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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형 집행 정지 20주년을 맞이하며

관리자 | 2017.11.09 09:41 | 조회 3482
오는 12월 30일로 대한민국에서 사형 집행이 정지된 지 꼭 20주년을 맞는다. 2007년 말, 사형 집행 정지 10년이 지나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 이후 또 10년 세월이 지났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공식적으로 사형폐지국이 아니다. 사형폐지가 국제사회의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에도 사형폐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15대 국회 때 처음 발의된 사형폐지 법안은 19대 국회까지 5차례나 자동 폐기됐다. 20대 국회에도 사형폐지 법안이 또다시 제출될 예정이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잔혹한 흉악범죄가 빈발하는 것도 사형폐지 법안 통과를 가로막는 이유 중 하나다. 올해 인천에서 초등학생 살인 사건이 일어났고, 며칠 전에는 이른바 ‘어금니 아빠’ 사건이 벌어져 국민을 경악에 빠트렸다. 사형 집행이 흉악 범죄를 줄이는 데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건 이미 검증된 사실인데도 사형폐지가 계속 미뤄지는 건 징벌적 법감정이 국민 전반에 깔려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가톨릭 교회가 사형폐지에 나서는 이유는 인간 생명은 하느님이 주셨고, 생명권은 신성불가침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천주교회는 2003년부터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산하에 사형폐지소위원회를 두고 15년간 사형폐지를 위해 노력해 왔고, 시민사회단체들과도 연대해왔다. 

이제 교회를 비롯해 사형제도폐지종교ㆍ인권ㆍ시민단체연석회의는 사형 집행 중단 20주년의 역사적인 해를 계기로 정부가 ‘사형 집행 유예선언’(Moratorium)만이라도 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하고 있다. 이 선언을 시작으로 20대 국회에서도 사형폐지 법안이 상임위와 본회의를 통과해 사형폐지가 이뤄지도록 교회는 물론 정치권과 전 국민이 마음을 모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언론사 : 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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