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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복음살이] 사후피임약, 누구를 위한 약인가?

관리자 | 2008.12.15 21:53 | 조회 5173

 


[세상살이 복음살이] 사후피임약, 누구를 위한 약인가?

사후 피임약들이 일부 국가에서는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되고, 비슷한 효용을 가진 약품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 반발을 사고 있다.

무분별한 성문화·생명경시 풍조 조장

여성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
자연출산조절 선택 유도해야

“피서지의 추억이 아름답게 남으려면 가장 신경써야 할 것이 피임이다…피임약을 미리 챙기지 못했다면 사후피임약을 떠올릴 수 있다….” “별다방 콩다방에서 먹는 커피 두잔 가격이면 충분히 구입가능한 피임약,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인생을 계획하는 휼륭한 방법이 되진 않을까.”

위의 문장들은 최근 모 일간지 등에 게재된 기사의 일부이다. 기사라기 보다 ‘피임약’ 홍보 문구와도 같은 이러한 글은 우리사회 생명경시풍조의 단면을 드러낸다.

여름 휴가철 막바지를 보내면서 피임약 제약사들 또한 피임약 홍보에 열을 올린다. 통상 제약업계는 여름 휴가철이 낀 3분기를 피임약 판매 최고 시기로 꼽는다. 특히 휴가 끝무렵인 요즈음에는 ‘사후피임약’ 판매가 급증한다. 사후피임약은 전체 판매율도 해마다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제약업게 매출 집계에 따르면 사후피임약 매출 추이는 2002년 13억 원에서 2006년 33억 원으로 늘었다.

최근 ‘응급’약으로 허가된 사후피임약이 ‘일반’ 피임약처럼 팔리면서 생명경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무분별하게 남용되고 있는 ‘사후피임약’. 과연 누구를 위한 ‘약’인가?

사후피임약이란

우리에게는 ‘모닝 애프터 필(morning after pill)’이라는 용어로 잘 알려진 ‘사후 피임약(postcoital contraception)’은 여타의 피임약과 달리 ‘조기 낙태약’과 같은 역할을 하는 약이다. 따라서 생명 경시 문화를 아예 이 사회에 뿌리박게 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간편하고 빠른 효과(?)로 더욱 인기를 누리고 있는 사후피임약은 72시간 이내에 먹으면 임신을 평균 75% 정도 막는다고 한다.

이 약은 구체적으로 자궁내막의 변화를 일으켜 수정란의 착상을 어렵게 하고, 난자가 나팔관을 내려가는 것을 방해, 배란 억제, 임신상태를 게속 유지하는데 필요한 호르몬 분비를 억제함으로써 임신에 영향력을 가한다.

우리나라에는 1998년 청소년 성상담 종합사업의 하나로 독일에서 수입돼 우리나라에 일부 보급된 바 있다. 일반대중을 대상으로 한 공식적인 판매허가는 2001년 이뤄졌다. 이 때 판매 허가를 얻은 약은 ‘노레보정(레보놀게스트렐 성분)으로, 완제품으로 수입됐다. 현재는 특허계약 만료로 국내 제약업계도 사후피임약을 제조할 수 있게 됐으며, 공식적으로 대여섯가지 종류의 사후피임약이 시판되고 있다.

사후피임약 폐해

사후피임약과 관련해 가톨릭교회의 가장 큰 우려는 생명경시와 성문란이다.

2001년 판매 허가 당시 우리 사회는 사후피임약 부작용과 심각한 가치관 붕괴에 대한 논란으로 들끓었다. 그리고 우려대로 생명경시풍조는 갈수록 심각해져 간다.

사후피임약 사용 및 판매 찬성측은 이 약이 원치않는 임신과 그로 인한 낙태를 막을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반대측과 대항해 전면에 내세우는 주장이 바로 “낙태를 예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종교계와 여성계 등 사후피임약 판매를 반대하는 측은 “사후피임약은 성에 대한 책임의식을 떨어뜨리고, ‘조기 낙태약’의 효과로 더 많은 낙태를 가져옴으로써 생명경시 문화를 아예 이 사회에 뿌리박게 한다는 주장”으로 대립해왔다.

실제 사후피임약이 언론에 소개된 후 관련 기관에 문의해온 여성의 90% 이상이 무책임한 성행위를 한 경우였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또 제약업체 관계자들 “젊은 여성들일수록 사후피임약을 더 찾는다”고 밝힌다.

