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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종교 만나다’ 포럼

관리자 | 2008.12.15 21:52 | 조회 4693

‘자연현상 관찰·인간 존중’ 한 뿌리 공감

이근영 기자 김영훈 기자

‘과학과 종교 만나다’ 포럼

“예수는 과학자였다.” “과학과 종교는 자연현상의 관찰이라는 공통의 모태를 가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그리고 현대에 와서도 갈등·대결 관계로 여기거나 묘사되는 과학과 종교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19일 오후 2시부터 서울 테ㅐ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열리는 ‘과학기술, 종교를 만나다’ 포럼에서는, 과학과 종교를 배타적 관계보다는 상보적 관계로 보려는 담론이 우세하게 제시된다. 이번 포럼은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지난해부터 과학기술과 사회의 새로운 가능성 모색을 위해 기획·추진하고 있는 ‘새로 보는 과학기술’의 네번째 순서로 마련됐다.

“과학과 기독교는 동지”=신학, 수학, 인지과학을 두루 전공한 현우식 연세대 학부대학 교수는 18일 미리 배포한 ‘과학기술이 기독교를 만날 때-과학기술자와 그리스도의 만남의 좌표’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문에서 “예수는 과학기술자였으며, 그에게 과학과 종교는 적이 아니라 동지였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신약성서의 ‘마가복음’에서 예수의 직업으로 표현된 그리스어 ‘테크톤’은 우리가 번역하는 ‘목수’에 국한되지 않고 석공·목공·금속공·건축·각종 수리 기술자를 포함하는 포괄적 언어로, 현대적으로 표현하면 기술자 또는 전문기사라는 것이다. 또 ‘마태복음’에 예수 탄생 때 별을 따라 찾아온 것으로 나오는 ‘동방박사’는 그리스어 ‘마고스’를 번역한 것으로, 점성술(천문학)과 연금술(화학), 의술(의학)에 정통한 과학자라는 의미의 고대 페르시아 언어 ‘마구’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현 교수는 해석했다.

그는 이스라엘 베들레헴의 그리스도성탄교회가 7세기 페르시아 군대의 점령 때 교회 안에 페르시아인으로 묘사된 마고스 그림 덕에 파괴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기독교 역사상 최초의 순례자들은 과학자들이었다는 사실을 뜻한다는 것이다. 현 교수는 “예수 탄생 이야기 속에는 과학자들과의 만남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고, 이 만남 속에서 우리는 갈등·대결·부정의 좌표를 찾아볼 수 없다”며 “과학기술과 기독교의 바람직한 만남은 인간의 생명과 자유를 제한하거나 인간을 기만하는 일을 철저하게 방지하는 도구로 작동돼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과 불교는 같기도 다르기도”=‘DNA와 연기(緣起)-과학과 불교의 생명관’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는 윤원철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는 “불교와 생명과학이 생명현상을 탐구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생명이라는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생명과학은 이론적으로는 실용성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반면, 종교로서의 불교는 처방이라는 실용성을 추구한다. 과학이 생명체가 하나의 개체임을 전제하는 반면, 불교에서는 나 자신을 포함해 세상의 모든 개체가 상호의존적임을 깨닫고 그런 ‘연기적’ 존재로 생각하고 살아갈 것을 지향한다.

윤 교수는 “불교에선 육체적·물리적 편안함·편리함의 추구를 진정한 행복의 장애이며 괴로움의 원인으로 여기지만, 육신의 강건함·편안을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 얼마나 추구하고 어떻게 사용하느냐를 중요시하는 것”이라며 “생명과학에서도 윤리적 이슈와 관련된 지혜를 구축하는 데 불교의 이런 통찰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과 종교의 뿌리는 하나”=문영빈 서울여대 조직신학과 교수는 주제발표문 ‘과학기술과 종교-미래지향적 패러다임’에서 “과학과 종교는 자연현상의 관찰이라는 공통의 모태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류의 조상들이 불, 먹거리 등 생존환경의 ‘우발성’을 제어하기 위해 자연을 관찰하고 불·사냥·농경 기구들을 만든 것이 과학기술의 기원이라면, 이런 우발성의 공포를 관리하기 위한 방편으로 자연현상의 배후에 초월적 존재를 상정하는 신화적 의사소통이 종교의 탄생 배경이라는 것이다.

문 교수는 서울대 화학과에서 학사, 물리학과에서 석사를 마치고 미국에서 고체물리학 박사학위를 한 뒤 다시 신학을 연구해 지난해 박사학위를 받은 독특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종교가 사회정의의 다섯가지 관점 가운데 과학기술이 강조하는 과학기술권, 경제권 외에 생명생태권, 인권, 사회권(사회 공동선)까지 포괄하는 관점을 제시해줄 때 과학과 종교가 서로 보완과 견제의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최적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과기부와 과학문화재단은 올해 고령화, 여성, 리더십과의 만남을 주제로 포럼을 세 차례 더 열 계획이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2007. 3.18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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