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이들을 찾아 힘을 주고, 가족을 마음으로부터 위로하는 곳. 호스피스센터를 찾은 그날은 세계 병자의 날(2월 11일)을 얼마 앞두지 않은 겨울이었다.
▧ 엄마의 품, 성 바오로 가정 호스피스
어느 누구에게나 가슴 한 곳을 시큰하게 하는 가족사는 있다. 그러나 ‘엄마의 품’과 같은 성 바오로 가정 호스피스(센터장 노유자 수녀)가 가족에게 다가서면 용서하지 못할 사람을 용서하고, 서로 화해하게 된다.
센터의 연혁은 다소 짧다. 2007년 3월 문을 열고 활동을 시작해 갓 세 돌이 되어간다. 하지만 환자의 사연이 담긴 가정을 찾아가기에, 그 안에 담긴 사랑의 사연은 풍성하다.
적은 수의 자원봉사자들로 봉사를 시작한 이곳 호스피스는 그동안 놀라운 기적을 이뤘다. 환자를 돌보는 호스피스 본연의 의무는 물론 환자와 가족에게 필요한 교육과 정보 제공, 의료·종교기관 등과의 연계, 사별 전·후 가족을 위한 방문 및 추억 만들기, 추모식 등 ‘상실의 아픔’까지 어루만지고 있는 것이다.
1월 22일에는 사랑나눔 가족(후원자) 모임을 열어 의정부교구장 이한택 주교의 주례로 미사를 봉헌했다.
이 주교는 “작은 일에도 기뻐하는 수녀님과 후원자들을 보니 혼자 힘으로 미약하게 시작해 큰일을 이뤄낸 마더 데레사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 우리가 해야 할 행복한 숙제
3년 동안 많은 기적을 이룬 성 바오로 가정 호스피스지만, 어려움은 있다. 고정적인 후원과 더불어 더 많은 봉사자들을 필요로 하게 된 것이다. 노 수녀 또한 적지 않은 나이에도 버스, 지하철 등 온갖 교통수단을 이용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특히 해바라기 가족(사별가족)들에게 웃음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예술치료 등 다양한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봉사자와 후원이 절실하다. 실제로 공감대를 가진 많은 사별가족들이 치유됐고, 함께 하고 있다.
올 4월 28~30일에는 봉사자 양성을 위한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다.
노 수녀는 “삶과 직접 맞닿아 있는 호스피스는 생명사랑 운동의 하나”라며 “‘민들레 홀씨’처럼 오고가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의
오혜민 기자 ( oh0311@catimes.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