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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세포 이용’ 우려스런 합법화

관리자 | 2008.12.15 21:53 | 조회 4481

기고] ‘생식세포 이용’ 우려스런 합법화

보건복지부는 생식세포 관리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내놓았다. 그동안 방치되었던 생식세포 기증이나 매매로 말미암은 사회적 문제점들을 규제하고 선의의 피해자들을 보호하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정안을 살펴보면 그런 취지보다는 연구를 위한 생식세포 확보라는 또다른 목적이 이면에 깔렸음을 알 수 있다.
법안을 보면, 생식세포의 이용은 가족관계 질서와 조화를 이뤄야 하며, 기증자·수증자·시술대상자 등의 안전 고려가 과학적·사회적 이익보다 우선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는 이러한 고려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비배우자 간의 생식세포 이용’은 가족의 화목과 질서를 파괴할 가능성이 많다.

또 특정인의 지정 기증을 금지하고 있으나, 연구 목적 정자 기증의 경우, 불임부부 또는 그의 친족으로서 기관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허용한다. 그러나 자발적이고, 기관위원회 승인을 받은 경우라도 친족이 기증자가 되는 것은 근친상간 상황과 유사하며, 가족관계의 질서와 조화를 해칠 소지를 다분히 지닌다.

또 잔여 난자와 희귀·난치병 연구를 위해 해당 질병을 가진 자가 기증하는 난자의 경우에는 기관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연구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했는데, 잔여 난자는 당사자인 여성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술자가 결정할 것이므로 남용될 우려가 있다. 불임치료 목적의 기증인 경우 수증자의 피부색·혈액형·모발색 등 신체적 특성을 고려하여 선정토록 한다는 것은 타인의 생식세포를 이용해 아이를 얻으려는 부모와 아이가 비슷하도록 한다는 의도겠지만, 맞춤아기를 만들겠다는 것과 다를바 없다.

불임치료를 목적으로 기증하는 경우에는 태어날 아이가 성인이 되어 기증자에 대한 정보를 요청할 경우 정보공개 여부 및 그 범위, 잔여 배아의 연구 목적 이용에 대한 동의 여부 등의 사항이 서면동의에 포함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증자가 공개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생물학적 부모를 알 아이의 권리는 고려될 수 없다. 또한 정보 공개를 해서, 훗날 아이가 자신의 유전적 부모를 찾을 경우에도 가정불화, 상속권 등 예상치 못한 복잡한 문제의 발생 소지가 있다.

법안은 수증자로 하여금 기증자에게 보상할 실비와 그 밖에 난자 채취에 드는 비용 등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어 실비 해석을 두고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근로자가 수증자를 선정하지 않고 생식세포를 기증하는 경우 신체검사 또는 채취 등에 소요되는 내원일에 대해 병가나 유급휴가로 처리하도록 하여 기증을 장려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남은 난자를 연구용으로 기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여성의 인권과 건강을 훼손하고 여성의 몸을 도구화하며, 생명파괴를 합법화하는 비인도적인 처사다.

비배우자 사이 인공수태 시술은 태어나는 아이의 행복권 침해, 가족관계의 혼란, 대리모 문제 등 여러 가지 심각한 사회 윤리적 법적 문제를 안고 있다. 그동안 법의 부재 가운데 만연되었던 비배우자 사이 인공수태 시술을 법안에서는 합법화하고 있으나, 그보다는 임신 가능성을 높이는 자연출산 조절법 등 기본 치료와 입양을 장려해야 한다. 무고한 초기 인간 생명을 파괴하고 생명을 조작하는 연구로 이어질 수 있는 무분별한 배아생성은 금지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본래의 제정 취지와 달리 취약 계층의 난자 기증자를 보호하는 효과는 적고 연구 목적에 이용될 소지만 높다면, 이러한 법 제정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인지 재고해야 한다.

구인회/가톨릭의대 인문사회과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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