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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존엄성 수호와 복음화에 투신 당부 "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에게 듣는다

관리자 | 2008.12.15 22:09 | 조회 4520

 

 


사진설명:
▲ 정진석 추기경은 새 대통령에게 모든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하는 구심점이 돼줄 것을 요청했다.

▲ 정진석 추기경이 교구청 집무실에서 평화방송ㆍ평화신문 보도국 김소일 교회뉴스팀장과 새해 대담을 하고 있다.

▲ 정 추기경은 자신을 뽑아준 국민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을 이끄는 이가 대통령이라면서 새 대통령에게 "먼저 국민 모두가 한마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대통령 선거일인 12월 19일 서울 명동사무소에서 투표하는 정 추기경.

▲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정 추기경이 추진하는 '복음화 2020 운동'에 깊은 관심을 갖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사진은 사도좌 정기방문 중인 지난 해 11월 29일 교황을 알현하는 정 추기경.

▲ 정 추기경은 태어나는 아기보다 낙태되는 아기가 더 많은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가정이 생명의 터전이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지난 12월 9일 명동대성당에서 거행된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설립 2주년 기념 생명미사에서 탤런트 김해숙(비비안나)씨에게 홍보대사 위촉장을 수여하는 장면.
전대식 기자 jfaco@pbc.co.kr

평화신문, 2008. 01. 01발행 [951호]
"생명 존엄성 수호와 복음화에 투신" 당부 "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에게 듣는다

무자년(戊子年) 새해가 밝았다. 지난 연말 선거를 통해 앞으로 5년간 국정을 이끌어갈 새 대통령을 뽑았다. 새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새로운 희망이 넘쳐나기를 소망하면서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에게 한국교회 및 사회가 풀어야 할 주요 현안에 대한 견해와 해결책을 들어본다.

 이 대담은 평화방송TV를 통해 △1월 1일 오전 9시/오후 9시 △2일 오후 4시 △5일 오후 9시 △6일 오후 2시에 방송된다. 평화방송 라디오(FM 105.3 Mhz)는 1일 오전 11시 5분 '2008 무자년 정진석 추기경에게 듣는다'라는 제목으로 방송할 예정이다.

▲지난 연말 한국 주교단의 사도좌 정기방문이 있었습니다. 신자들이 많이 궁금해하고 있는데요, 이번 방문의 의의를 좀 들려주십시오.
"전 세계적으로 교구장 주교가 3500여 명, 보좌주교가 500여 명, 합해서 4000여 명의 주교가 있습니다. 모든 주교들은 5년에 한번씩 교황님을 개인면담해야 합니다. 보통 한해 평균 800여 명이 교황님을 만납니다. 전 세계를 5개 구역으로 나눠 1년에 1개 구역씩 교황님을 만나는데, 아시아도 5개 구역 가운데 하나입니다. 특별히 올해는 아시아 주교님들이 교를님을 만나는 해입니다. 원래 2년 전에 예정된 것이었지만 그해 전임 교황님이 선종하시고 새 교황님이 선출되시는 바람에 늦어져서 올해 가게 됐습니다. 주교들이 교황님을 개인적으로 면담하는 것은 베드로 후계자인 교황이 주교들과 하나임을 확인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세상에 전하는 임무에 충실하자는 뜻을 다지기 위함입니다.

사도좌 정기방문은 첫째 베드로와 바오로 성인의 무덤에 참배하고, 둘째 무덤을 참배하는 기회에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인 교황과 개별 면담을 하고, 셋째 교황청 각 부서를 방문함으로써 교황청과 교구간 업무 협조를 원활하게 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방문에는 모두 25명의 한국 주교들이 교황님을 개별적으로 만났습니다."