한국 주교단은 2001년 10월 ‘사후피임약 시판허가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입장’을, 이에 앞서 교황청 생명학술원도 ‘모닝필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성명서는 “반착상 효과는 사실은 화학적 인공유산과 다름없다”며 “따라서 이 약을 요구하거나 제공하는 사람들은 낙태의 경우에서처럼 이미 진행되고 있을지도 모르는 임신을 손쉽게 중절하려 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역설한다.

아울러 피임에 대한 오해와 지식 부족은 여성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사후피임약의 일반 복용이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에도 실제 부작용에 대한 목소리는 매우 낮다.

국내 사후피임약 시장점유율 1위(87.5%)인 제약업체가 운영하는 사후피임약 홍보 사이트를 살펴보면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대답 일색이다. 단 한가지 약을 위한 전문 사이트까지 운영할 정도로 홍보판매에 적극적인 제약업체가 밝힌 부작용에 대한 답변은 “이 약은 생리주기나 임신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으며, 5일 내에 체내에서 모두 소실되므로 약물축적에 의한 부작용도 거의 없다”는 설명 뿐이다.

기본적으로 대부분 피임약에는 에스트로겐이 함유돼 있어 과다복용 때에는 유방암의 위험원인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유방암 가족력이 있거나 유방암을 앓은 적이 있는 사람은 복용이 금지된다. 전문의들은 간 기능이 약하거나 편두통이 있는 여성도 피임약을 피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더구나 사후피임약 복용은 일반 피임약 40~50알을 한꺼번에 먹는 것과 같다. 이렇게 많은 호르몬이 일시에 몸에 들어가면 월경주기장애, 어지러움, 두통, 메스꺼움, 구토, 하복부 통증, 유방통 등이 생길 수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한 전문의는 “만약 응급피임약 복용 후 임신이 되면 태아의 기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중절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사후피임약 피임실패율은 약 15%로 일반피임약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이다.

허술한 판매망 개선 시급

허술한 약 판매 관리와 제약업계의 활발한 홍보, 피임을 조장하는 듯한 언론보도도 사후피임약 급성장에 한몫 한다는 지적이다.

사후피임약은 우리나라에서는 전문의약품으로 구분돼 있다. 이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 후 처방전을 받아 구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일부 약국에서는 처방전 없이 약을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자는 지난 한주 서울시내 모 대학 인근 약국 7곳을 방문한 결과 3곳에서 처방전을 내지 않고 사후피임약인 노레보정을 구입할 수 있었다. 한 약국에서는 들어가자마자 대뜸 “노레보정 얼마죠?”라고 물었더니 “1만2000원입니다”라고 대답하며 약을 꺼내놓았다.

또 공휴일, 경기도 부천시 상업단지 내 당직약국 3곳 중 2곳에서도 약을 내주었다. 처방전을 요구했지만 월요일 병원문을 열면 처방전을 받아서 갖다주겠다고 대답했다. 약국에서는 인적사항이나 연락처 등은 전혀 묻지 않았다.

사후피임약은 청소년을 포함해 가임기 여성은 누구나 구입할 수 있도록 정해져, 특히 젊은이들의 무분별한 성문화를 조장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처방전도 산부인과 뿐 아니라 진료과목의 과 구분없이 의원 등 모든 병원에서 받을 수 있다. 발행과정 또한 허술한 경우가 왕왕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전문의가 아닌 간호사가 알아서 처방을 해준다. 최소한의 주의사항을 알려주는 진찰 과정조차 생략되는 것이다. 사후피임약은 보험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처방전 발급 여부에 대한 추적도 이뤄지지 않는다.

피임의 부작용 등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은 무책임한 언론보도도 일반인들의 의식을 호도한다.

게다가 제약업체들은 지난해 피임약품과 도구 등의 방송허가가 난 이후 케이블 TV 광고 등을 통해 홍보에 적극 나섰다. 산부인과와 대학교 등을 통해서도 적극 홍보한다. 또 업체들은 사후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위해서도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가톨릭교회는 약 복용과 콘돔사용은 물론 어떠한 경우든 생명의 탄생 과정을 가로막는 인위적인 영향 즉 피임을 모두 반대한다.

각종 생명윤리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교회의 대처는 일반 산업계 등의 ‘공격적’인 대처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미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후피임약과 같은 약품이 가져올 심각한 가치관 붕괴와 부작용 등에 대해 적극 홍보하는데 한치도 물러설 때가 아니다.

교회의 외침이 허공의 메아리가 되지 않게 무분별한 성문화를 정화하고, ‘피임’ 대신 자연출산조절을 선택하기 위해서 교회 내 뿐 아니라 사회각계에서 펼치는 홍보와 교육도 전제돼야 한다.

<가톨릭신문 연중20주일>
주정아 기자 stella@catholictime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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