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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새 회칙 「희망으로 구원을」 발표

관리자 | 2008.12.15 22:03 | 조회 4492

 

 


▲ 교황궁 명예신학자를 지낸 코티어 추기경이 11월 30일 바티칸 기자회견장에서 교황 회칙「희망으로 구원을」을 들어보이고 있다.
평화신문, 2007. 12. 09발행 [948호]

"그리스도인 희망은 공동체적 구원 지향 "
교황 새 회칙 「희망으로 구원을」 발표 배경과 내용


"우리는 희망으로 구원을 얻었습니다"(Spe salvi facti sumus)라는 로마서 말씀(8,24)으로 시작하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두 번째 회칙 「희망으로 구원을」은 그리스도교적 희망이 시련과 위기를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 그리스도인 희망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제시함으로써 확고한 그리스도교적 희망을 갖는 것이 중요함을 일깨우고 있다.
 이와 관련해 회칙은 크게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한다. 하나는 그리스도교 자체가 안고 있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합리성과 자유를 근간으로 하는 문화에서 비롯하는 문제이다.
 그리스도교 자체가 안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개인주의적 구원관이다. 다른 사람의 처지, 특히 현대의 고통받는 이들의 처지는 아랑곳없이 내세에 주어질 개인의 구원에만 오로지 희망을 두고 살아가는 것이다. 교황은 이런 개인주의적 신앙은 참다운 그리스도교적 희망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다른 하나는 이 시대 문화가 인간 이성과 자유에 바탕을 둔 진보와 기술을 신봉하는 나머지 영원한 생명에 대한 믿음을 도외시하는 데 있다. 회칙은 이에 대해 이성이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탁월한 선물이기는 하지만 인간 이성과 자유가 올바른 길로 가도록 지도를 받지 못하면 엄청난 파국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맥락에서 회칙은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참다운 그리스도교적 희망의 본질을 성경과 초기 교회의 삶을 통해서 그리고 역사의 몇몇 위대한 증인들을 통해서 제시하는 가운데 참다운 그리스도교적 희망의 덕을 구하고 실천하도록 하느님 백성 전체를 격려하고 자극하고자 한다.
 교황청 홍보실장 롬바르디 신부는 교황이 올초 희망에 관한 회칙을 쓰고 있다고 밝혀 측근들을 놀라게 했다면서 교황은 이미 사회 정의에 관한 회칙을 쓰고 있었지만 희망에 관한 회칙을 먼저 끝내고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교황이 희망의 문제를 그만큼 중요하게 여겼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론과 본론 8장으로 이뤄진 회칙은 제1장에서 신앙은 곧 희망임을 제시한다. 곧 참된 하느님을 믿고 받아들인다는 것은 곧 "희망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희망은 살아 계신 하느님과의 참된 만남에서 나오는 희망이고 그리스도인은 이 희망을 소유한다.
 회칙은 성경과 초기 교회의 희망 개념을 제시하는 가운데(2장)영원한 생명에 이야기한다(3장). 그리고 이 영원한 생명 곧 구원은 개인적이 아니라 공동체적임을 강조한다(4장).
 그런데 이런 그리스도교적 희망이 특히 근대 이후에 왜곡되고 변형된다. 신앙은 순전히 개인적이고 내세 지향적인 것이 되면서 현세에는 어떻든 부적절한 것이 된다. 대신에 현실적이고 실용주의적 관점이 지배하면서 신앙의 위기가 조성된다. 그래서 영원한 생명을 믿는 대신에 이성과 자유에 바탕을 둔 진보와 기술을 신봉하게 된다. 그러나 이성과 자유는 올바른 지도를 받지 않으면 인간을 파국으로 치닫게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인간은 하느님을 필요로 하며, 하느님이 없는 인간은 희망 없이 지낼 수밖에 없다(5~6장).
 회칙은 참다운 그리스도교적 희망을 배우고 실천하기 위한 장치들을 제시한다(7장). 첫째는 기도다. 교황은 기도를 "희망의 학교"라고 부르면서 13년 동안 감옥 생활을 한 베트남의 구엔 반 투안(1928~2002) 추기경을 기도의 모범으로 제시한다. 또 고통을 피하려 하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고통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결코 고통에서 피할 수 없다. 고통을 회피하기보다는 다가오는 고통을 껴안고 오히려 극복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하느님은 정의의 하느님이심을 믿어야 한다. 나아가 구원은 공동체적임을 깨달아야 한다. 아무도 혼자서는 살 수 없다. 나의 구원에 대한 관심에서 그치지 않고 이웃의 구원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노력할 때 그것이 자신의 구원을 위한 최상의 길이기도 하다.
 교황은 자신의 두 번째 회칙을 희망의 별이신 마리아의 모범을 본받고 마리아의 전구를 청하는 것으로 끝맺는다(8장). 【외신종합】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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