▲이번 사도좌 정기방문에서 교황 성하께서는 "한국교회가 세계 복음화를 위해 힘써달라"고 당부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서울대교구의 '복음화 2020 운동'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며 격려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주교들은 교황님을 개별적으로 만날 때 교구 현황을 보고드립니다. 제가 서울대교구의 '복음화 2020 운동'을 말씀드렸더니 교황님께서 무척 기뻐하셨어요. 첫번째 천년기가 유럽을 복음화하고, 두번째 천년기가 아메리카와 아프리카를 복음화하는 시기였다면 제 3천년기는 아시아를 복음화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특별히 아시아 복음화 시대를 맞아 2020년까지 복음화율을 20%대로 끌어올리겠다고 말씀드리니 교황님께서 함께 기도하며 노력하자고 당부하셨습니다. 교황님은 한국 주교단 전체를 만나는 자리에서도 한국교회가 아시아교회 전체 복음화에 많은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올해 서울대교구 사목교서 주제가 '가정은 생명의 터전'입니다. 추기경님께서는 올해 사목교서를 통해 그리스도 신앙인 모든 가정이 새 생명이 싹트는 작은 교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까?

"하느님께서 우주를 창조하실 때 가정이 인간 생명의 기초가 되게 창조하셨습니다. 가정이 생명의 기초라는 것은 사실 새삼스러운 말이 아닙니다. 그런데 요즘 세태를 보면 가정이 생명의 기초가 되지 못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정은 생명의 터전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죠.

1년 동안 임신된 아기 중에서 태어난 아기보다 태중에서 살해된 아기가 더 많을 정도로 생명의 가치가 훼손당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각 가정에서 잉태되는 아기가 인공적으로 낙태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분위기와 여건을 조성해야 합니다. 그런 뜻에서 '가정은 생명의 터전'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우리나라가 축복받기 위해서는 가정이 생명의 기초가 되는 사회가 돼야할 것입니다."

▲올 봄부터 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 교육원이 본격적 활동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추기경님께서 교육원 설립에 강한 의지를 보여주신 것으로 압니다. 영성심리상담 교육원에 대한 추기경님의 기대를 듣고 싶습니다.

"20세기에 물질문명은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물질적으로는 더 이상 아쉬움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자살하는 이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질적으로 발달한 현대사회는 가난했던 과거에 비해 물질적으로 더 풍요로워졌기에 더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를 못합니다. 현대인들이 겪는 정신적, 심리적 고통이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현대인들이 기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심리 상담소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그럴려면 심리상담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이가 필요합니다. 이에 자격증을 가진 전문 상담가를 양성하기 위해 영성심리상담 교육원을 설립하게 됐습니다."

▲새해는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이자 북한의 공산정부가 세워진 지 역시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또 황해도 감목대리구 8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지난 12월에 황해도 감목대리구 교구장대리를 임명하셨는데요, 그 배경이 궁금합니다.

"우리나라는 불행히도 35년간 일제 통치를 겪었습니다. 하느님 은총으로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해방의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그러나 해방은 남북 분단의 시작이기도 했습니다. 남한은 3년 후 UN 감시 아래 총선거를 실시한 후 단독 정부를 수립했고, 북한도 같은 해 자체적으로 정권을 수립했습니다. 지금부터 60년 전 일입니다. 60년 간 남북이 따로 살아오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건국 60주년이 남과 북이 서로 화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해방 당시 북한에는 신자 5만5000여 명과 58개 성당이 있었습니다. 공산정권이 들어서면서 성직자, 수도자들이 모두 잡혀가고 성당과 공소는 모두 파괴되고 말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교회는 사라진 셈이죠. 지금까지 지하에서 몰래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이가 얼마나 되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1000명이니 3000명이니 하지만 어쨌든 공개적으로 신앙생활을 할 수 없는 곳이 북한입니다.

북한에는 평안도를 관할하는 평양교구와 함경도를 관할하는 함흥교구, 그리고 덕원면속수도원구가 있습니다. 황해도는 서울대교구 소속입니다. 모두 침묵의 교회죠. 황해도는 1928년 감목대리구가 된 후 아직까지 교구로 독립이 안된 상태입니다. 제가 평양교구 교구장 서리를 겸하고 있으며, 황해도는 서울대교구의 일부이기 때문에 역시 제 관할입니다. 평양교구와 황해도 감목대리구 두곳 모두 교구장 대리를 임명했습니다.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이 지역에 신앙의 자유가 주어졌을 때를 대비한 조처입니다."

▲지난 연말 우리는 새 대통령을 선출했습니다. 새 대통령과 정부가 향후 5년 간 중점을 둬야 할 국정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또 정부 지도자가 갖춰야 할 첫 번째 덕목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자신을 뽑아준 국민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을 이끄는 이가 대통령입니다. 대통령은 먼저 국민 모두가 한마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몇년간 여러 갈래로 나뉘어 갈등과 분열이 심했습니다. 항상 안타까웠던 점입니다. 모든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대통령께서 구심점 역할을 해주기를 바랍니다.

