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자료실

생명공학과 생명윤리의 ‘충돌’ (박용성 교사의 인문사회비타민)

관리자 | 2008.12.15 22:00 | 조회 5357

 

 


생명공학과 생명윤리의 ‘충돌’
박용성 교사의 인문사회비타민/ [난이도 수준-고2~고3]


교과서 훑어보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뇌사와 장기 이식, 대리모와 안락사, 태아의 성 감별과 임신 중절, 유전자 복제 등과 같은 생명 의료 윤리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급격한 사회 변화와 생명 공학 및 의학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나타난 것이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이 약화되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민 윤리>(교육인적자원부) 74~75쪽

오늘날 대부분의 윤리들은 인간을 중심에 놓고 있는 인간 중심적 윤리이다. 여기서 한층 더 나아가면, 동물 중심적·생명 중심적 윤리관과 만나게 된다.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모든 존재를 윤리적 고려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쇼펜하우어의 윤리와 불교 윤리, 그리고 살아 있는 모든 생명에 대한 외경(畏敬)을 주장했던 슈바이처의 윤리가 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포괄적인 관점을 지닌 것은 역시 무생물까지를 포함하여 세계 내의 모든 존재를 고려하는 윤리이다. ―<윤리와 사상>(교육인적자원부) 122쪽

교과서에서 논제 찾기

과학자들은 1950년대에, 유전자를 구성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분자 형태인 디엔에이(DNA)를 알아냈어. 디엔에이의 발견은 생명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진전을 가져왔지.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 이를 활용해서 생명을 ‘조작’하게 된 거야. 그 중에서 특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이종(異種) 장기 개발이야. 오늘은 이 문제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해. 현대는 총론도 필요하지만 각론도 필요한 시대이거든.

우선, 배아줄기세포 문제부터 알아볼까. 난자와 정자가 수정되어 처음 생긴 수정란은 분열에 분열을 거듭하여 세포 수가 많아지게 돼. 이 과정에서 어느 세포가 팔이 될지, 다리가 될지, 뇌가 될지, 심장이 될지 등등이 정해지는 시기가 있어. 그것이 정해져 특정한 세포로 진행되는 것을 분화라고 하지. 하지만 줄기세포는 이러한 분화가 일어나기 이전의 세포로, 어느 기관으로도 분화될 수 있는 세포야. 배아줄기세포는 이론적으로 인체의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으므로 난치병 및 불치병 환자에게 필요한 정상 세포를 무한정 생산할 수 있고, 더 나아가 필요한 장기도 대량 생산할 수 있어.

그러나 배아줄기세포는 배아에서 채취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하나의 생명이 될 배아를 파괴해야만 해.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는 순간을 생명체의 시작으로 보는 종교계가 반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 또한, 이 방법은 인간 복제에 대한 우려와 함께, 건강한 여성의 난자가 많이 필요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지. 황우석 사태에서 그것을 이미 확인했잖아.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야. 배아줄기세포를 치료용으로 사용할 경우 종양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줄기세포가 생체에 이식된 후 그 증식을 조절하지 못하면 암이 되거든. 암과 정상 세포의 차이점은 하나야. 정상 세포는 일정 정도 성장을 하면 멈추지만, 암은 그렇지 않고 계속 증식해. 줄기세포가 생체에 이식된 후 주변 세포와의 관계를 무시한 채 끝없이 증식하면 암세포로 전환돼.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재앙이야.

» 생명공학과 생명윤리의‘충돌’

다음은, 형질 전환 동물을 이용한 이종 장기의 개발 문제에 대해 알아볼까. 장기 이식은 자발적 참여자나 뇌사자의 장기를 기증받아 이루어지므로 수요에 비해서 공급이 턱없이 모자라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시도되는 의학적인 방법이 이종 간에 장기를 이식하는 거야. 대체 장기를 공급하는 종에는 여러 동물이 있는데, 그 중 돼지는 해부학적으로나 생리학적으로 사람과 매우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연구가 집중되고 있지.

하지만 이종 장기 개발에도 문제는 있어. 우선,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할 때 일어나는 면역 거부 반응이 그거야. 동물과 사람은 유전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유전적 불일치에 의한 면역 거부 현상은 보통 문제가 아니지. 또한, 내인성 바이러스로 인한 문제도 무시할 수 없어. 자연계의 동물은 모두 자신에게 적응된 바이러스를 유전자에 갖고 있는데, 이 바이러스는 숙주에게는 해가 되지 않지만 이식한 장기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거든.

문제점은 이것만이 아니야. 이식된 돼지 장기에 감염된 돼지의 병원체가 과연 체내에 있는 돼지 장기의 기능만 파괴하고 끝날까 하는 문제이지. 결국 종간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치명적인 신종 질환을 유발할 확률이 높지. 인간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조류 독감과 광우병, 에이즈는 여기에서 비롯된 질병이야. 조류 독감은 조류에 감염되는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감염되어 나타난 것이고, 광우병은 사료로 동물의 내장을 먹은 소에서 발병한 것인데, 이 소고기를 먹은 인간에게도 전염된 것이며, 에이즈는 원숭이에서 시작되어 인간에게 전염된 거야.

생명 공학의 매력은 헤아릴 수 없어. 하지만 생명 공학은 ‘고통 없는 긴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있어. 돼지 췌장에서 인슐린을 공급받고, 돼지 허파로 호흡하고, 인공 눈으로 세상을 보고, 복제를 통해 얻은 무릎 관절로 걸어 다니는 ‘일하지 않고 오직 숨만 쉬는 200세의 젊은이’를 상상해 봐. 생명 공학이 인류의 모든 질병을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접어 두고라도, 고령 사회의 부작용은 단순한 우려의 수준을 뛰어넘어. 인구의 지속적인 증가로 자원, 공기, 물이 고갈될 것이고, 과중한 의료비는 국가 경제를 어렵게 할 것이며, 생명 공학 기술에 의해 의료 서비스를 받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의 갈등은 현재의 계급 갈등보다 더할 거야. ‘인간이란 무엇인가’ 하는 존재론적 성찰도 없이 ‘영생’을 추구하는 생명 공학은, 그래서 ‘근거 없는 희망’일 뿐이야.

<교과서와 함께 구술 논술 뛰어넘기> 저자, 여수여고 교사
위 논제와 관련된 기출 문제(2004학년도 숙명여대 논술 문제)는 인터넷 한겨레 (www.hani.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본지에 연재되고 있는 기출 문제에 대한 박용성 선생님의 동영상 강의는 전라남도교육정보원(www.jnei.or.kr)에 들어가 ‘인터넷교육방송→고교논술→실전논술’순으로 검색하면 무료로 들을 수 있습니다.


 

언론사 :
twitter facebook
댓글 (0)
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