용.
 
 ▨'죽음의 문화'에서 '생명의 문화'로(우재명 신부, 서강대 신학대학원장)

 죽음의 문화는 단순히 현대사회 문제의 다양성과 심각성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죄의 구조'라고 표현되는 실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실재는 많은 경우 '죽음의 문화'라는 형태를 띠는데, 이는 개인의 양심에 달린 문제인 동시에 사회적 윤리 문제이기도 하다.  사회가 이른바 죄의 구조를 만들어내고 강화하는 죽음의 문화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죽음의 문화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도덕성보다는 효율성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점이다.

 죽음의 문화가 만연하게 된 배경에는 하느님 의식의 부재도 크게 작용한다. 하느님에 대한 의식이 사라지면 인간은 자신을 다른 피조물과 구분되는 신비로운 존재로 볼 수 없으며, 자신의 초월적 성격을 보지 못하게 된다.

 생명의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선 생명을 소유의 대상인 어떤 것으로 여기지 않고, 모든 사물 안에 부여된 하느님의 숨결로 보면서 모든 사람 안에서 그분의 살아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관상적 시각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양심 형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생명교육에 힘써야 한다.
 생명교육은 △생명의 출발 단계에서부터 갖고 있는 가치에 대한 교육 △혼인한 부부의 책임있는 출산에 대한 교육 △죽음과 고통의 의미에 대한 교육 등으로 이뤄진다.

 ▨과학의 상업화와 생명(김동광 박사, 시민과학센터 운영위원)

 과학 자체는 아무 문제가 없으나 사용하는 사람이 문제라는 고정관념은 신화에 불과하다. 과학은 사회적 맥락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회적 산물로, 과학 속에는 사회적 모순이나 불평등, 편견 등이 내포돼 있다. 오늘날 과학이 지닌 가장 큰 문제는 과학이 점차 거대화ㆍ 상업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생명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의 상업화는 과학의 공공성을 약화시키고, 이해 당사자 간 갈등을 증폭시킨다. 특허와 지적 재산권이 과학적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차단하고, 상업적 이익과 결부된 정보를 독점하고 은폐함에 따라 과학에 대한 통제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낳는다. 더불어 과학 연구가 특정한 상업적 목적을 가진 분야에 치중된다.
 대안은 '공익과학'이다. 공익과학은 △사회 전체, 미래 세대, 스스로를 위해 연구를 수행할 수 없는 대중을 수혜자로 하며 △연구 결과는 누구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연구에 내포된 가치나 맥락은 숨김없이 밝히는 것을 모토로 하는 것이다. 과학 상업화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응하기 위해선 공익과학 개념을 공론화해야 한다. 과학기술 정책에 공익과학 관점을 도입하고, 우리 사회 키워드인 개발ㆍ성장ㆍ혁신을 공익적 관점에서 재접근해야 한다.
 
 ▨생명사상의 현대적 재조명(김문조 교수, 고려대 사회학과)

 생명은 '삶의 표징'이고, 대응하는 개념은 죽음이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삶과 죽음을 동격으로 인정하지 않고, 삶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비대칭적 사고가 주류를 이뤄왔다. 인간중심적 생명관에 뿌리를 둔 인명중시적 사고는 오늘날에도 지속되고 있다.

 문제는 현대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1거대한 영적 공동체로서 타자의 삶을 외면하는 자기본위적 생존관 2죽음에 대한 공포심으로 인해 삶과 죽음을 단절적으로 인식하려는 한시적 생애관 3자신이 자기 존재의 소유자이자 주관자라는 전유적 생명관 4인간생존을 위협하는 생태계 파괴를 자초하는 과도한 인간중심주의적 생활관이다. 이는 각각 1상생적 생존관 2영생적 생애관 3연대적(공동운명체적) 생명관 4친환경적 생활관으로 바뀌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신체를 독점, 보존, 통제 및 관리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방어적 개념에서 존재 기반이자 교류의 터전, 존중의 대상이자 사랑과 봉사의 대행자로 파악하려는 '참된 생명문화'를 지향하는 것이 요청된다. 인간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은 '무한하고 비교불가능한' 생명의 본원적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생명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할 것이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전대식 기자 jfaco@pbc.co.kr

[평화신문] 2008. 10. 05 [9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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