일자리가 없는 국민이 많습니다.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일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안배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대학을 졸업했는데도 직장을 구하지 못한다면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또 한창 일할 수 있는 나이임에도 직장에서 나와야 하는 일도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일할 수 있는 건강한 이는 누구나 직장을 가질 수 있는 사회가 되게 해달라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학생들은 교육제도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교육제도를 잘 정비해서 학생과 학부모 모두 가슴을 졸이는 고통을 당하지 않게 해주십시오. 국민 모두 마음 편하게, 즐겁게 살 수 있도록 이끌어주시길 기대합니다."

▲빈부격차 문제가 사회적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나눠줄 것이 많으려면 전체적 부를 먼저 증대시켜야 한다는 성장론과 부의 평등한 분배가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주장하는 분배론이 서로 대립하고 있는데요,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물질은 한정돼 있습니다. 모든 지구인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곳이 지구입니다. 재산이 편중되면 서로가 불편해집니다. 합리적 분배와 균등 분배는 다릅니다. 합리적 분배에는 불평이 없습니다. 숫적으로 균등한 것과는 의미가 다릅니다. 능력과 노력에 합당하게 받는 것이 합리적 분배입니다. 교회는 이런 점에 유념해야 합니다.

상대의 능력을 존중하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서로의 능력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분배에 늘 불만을 갖게 됩니다. 사람은 각자 독톡한 재능이 있습니다. 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봅니다."

▲외환 위기 이후 이념보다 실용주의가 힘을 얻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상당 부분 이념적 성향에 좌우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대인에게 이념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그리고 이념과 현실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어떻게 풀어내야 하겠습니까.

"사람은 본래 공동체 생활을 하게 돼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그 방법론을 두고 이론들이 생겨납니다. 인류가 대량생산 체제에 접어들면서 이념이 갈라지게 됐습니다. 그 전에는 이념이 지금처럼 극단적으로 나눠지지 않았습니다. 이념 대립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사랑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인류가 이념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옳고 그름이 어느 정도 밝혀졌습니다. 예를 들어 공산주의가 러시아를 지배했지만 1990년대 들어 공산주의의 실용성이 부정되면서 인류 행복에 기여하지 못했음이 입증됐습니다. 사회주의가 인류 발전에 반드시 기여하는 체제가 아님이 어느 정도 입증된 것입니다.

지금은 새로운 체제를 모색하는 시기입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이들이 인정할 수 있는 합리적 체제를 만들어내는 노력을 기울일 때 인류 전체가 행복해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난 한해 서울대교구를 이끌어 오면서 아쉬움이나 어려움은 없으셨는지요. 추기경님의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또 새해에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으신지요.

"사람이 행복해지려면 물질적 풍요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하느님을 알아야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이념만으로도 부족합니다. 신앙을 갖고 하느님 품에서 서로가 한 형제자매임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삶을 살 때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하느님을 모르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일이 우리가 할 일입니다. 교회는 이를 위해 존재합니다. 복음화 노력이 좀더 활발해지기를 기대합니다. 하느님 뜻에 부합하는 노력들을 기울일 때 효과가 클 것으로 봅니다. 하느님 축복 속에 우리 사회 좀더 많은 이들이 하느님을 알기를 소망합니다."

▲오랜 시간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저희 평화방송ㆍ평화신문 종사자들과 시청취자, 그리고 애독자들에게 새해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 사회에 매스컴이 많습니다만 평화방송TV와 라디오, 평화신문은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 보도 매체입니다. 병상에 누워계신 분들이 평화방송을 보고 듣는 재미로 하루하루 고통을 견뎌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평화방송ㆍ평화신문이 정말 없어서는 안될 매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평화방송ㆍ평화신문에 종사하는 여러분이 시청취자와 독자들로부터 감사하다는 말을 듣는 것이 저로서는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 방송과 신문의 질을 높이는 데 좀더 노력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좋은 일 많이 해주셔서 참으로 고맙습니다. 하느님 칭찬과 축복 많이 받으세요." 정리=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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